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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를도 없이 1, 2, 3차 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 등 10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초대형 이벤트를 연이어 치러냈다. 벌써, 12월. 한 해가 패스트 포워드(FF)된 느낌이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분명히, 꼭, 바꾸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영방송 뉴스영상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우리나라 뉴스영상은 종편이 급격하게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지상파3사 경쟁시절보다 더 심한 선정성 경쟁에 빠져버렸다. JTBC가 방송뉴스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지만 보도 영상에서만큼은 여타 종편과 다를 바 없었다. 정신없이 빠른 컷 전환, 현란한 영상효과, 화면 가득한 자막 등 자극적인 영상구성으로 영상 저널리즘은 황폐화되어 버렸다. 영상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시청자들을 현혹해서 채널을 떠나가지 못하게 하는 눈요기꺼리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반성의 소리도 있었지만 누구도 시청률 하락이라는 멍에를 쓰려하지 않았기에 더욱 더 악화 기로에 있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더구나 공영방송인 우리 KBS가 선정성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기에 자괴감은 더 컸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저 더 정제된 영상으로 바꾸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영상을 스쳐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곱씹을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해 컷의 길이를 충분히 늘이고, PIP인터 뷰나 화면 분할 등 과도한 영상효과들은 과감히 배제해서 영상의 내러티브를 더 살리려 노력했다. 관행이라는 강한 관성에 의한 저항이 곳곳에서 만만치 않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외형적으로 는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영상의 내러티브를 살리는 정교한 단계까지 이르기에는 먼 여정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아쉬웠던 것은 이런 노력 들이 처음에는 영상기자들에게도 공감 대를 형성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도 관행화되고 체질화되어버리면 바꿔야한다는 문제의식조차 마비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쳐야 했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변화에 무감하고, 시청률 하락의 기미가 보이면 그 원인의 하나를 화끈한 그림의 부재로 분석하는 회사와 그것에 압력을 받는 데스크들. 기사는 정론을 추구하면서도 영상은 선정성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변화들이 가능했던 것은 결국 새롭게 변화하려는 KBS 보도본부 구성원들의 열망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변화는 시작하는 것보다 지켜내는 것이 더 어렵다. 바라기는 깨어있는 시청자 국민들이 지지를 해준다면 영속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기회가 계속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변화하고 싶은 방향은 콘텐츠 가공자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방송환경은 디지털, 모바일기술의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발전 으로 미디어 유통 플랫폼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빠르게 계속 변화하고 있다. 뉴스영상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제 영상기자는 콘텐츠 의 진정한 생산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단순 생산, 보관만 했다 면 이제는 가공, 유통을 해야 한다. 이는 시대의 적극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끝끝내 꼰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귀를 활짝 열겠다. 보청기라도 끼겠다. 관리자만 되면 꼰대가 되는 선배들을 보고 울분을 터뜨렸던 과거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최연송 사진2.jpg

 

최연송 / KBS 통합뉴스룸 영상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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