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2 14:04

[줌인]

조회 수 34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은 국내 모든 이들에게 감격 그 자체를 선물했다. 아카데미는 이제까지 상업영화의 메카, 문화 성지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불과 100년전 일본과 제국주의 질서를 상호 승인하고 조선 망국에 길을 터 준 그 미국이 아닌가? 망국 조선 후예들의 영화가 제국주의 최강자, 그 본토의 영화계를 평정한 것이다.

 

 『어렸을 때 제가 영화 공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신 분이 있었는데요. That quote wa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그 말은 우리의 위대한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었습니다.)

 

 이 말이 화제가 됐다. 봉준호가 개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을지, 그가 영화 속에서 얼마나 헌신하고 노력했을지 이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모든 것이 그의 영화 속에 이미 다 녹아 있다.

 

 이러한 경사의 반대편에는 웃픈 아이러니 역시 존재한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불과 몇 년 전,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던 나라가 아닌가? 봉준호 역시 송강호, 박찬욱 등과 함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다. 2017년 1월에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끝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많은 문화예술인은 물론 국민들께 심대한 고통과 실망을 야기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역사적인 촛불 혁명이 있었고 정치 권력, 행정부 권력이 대거 교체되고 이른바 적폐 패거리들이 감옥에 가거나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른바『기생충』센세이션에 옛 여권 (현재 미래통합당으로 합당) 의원들도 천연덕스럽게 숟가락을 얹는 모습에 말문이 막힌다.

 

강효상 의원 : “대구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

 

 과거를 망각한 구 여권 의원들, 그리고 봉준호 감독 모두 위기에 처한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진짜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끝없이 추락 중이다. 이런 추락과 이런 무관심은 아마 언론 사상 처음 겪는 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시대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반성도, 양심도 없이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우리 언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부끄럽지만 그게 세인들의 평가다. 우리의 추태, 악취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언론에 부족한 것, 결핍된 것, 우리가 보완해야 할 것, 고칠 것. 거기엔 봉준호를 참고하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것은 언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우리는 개인적인 것을 갈고닦아야만 하는 마지막 기회, 마지막 시점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수용자들이 원하는 것, 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과거에 우리가 제공하던 뭉뚝한 정보가 아니다. 덩어리로, 집단 질서로 만들어내는 뉴스, 수직적 도제질서 하에서 어제를 흉내 내는 수준의 품질로는 수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영화계의 봉준호처럼 언론에도 모범이 될 첫 사례가 필요하다. 그러한 쾌거를 이룰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은 집단의 사고, 덩어리적 질서 안에서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끊임없이 개인 안으로 침잠하며 자기를 예리하게 깎고 다듬고 창조하는 인간이 나올 수 있는 풍토인지 우

리 일터, 문화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블랙리스트는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억압, 관리, 선후배의 규율, 길들이기, 강요 등과 같은 수많은 구질서. 그것들이야말로 창조성과 진실, 훌륭한 실력을 갖춘 기자를 탄압하고 억압하는 진짜 블랙리스트가 아닐까?

 

 

김정은 / 편집장    김정은.jpg

 


  1.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94
    Read More
  2.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546
    Read More
  3.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 당시 연합뉴스에 보도된 화면 갈무리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수정)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사진을 여러 장 취재해 보도했다. 교민...
    Date2020.05.07 Views715
    Read More
  4. [줌인] 포비아와 왜(倭)신

    포비아와 왜(倭)신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자기 진면목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엔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파괴적일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기, 국내 언론은 ...
    Date2020.05.07 Views398
    Read More
  5.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
    Date2020.05.07 Views342
    Read More
  6.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잊혀진 씨네아스트 김기영- ▲ 사진(MBN뉴스 갈무리) ▲ 김기영 기획전 포스터(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칸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영화 역사상 이 둘을 동시 석권한 작품은 1945년...
    Date2020.05.07 Views399
    Read More
  7.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472
    Read More
  8. 스마트폰 맛집 투어

    스마트폰 맛집 투어 ▲ 맛집 음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보통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일 것이다. 하루하루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우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끼니 때우기’ 로 치자면 흔한 순댓국집이나 해장국집 등을 찾...
    Date2020.05.07 Views397
    Read More
  9. [줌인]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
    Date2020.03.12 Views348
    Read More
  10.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끼고 취재하고 있는 필자<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행동반경을 가지는 직업은 뭘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영상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장소나 시간 제...
    Date2020.03.12 Views432
    Read More
  11.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560
    Read More
  12.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작년 이맘때쯤 처음 빛고을에 발을 딛고 난 후 1년 동안 머릿속에 늘 떠오르던 생각이다. KBS에 입사하기 전 서울에서 맞닥뜨리던 현장과 업무와 비교할...
    Date2020.03.11 Views355
    Read More
  13.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 제주 월정리 해변에 취재하고 있는 필자 2016년 4월, 일주일 동안 제주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친구네 놀러 가서 사흘, 영화제가 열린다는 강정마을에서 이틀, 그리고 결혼 후 제주시 구좌읍...
    Date2020.03.11 Views422
    Read More
  14.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
    Date2020.03.11 Views418
    Read More
  15.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 지난 11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영종도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세미나실에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내용을 마지막 점검하고 있는 집필진<사진>. 2014년 1월에 개봉했던 ‘겨울왕국’이 ...
    Date2020.01.09 Views394
    Read More
  16. [줌인] 아듀 2019, 웰컴 2020!!

    아듀 2019, 웰컴 2020!! 2019년 한 해가 저물고 2020 새해가 왔습니다. 우주 만물이 저마다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0, 우리의 새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새해엔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TV 뉴스는 한층 더 위기를 ...
    Date2020.01.09 Views359
    Read More
  17.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검찰 뉴스의 익숙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피의자 소환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당...
    Date2020.01.09 Views431
    Read More
  18.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
    Date2020.01.09 Views498
    Read More
  19.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
    Date2020.01.08 Views391
    Read More
  20.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
    Date2020.01.08 Views309
    Read More
  21.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Date2020.01.08 Views32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