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3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사진).jpg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움이 된다.
 
 영상기자 8년차인 나는 익숙해진 취재와 편집을 잠시 멈췄다. 내가 해 오던 일과 거리를 좀 두고 멀리서, 혹은 부감으로 내일을 볼 기회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현재 디지털 뉴스제작부 크랩(K-LAB)팀에서 10~20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영상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디지털 부서로 간 정확한 동기는? 글세, 그건 나 자신도 뚜렷한 언어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내 직종에서 일정한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던 상황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으리라. 레거시 미디어가 영향력을 잃고 온라인 뉴스 소비가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같은 것이 적지 않았다.
 
 변화는 거세게 밀려왔지만 사무실 안의 인력과 장비는 오히려 줄고 있었다. 방송을 때우는 것(우리의 전통적 업무 영역인 취재와 제작)조차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무언가 도전하고 싶고 길을 개척하고 싶던 차였다.
 
 여차저차 발령이 난 후 내 생활은 ‘자립’ 문제로 귀결됐다. 모든 것이 1인 해결 시스템이었다. 아이템을 찾아 발제하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제작까지. 느닷없이 디지털 부서에 발령 받은 늦깎이 신입. 기사 작성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4~5줄을 적는 데에도 진땀을 뺐다.
 
 가장 어려운 점은 관성을 깨는 것이었다. 뉴스 영상에서 금기시됐던 촬영기법이나 편집 효과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했다. 뉴스의 전통적인 앵글이나 카메라 워킹도 깨부숴야 했다. 당연히 적응 속도는 더뎠다. 이미 몸은 전통의 뉴스 촬영, 편집에 익숙해져 있고 디지털 영상에서 쓰는 편집 기법과 컷 길이, 컷 사이즈 하나 등 전부가 눈에 거슬렸으니까. 과거에는 현장을 둘러보며 촬영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편집을 떠올려야 했면 후반 작업(모션그래픽/자막/BGM 등)이 많은 디지털뉴스 영상 콘텐츠는 촬영 전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촬영 콘셉트를 미리 잡는다. 이건 실로 큰 차이다.
 
 가공하지 않은 영상 원본의 신성함을 예찬하던 DNA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관심을 끌지 못하면 클릭조차 없고 몰입이 안 되면 10초 만에도 재생 중인 영상을 꺼 버린다. 패러다임이 다른 시장이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 진입한 이상 부서에 돌아갈 때까지는 여기에 충실하자, 전통 뉴스 철학은 잠시 잊자,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기존 언론사 아이템 이외에 다른 채널의 영상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섬네일과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 클릭을 유도한 뒤 영상 앞부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배치한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재미와 관심의 긴장을 유지시킨다. 방송 시청률과 달리 개별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 내 콘텐츠를 누가(성별/연령/지역) 얼마나 오래 봤는지(시청 지속시간), 어느 부분에서 영상을 껐는지 알 수 있다. 천 회를 못 넘기고 증발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시청 지속시간과 댓글 등 반응이 좋아 심하다 싶을 만큼 과잉 노출되는 콘텐츠도 있다. 몇 시간만에 수십만 회를 넘기기도 한다. 이용자 반응 분석과 반영이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디지털뉴스부에 와서 좋댓공(좋아요,댓글,공유)에만 목메는 따봉충이 되어버린 걸까?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바는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직업 소명 중 하나가 아닐까?”
 
 현실은 조회수 경쟁이 뉴스 가치를 압도한다. 방송 채널이 아무리 늘었다 해도 유튜브 채널 수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곳은 가히 정글이다. 일반 개인 채널 이용자부터 전문가 미디어 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채널이 존재한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품격 있고 절제된 영상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희귀하다. 바로 이 지점이 내게 블루오션이었다. 유익한 뉴스 영상 콘텐츠가 늘고 좋은 평가를 받고 디지털 영상 시장 내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작으나마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
 
 누구나 영상을 찍고 제작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찍고 전달하는 데서 그쳐야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미디어 환경은 변해 가는데 기존 방송 뉴스의 영상을 담당하는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나는 조금이나마 내 고향에서 떨어져 이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해 볼 기회를 가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10년 간 TV뉴스에서 영상취재 영상은 줄고, 이외의 영상은 늘었다. 제공 화면, CG 등 말이다. 경영 논리에 따라 기자 숫자는 계속 줄고, 커버해야 할 보도 프로그램은 늘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멀티형 기자는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취재현장을 떠나서, 시청자로서 TV뉴스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있었던 현장, 현장의 분위기, 현장에 있는 동료 등이 생각난다. 늘 자신이 빛나기보단 남을 빛 내는데 익숙한 사람들. 그 역할은 가치가 있고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득 현장이 그립다. 가치 있는 일, 내가 선택한 일을 더 나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뭘 더 개선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의 현장은 내 안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성주 / KBS 디지털뉴스제작    유성주 증명사진.jpg

 


  1.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 일광욕을 즐기는 얄리와 쎵 떠오른다. 10대 때 아주 힘들게 읽어나갔던, 책(데미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
    Date2020.11.17 Views385
    Read More
  2. 방종혁의 씨네노트 - 사극의 두 얼굴, 허구와 실화 '군도-민란의 시대' VS '명량'

    사극의 두 얼굴-허구와 실화 -‘군도-민란의 시대’ vs ‘명량’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와 ‘명량’이 개봉됐다. ‘군도’는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이고 ‘명량’은 이순신이라는 실존 인물과 ‘명량해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화라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Date2014.08.14 Views3314
    Read More
  3. 방종혁의 시네노트 - 흑백으로 되살린 전쟁범죄의 기억-『지슬』

    흑백으로 되살린 전쟁범죄의 기억-『지슬』 영화가 시작되면 마루에 나뒹구는 제기(祭器)들이 보인다. 그 뒤로 방문이 열리면서 군인이 등장하고 카메라가 좀 더 들어가면 이불장에 걸친 여자의 시신이 보인다. 군인은 그 앞에서 동료와 함께 칼로 과일을 나...
    Date2013.06.04 Views3426
    Read More
  4. 방송환경의 변화에 영상기자들의 변화

    방송사 입사하기 전에 방송사 취업을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에서는 방송과 다른 학과를 전공했고 주위에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입사준비를 하긴 쉽지 않았다. 당시 입사 시험에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서 그나마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Date2018.01.10 Views705
    Read More
  5. 박주영의 세상보기 - 역경은 창조주가 준 선물

    삶은 거대한 산과 같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심신(心身)을 단련해야 하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육체적 장애와 정신적 나약함으로 중간에 포기하거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도전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
    Date2014.03.21 Views2149
    Read More
  6.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3]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국제뉴스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분열의 자화상: 미,영의 언론들을 통해 세계를 보아 온 한국 언론의 관성과 학습된 ...
    Date2023.06.29 Views142
    Read More
  7.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1]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미하일 아르신스키 (Mikhail Arshynski,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기로에 선 세계상(대상) 수상자)  루카센코 장기독재에 신음하는 벨라루스 민주주...
    Date2023.06.29 Views144
    Read More
  8.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인류의 역사를 기록한 최초의 흔적이다. 이와 동시에 동굴 벽화라는 미디어가 발생했다. 아마 구석기에서 신석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사용한 역사 기록 미디어는‘ 동굴 벽’을 벗...
    Date2018.12.19 Views528
    Read More
  9. 미디어 풍요시대, 필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풍요시대, 필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스마트미디어의 등장은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미디어산업의 전반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모바일로 대표되는 스마트미디어는 기술적으로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주었고, 미디어 이...
    Date2021.07.06 Views361
    Read More
  10.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MBN 영상기자들이 기획취재 장비운용계획을 의논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무선마이크 장비를 지급받은 영상기자가 많을 것이다. 700Mhz 무선마이크 사용이 2021년 1월 1일부터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간 무선마이크 주파수로 사용하던...
    Date2021.01.07 Views1162
    Read More
  11.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 지난 7월 18일 한 방송사에서 대구 스크린골프장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는 소방대원의 가까이에 드론을 날리고 있는 장면 4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은 손쉽게 온·오프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소방...
    Date2019.09.09 Views439
    Read More
  12.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재현장 보도 윤리·취재 방식도 변화 ▲지난 12월 21일 가족 새해 소망을 듣기 위해 방송사 취재진이 마이크 연장봉을 이용해 마스크 쓴 시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종로 경찰서 앞에...
    Date2021.01.08 Views401
    Read More
  13.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
    Date2020.01.08 Views234
    Read More
  14.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과 관련된 법규와 제도는 자동차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19세기 당시 영국의 시가지에는 마차가 즐비했는데, 이들과의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에는 3명의 운전수를 태우고 이 중 한...
    Date2017.08.30 Views571
    Read More
  15.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
    Date2020.03.11 Views310
    Read More
  16. 도심 속 고궁 산책

    도심 속 고궁 산책 ▲ 올여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서울은 천박한 도시.” 지난여름,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을 가리켜 아파트값만 얘기하게 되는 천박한 도시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행정수도 이전의 필...
    Date2020.11.17 Views235
    Read More
  17.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법원은‘또다른조두순들’에어떤판결을내렸나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키워드로본'스쿨존교통사고'…사각지대도확인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뉴스가 새롭...
    Date2021.01.08 Views254
    Read More
  18.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KBS대전뉴미디어팀에서근무하고있는필자 지난 2월 KBS 대전총국 내 새로운 조직인 디지털 관련 부서가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갈망해 왔지, 사실 디지털 분야는 그...
    Date2021.01.08 Views420
    Read More
  19.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
    Date2019.05.08 Views290
    Read More
  20. 다기능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

    다기능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 모바일 저널리즘은 스마트 폰 또는 태블릿을 사용하여 뉴스를 취재하고 전달하는 프로세스로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의 발전으로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HD-ENG 카메라보다 더 화질이 좋은 4K UHD 영상을 촬영, 편집할 ...
    Date2017.07.21 Views673
    Read More
  21. 다가오는 '본격' 지방자치시대 지역방송사,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연방제’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정부내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법과 제도를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Date2018.01.10 Views63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