조회 수 133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를도 없이 1, 2, 3차 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 등 1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초대형 이벤트를 연이어 치러냈다. 벌써, 12월. 한 해가 패스트 포워드(FF)된 느낌이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분명히, 꼭, 바꾸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영방송 뉴스영상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우리나라 뉴스영상은 종편이 급격하게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지상파3사 경쟁시절보다 더 심한 선정성 경쟁에 빠져버렸다. JTBC가 방송뉴스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지만 보도 영상에서만큼은 여타 종편과 다를 바 없었다. 정신없이 빠른 컷 전환, 현란한 영상효과, 화면 가득한 자막 등 자극적인 영상구성으로 영상 저널리즘은 황폐화되어 버렸다. 영상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시청자들을 현혹해서 채널을 떠나가지 못하게 하는 눈요기꺼리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반성의 소리도 있었지만 누구도 시청률 하락이라는 멍에를 쓰려하지 않았기에 더욱 더 악화 기로에 있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더구나 공영방송인 우리 KBS가 선정성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기에 자괴감은 더 컸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더 정제된 영상으로 바꾸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영상을 스쳐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곱씹을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컷의 길이를 충분히 늘이고, PIP인터 뷰나 화면 분할 등 과도한 영상효과들은 과감히 배제해서 영상의 내러티브를 더 살리려 노력했다. 관행이라는 강한 관성에 의한 저항이 곳곳에서 만만치 않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외형적으로 는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영상의 내러티브를 살리는 정교한 단계까지 이르기에는 먼 여정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아쉬웠던 것은 이런 노력 들이 처음에는 영상기자들에게도 공감 대를 형성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도 관행화되고 체질화되어버리면 바꿔야한다는 문제의식조차 마비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쳐야 했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변화에 무감하고, 시청률 하락의 기미가 보이면 그 원인의 하나를 화끈한 그림의 부재로 분석하는 회사와 그것에 압력을 받는 데스크들. 기사는 정론을 추구하면서도 영상은 선정성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변화들이 가능했던 것은 결국 새롭게 변화하려는 KBS 보도본부 구성원들의 열망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변화는 시작하는 것보다 지켜내는 것이 더 어렵다. 바라기는 깨어있는 시청자 국민들이 지지를 해준다면 영속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기회가 계속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변화하고 싶은 방향은 콘텐츠 가공자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방송환경은 디지털, 모바일기술의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발전 으로 미디어 유통 플랫폼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빠르게 계속 변화하고 있다. 뉴스영상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제 영상기자는 콘텐츠 의 진정한 생산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단순 생산, 보관만 했다 면 이제는 가공, 유통을 해야 한다. 이는 시대의 적극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끝끝내 꼰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귀를 활짝 열겠다. 보청기라도 끼겠다. 관리자만 되면 꼰대가 되는 선배들을 보고 울분을 터뜨렸던 과거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최연송 사진2.jpg

 

최연송 / KBS 통합뉴스룸 영상편집부장

 

 


  1.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
    Date2019.05.08 Views424
    Read More
  2.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471
    Read More
  3.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 뉴스 CBS 뉴스는 기독교계 내부의 일반적인 영역만을 다루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사건들이 한국 기독교계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
    Date2019.05.08 Views455
    Read More
  4.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
    Date2019.05.08 Views379
    Read More
  5. 뉴스는 건축이다

    뉴스는 건축이다 국회 의사당 기본설계 자리를 지킨 건축은 시대를 증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호다. 시간을 거슬러,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유구히 존재한다. 건축물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 시점의 방향성을 얻는다. 만약 영상기자가...
    Date2019.05.08 Views391
    Read More
  6.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연말 세상은 미디어의 전쟁터이다. 크리스마스의 화려 한 조형물과 캐롤, 휘황찬란한 조명과 광고들의 홍수 사 이로 기업들은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각종 미디어 기 업들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청자들...
    Date2019.03.08 Views663
    Read More
  7.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
    Date2019.01.03 Views1335
    Read More
  8.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지난 6월 12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 교체 대...
    Date2019.01.03 Views1614
    Read More
  9.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한국영상기자협회 편집위원 김정은 기자(KBS)가 영상기자들 이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미래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영 상기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번 호부터 총 4편의 글을 영 상기자(협회보)에 게재한다. 제1편 행위와 ...
    Date2019.01.03 Views1113
    Read More
  10.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
    Date2019.01.03 Views457
    Read More
  11. 2018년을 돌아보며

    2018년을 돌아보며 퇴근길에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네가 김장할 정신도 없을 것 같아서 이모가 해 놓았으니 시간 될 때 찾아가라는 내용이 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고 보 니, 올해도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부 캡을 맡은 지도 1...
    Date2019.01.03 Views422
    Read More
  12.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다사다망(多事多忙). 2018년 직장인들 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을 뜻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나의 2018년을 되돌아봤 다.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Date2019.01.03 Views477
    Read More
  13. [2019년 각오]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12월 4일, 백석역에서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평소보다 추운 날이었다. 온수와 난방 작동이 멈춘 몇몇 가정을 방문해 취재...
    Date2019.01.02 Views432
    Read More
  14. 그림을 그리자

    그림을 그리자 (중략) 점점 이 일을 하면 할수록 그 원류를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는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이나 그 기록의 힘과 속기 성을 따라갈 매체가 아직 없지만 대상을 관찰해서 특성을 파악해 다시 재현한다는 관점, 즉 재해석의 관점에서 ...
    Date2019.01.02 Views426
    Read More
  15. 채널2의 사회학

    채널2의 사회학 모두가 알다시피 채널 2는 현장음을 수신하는 채널이다. 기자의 의도가 확실히 담겨 특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채널1과 달리 채널 2는 의도되지 않는 현장의 소리가 담긴다. 이런 채널의 속성을 매체와 사회의 관계 문제로 가져가게 되면 두 채...
    Date2018.12.19 Views455
    Read More
  16.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인류의 역사를 기록한 최초의 흔적이다. 이와 동시에 동굴 벽화라는 미디어가 발생했다. 아마 구석기에서 신석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사용한 역사 기록 미디어는‘ 동굴 벽’을 벗...
    Date2018.12.19 Views608
    Read More
  17. 군국 일본의 언론통제

    군국 일본의 언론통제  우리나라는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 여론지도”라는 미명 하에 국민을 국내와 세계가 돌아가는 정보로부터 고립시키고 나아가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써 언론통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군사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
    Date2018.10.19 Views695
    Read More
  18. 낯익은 길, 하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

    낯익은 길, 하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 6·12 북미 정상회담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각국에서 싱가포르로 파견한 취재진만 최소 3000명에 달했다고 전해질만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 와중에 우리는 적잖이 불편한 사건 하...
    Date2018.10.19 Views418
    Read More
  19.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생존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베인즈 뉴스 픽쳐스(Bain’s News Picture)를 통해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생존자 중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었고, 그...
    Date2018.10.19 Views623
    Read More
  20.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전 세계의 이목이 남북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가상의 선에 불과한 국경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놀랍고도 어지러운 반전’이라고 표현한 뉴욕타임즈의 논평처럼 ...
    Date2018.07.04 Views2689
    Read More
  21.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담에 대한 희망적 관측과 더불어 과거 정권교체 대상이었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Date2018.07.04 Views5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