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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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사진).jpg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움이 된다.
 
 영상기자 8년차인 나는 익숙해진 취재와 편집을 잠시 멈췄다. 내가 해 오던 일과 거리를 좀 두고 멀리서, 혹은 부감으로 내일을 볼 기회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현재 디지털 뉴스제작부 크랩(K-LAB)팀에서 10~20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영상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디지털 부서로 간 정확한 동기는? 글세, 그건 나 자신도 뚜렷한 언어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내 직종에서 일정한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던 상황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으리라. 레거시 미디어가 영향력을 잃고 온라인 뉴스 소비가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같은 것이 적지 않았다.
 
 변화는 거세게 밀려왔지만 사무실 안의 인력과 장비는 오히려 줄고 있었다. 방송을 때우는 것(우리의 전통적 업무 영역인 취재와 제작)조차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무언가 도전하고 싶고 길을 개척하고 싶던 차였다.
 
 여차저차 발령이 난 후 내 생활은 ‘자립’ 문제로 귀결됐다. 모든 것이 1인 해결 시스템이었다. 아이템을 찾아 발제하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제작까지. 느닷없이 디지털 부서에 발령 받은 늦깎이 신입. 기사 작성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4~5줄을 적는 데에도 진땀을 뺐다.
 
 가장 어려운 점은 관성을 깨는 것이었다. 뉴스 영상에서 금기시됐던 촬영기법이나 편집 효과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했다. 뉴스의 전통적인 앵글이나 카메라 워킹도 깨부숴야 했다. 당연히 적응 속도는 더뎠다. 이미 몸은 전통의 뉴스 촬영, 편집에 익숙해져 있고 디지털 영상에서 쓰는 편집 기법과 컷 길이, 컷 사이즈 하나 등 전부가 눈에 거슬렸으니까. 과거에는 현장을 둘러보며 촬영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편집을 떠올려야 했면 후반 작업(모션그래픽/자막/BGM 등)이 많은 디지털뉴스 영상 콘텐츠는 촬영 전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촬영 콘셉트를 미리 잡는다. 이건 실로 큰 차이다.
 
 가공하지 않은 영상 원본의 신성함을 예찬하던 DNA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관심을 끌지 못하면 클릭조차 없고 몰입이 안 되면 10초 만에도 재생 중인 영상을 꺼 버린다. 패러다임이 다른 시장이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 진입한 이상 부서에 돌아갈 때까지는 여기에 충실하자, 전통 뉴스 철학은 잠시 잊자,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기존 언론사 아이템 이외에 다른 채널의 영상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섬네일과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 클릭을 유도한 뒤 영상 앞부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배치한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재미와 관심의 긴장을 유지시킨다. 방송 시청률과 달리 개별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 내 콘텐츠를 누가(성별/연령/지역) 얼마나 오래 봤는지(시청 지속시간), 어느 부분에서 영상을 껐는지 알 수 있다. 천 회를 못 넘기고 증발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시청 지속시간과 댓글 등 반응이 좋아 심하다 싶을 만큼 과잉 노출되는 콘텐츠도 있다. 몇 시간만에 수십만 회를 넘기기도 한다. 이용자 반응 분석과 반영이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디지털뉴스부에 와서 좋댓공(좋아요,댓글,공유)에만 목메는 따봉충이 되어버린 걸까?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바는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직업 소명 중 하나가 아닐까?”
 
 현실은 조회수 경쟁이 뉴스 가치를 압도한다. 방송 채널이 아무리 늘었다 해도 유튜브 채널 수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곳은 가히 정글이다. 일반 개인 채널 이용자부터 전문가 미디어 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채널이 존재한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품격 있고 절제된 영상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희귀하다. 바로 이 지점이 내게 블루오션이었다. 유익한 뉴스 영상 콘텐츠가 늘고 좋은 평가를 받고 디지털 영상 시장 내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작으나마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
 
 누구나 영상을 찍고 제작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찍고 전달하는 데서 그쳐야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미디어 환경은 변해 가는데 기존 방송 뉴스의 영상을 담당하는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나는 조금이나마 내 고향에서 떨어져 이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해 볼 기회를 가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10년 간 TV뉴스에서 영상취재 영상은 줄고, 이외의 영상은 늘었다. 제공 화면, CG 등 말이다. 경영 논리에 따라 기자 숫자는 계속 줄고, 커버해야 할 보도 프로그램은 늘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멀티형 기자는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취재현장을 떠나서, 시청자로서 TV뉴스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있었던 현장, 현장의 분위기, 현장에 있는 동료 등이 생각난다. 늘 자신이 빛나기보단 남을 빛 내는데 익숙한 사람들. 그 역할은 가치가 있고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득 현장이 그립다. 가치 있는 일, 내가 선택한 일을 더 나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뭘 더 개선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의 현장은 내 안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성주 / KBS 디지털뉴스제작    유성주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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