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2 14:04

[줌인]

조회 수 3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은 국내 모든 이들에게 감격 그 자체를 선물했다. 아카데미는 이제까지 상업영화의 메카, 문화 성지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불과 100년전 일본과 제국주의 질서를 상호 승인하고 조선 망국에 길을 터 준 그 미국이 아닌가? 망국 조선 후예들의 영화가 제국주의 최강자, 그 본토의 영화계를 평정한 것이다.

 

 『어렸을 때 제가 영화 공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신 분이 있었는데요. That quote wa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그 말은 우리의 위대한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었습니다.)

 

 이 말이 화제가 됐다. 봉준호가 개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을지, 그가 영화 속에서 얼마나 헌신하고 노력했을지 이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모든 것이 그의 영화 속에 이미 다 녹아 있다.

 

 이러한 경사의 반대편에는 웃픈 아이러니 역시 존재한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불과 몇 년 전,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던 나라가 아닌가? 봉준호 역시 송강호, 박찬욱 등과 함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다. 2017년 1월에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끝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많은 문화예술인은 물론 국민들께 심대한 고통과 실망을 야기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역사적인 촛불 혁명이 있었고 정치 권력, 행정부 권력이 대거 교체되고 이른바 적폐 패거리들이 감옥에 가거나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른바『기생충』센세이션에 옛 여권 (현재 미래통합당으로 합당) 의원들도 천연덕스럽게 숟가락을 얹는 모습에 말문이 막힌다.

 

강효상 의원 : “대구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

 

 과거를 망각한 구 여권 의원들, 그리고 봉준호 감독 모두 위기에 처한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진짜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끝없이 추락 중이다. 이런 추락과 이런 무관심은 아마 언론 사상 처음 겪는 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시대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반성도, 양심도 없이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우리 언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부끄럽지만 그게 세인들의 평가다. 우리의 추태, 악취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언론에 부족한 것, 결핍된 것, 우리가 보완해야 할 것, 고칠 것. 거기엔 봉준호를 참고하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것은 언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우리는 개인적인 것을 갈고닦아야만 하는 마지막 기회, 마지막 시점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수용자들이 원하는 것, 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과거에 우리가 제공하던 뭉뚝한 정보가 아니다. 덩어리로, 집단 질서로 만들어내는 뉴스, 수직적 도제질서 하에서 어제를 흉내 내는 수준의 품질로는 수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영화계의 봉준호처럼 언론에도 모범이 될 첫 사례가 필요하다. 그러한 쾌거를 이룰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은 집단의 사고, 덩어리적 질서 안에서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끊임없이 개인 안으로 침잠하며 자기를 예리하게 깎고 다듬고 창조하는 인간이 나올 수 있는 풍토인지 우

리 일터, 문화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블랙리스트는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억압, 관리, 선후배의 규율, 길들이기, 강요 등과 같은 수많은 구질서. 그것들이야말로 창조성과 진실, 훌륭한 실력을 갖춘 기자를 탄압하고 억압하는 진짜 블랙리스트가 아닐까?

 

 

김정은 / 편집장    김정은.jpg

 


  1. [줌인]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
    Date2020.03.12 Views318
    Read More
  2. 스마트폰 맛집 투어

    스마트폰 맛집 투어 ▲ 맛집 음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보통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일 것이다. 하루하루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우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끼니 때우기’ 로 치자면 흔한 순댓국집이나 해장국집 등을 찾...
    Date2020.05.07 Views364
    Read More
  3.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446
    Read More
  4.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잊혀진 씨네아스트 김기영- ▲ 사진(MBN뉴스 갈무리) ▲ 김기영 기획전 포스터(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칸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영화 역사상 이 둘을 동시 석권한 작품은 1945년...
    Date2020.05.07 Views366
    Read More
  5.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
    Date2020.05.07 Views312
    Read More
  6. [줌인] 포비아와 왜(倭)신

    포비아와 왜(倭)신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자기 진면목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엔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파괴적일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기, 국내 언론은 ...
    Date2020.05.07 Views378
    Read More
  7.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 당시 연합뉴스에 보도된 화면 갈무리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수정)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사진을 여러 장 취재해 보도했다. 교민...
    Date2020.05.07 Views679
    Read More
  8.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526
    Read More
  9.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66
    Read More
  10.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
    Date2020.07.16 Views390
    Read More
  11.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266
    Read More
  12.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86
    Read More
  13.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306
    Read More
  14.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미국 911 이후 쌍둥이 빌딩의 폐허 자리에 지하 공간을 유지해 참사를 기억하자고 했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Daniel Libeskind)의 제안보다 그 인근에 고만고만한 건물들을 건설하자는 계획은 시민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Date2020.07.17 Views364
    Read More
  15.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86
    Read More
  16.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
    Date2020.07.17 Views312
    Read More
  17.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승선 교수/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오래된 것 일수록 그렇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수용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바뀌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경고도 불문한다. 흡연 같은 경...
    Date2020.07.17 Views419
    Read More
  18. [줌인]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줌인] 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어요. ... 사실 유를 치나 안 치나 뭐 대표님한테 나쁜 건 없잖아요. ...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 ... 이렇게 하면 실형은 막을 수 있...
    Date2020.07.17 Views355
    Read More
  19.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
    Date2020.07.17 Views541
    Read More
  20.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Date2020.09.15 Views273
    Read More
  21.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
    Date2020.09.15 Views2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