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9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증명서를 작성한 뒤에야 출국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야 우리나라가 얼마나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미국에 입국할 때에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체온 측정 한번 한 것이 전부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체온 측정과 설문지 작성뿐만 아니라 실제 거주 할 곳의 주소 기입, 자가격리 안심 어플 설치 등을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했다. 물론 입국 절차를 거치며 거주지 주소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적으며 이 주소를 왜 이렇게 반복해서 적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방역을 위해서 고생하고 있는 공무원과 관계자들을 위해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보건소에 들러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본격적인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도저히 격리시설에서 2주간 머무를 자신이 없어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출장 장비 소독이었다. 사실 보통 출장을 다녀오면 장비를 회사에 반납하고 파일 인제스트를 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장비 어딘가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배터리 접촉 부분 등 전기가 닿는 부분과 렌즈 부분을 제외하고 집에서 방역 도구를 이용하여 1차로 소독을 마쳤다. 외장하드와 노트북에도 이중으로 백업을 마치고 며칠이 지난 뒤에 회사에 연락하여 장비를 반납하고 파일을 넘겼다. 장비를 가지러 집으로 찾아온 촬영보조친구의 다소 겁먹은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촬영보조 일을 하는 친구에게 회사에 도착하는대로 다시 한번 소독을 하고 난 뒤에 장비 반납을 하라고 일러두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집 밖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2주 내내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입국 다음 날 구청 보건소에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외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집 밖에 나선 즉시 휴대폰에서 자가격리 위반 알림이 울렸고 이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느 날은 초인종이 울리길래 ‘집에 올 사람이 없는데..’ 생각 하고 문을 열어보니 관할 구청 공무원이 집으로 찾아왔다. 자가 격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불시에 방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 사진과 나의 얼굴을 몇 차례 번갈아보며 응시하고는 떠났다. 휴대폰에 자가격리자 안심 어플을 설치할 때 허용 권한으로 위치정보,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등을 열람할 수 있다고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문제가 생긴 경우에 살펴보기 위해서였겠지만, 2주 내내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을거라 생각 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통화를 하고 있는 것도 듣진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며칠 뒤에 구청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심리지원을 시행하고 있다는 문자가 오기도 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자가격리 기간동안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외출했다는 사람들의 기사를 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산책이라도 다녀오는 게 집에서 가만히 있다가 미쳐버리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온 나라가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도 조금만 힘내서 버티자 다짐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굳게 먹고 버텨나갔다.


 5월 22일 0시 0분, 드디어 자가격리가 해제되었다. 그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6시에 집에서 나왔다. 3시간 일찍 출근해서 회사 앞 스타벅스에서 샐러드와 커피를 마시며 바깥 공기와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절절히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는 자가격리를 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다짐했다. 회사에 돌아오자 반갑게 맞아주는 동료들의 인사가 고맙고 반가웠다. ‘재현 씨는 집에 있는 것 원래 좋아하니까 잘 지냈 지?’라는 질문에 자가격리의 어려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자유의 소중함과 외출의 즐거움. 자가격리를 통해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김재현 / KBS (사진) 김재현 증명사진.jpg


 


  1. ★ 좋은 첫인상은 경쟁력이다 ★

    ★ 좋은 첫인상은 경쟁력이다 ★ 첫 인상은 두 번 줄 수 없다. 첫 인상이 좋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없어 지속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좋지 못한 자신의 첫 인상은 상대방에게 곧 마지막 인상이다. 첫인상에서 호감을 준다면 이...
    Date2013.06.04 Views3070
    Read More
  2. No Image

    <방종혁의 씨네노트>죽도록 고생하기, 이제는 러시아에서...

    죽도록 고생하기, 이제는 러시아에서... -다이하드: good day to die 존 매클레인 형사(브루스 윌리스)는 크리스마스마다 죽도록 고생했었다. 휴가를 내어 근무지 뉴욕에서 대륙의 반대편 LA에 있는 와이프를 보러가는 것은 만만찮은 일인데, 얼굴을 보기 전...
    Date2013.03.30 Views2896
    Read More
  3.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지역심사 위원으로 기자상심사 참가 3월 중순, 4년 동안의 부산지부장 역할을 마치고 현업에 열중하던 중 새롭게 협회장에 취임한 나준영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올 해부터 이달의 영상기자상 ...
    Date2021.05.06 Views302
    Read More
  4.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로 ‘영상기자상’ 심사 4년차가 되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소감을 밝히자면,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영상보도를 ‘뉴스현장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 서...
    Date2024.05.08 Views112
    Read More
  5.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8시 50분. 커피 한 잔과 함께 회사에 들어서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9시 10분. 취재 일정이 나옵니다. 하루에 리포트 하나 정도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3시경이면 현장 취재는 끝납니다. 취재...
    Date2020.01.08 Views452
    Read More
  6. 2018년을 돌아보며

    2018년을 돌아보며 퇴근길에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네가 김장할 정신도 없을 것 같아서 이모가 해 놓았으니 시간 될 때 찾아가라는 내용이 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고 보 니, 올해도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부 캡을 맡은 지도 1...
    Date2019.01.03 Views398
    Read More
  7.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
    Date2019.01.03 Views1310
    Read More
  8.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
    Date2019.01.03 Views435
    Read More
  9. <CS칼럼> 남의 실수가 교훈이 되는 세 가지 이야기

    남의 실수가 교훈이 되는 세 가지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쥐도 새도 모르게 바뀐 항공권 몇 해전 휴가를 맞아 친구들과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할 때 일이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여러 여행사 사이트를 비교하여 친구의 노력으로 할인...
    Date2014.11.18 Views2055
    Read More
  10. <CS칼럼> 용모복장은 나의 명함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현대사회 생활에 있어서 복장은 단순한 옷이 아니다. 복장은 기능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영향력있는 메시지전달 수단이 됨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알리는 명함이다. 상대방의 옷차림만으로도 무엇을 하는 사...
    Date2014.03.21 Views6222
    Read More
  11. <cs칼럼> 우리 사회의 이런저런 갑질

    우리 사회의 이런저런 갑질 기업 교육을 하는 제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직종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일적인 만남이다 보니 상대의 모습만으로는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힘이 듭니다. 특히 저와 같이 회사에 강사로 초빙되어 그 ...
    Date2014.12.30 Views2893
    Read More
  12. <CS칼럼> 자기만 모르는 남들의 평판

    예전에 함께 근무를 했던 동료 한 명이 있다. 그 직원은 학벌도 좋고 똑똑했지만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다른 직원과 함께 일을 하는 태도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기 보다 자기 중심사고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일을 공동으로 수행해야...
    Date2014.08.14 Views2303
    Read More
  13. <박주영의 세상보기> 배려하는 문화와 가치관

    박주영기자의 세상보기 사람은 본질적으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본질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하고 재물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또다시 명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부모라는 사람의 매...
    Date2014.05.21 Views2171
    Read More
  14. <방종혁의 씨네노트> 스크린에서 실패한 TV드라마 - 역린

    역린-스크린에서 실패한 TV드라마 사이비(似而非): 비슷해 보이지만 같지 않음. 사극(史劇):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나 영화 이재규 감독의 영화 ‘역린’(逆鱗)을 보는 내내 이 두 단어가, 더 정확히 말해서는 이 두 단어의 그림자가 머릿속에서 ...
    Date2014.05.21 Views2637
    Read More
  15. <방종혁의 씨네노트> 전쟁 기계가 말하는 제2차 세계대전 - '퓨리'

    전쟁 기계가 말하는 제2차 세계대전-퓨리 전쟁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저마다의 희망사항을 가지고 극장에 들어간다. 오락을 중시하면 화끈한 전투 장면을, 드라마를 보기 위해 극중 인물에 집중하기도 하고, 역사적 사실이나 장비에 대한 관심으로 스크린을 응...
    Date2014.12.30 Views3573
    Read More
  16. <방종혁의 씨네노트> 혈연 VS 시간(추억), 가족의 조건은?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개인적으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의 영화를 다 보지는 않았다. 처음 본 영화는 2001년에 개봉한 ‘원더풀 라이프’이고 이후 ‘환상의 빛’(1995), ‘아무도 모른다’(2004), ‘하나’(2005)를 봤다. 그 사이 만...
    Date2014.03.21 Views2451
    Read More
  17. <방종혁의 씨네노트>혼란스런 시대를 산 작가의 내면을 기록하는 영화 - 황금시대

    <황금시대> -혼란스런 시대를 산 작가의 내면을 기록하는 영화 영화의 첫 장면은 죽은 사람의 독백이다. “나는 1911년 헤이룽장 해란에서 태어나 1942년 홍콩에서 병원의 임시 병상에서 죽었다.” 영화 ‘황금시대’는 위 독백의 주인공 샤오홍의 일대기를 그린다...
    Date2014.11.18 Views2046
    Read More
  18. <새 정부에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 할 언론 개혁 과제

    <새 정부에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 할 언론 개혁 과제 연일 계속되는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로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 중 하나는 바로 언론개혁이다. 촛불혁명을 기반으로 탄생한 문재인 ...
    Date2017.06.06 Views611
    Read More
  19. <새 정부에 바란다>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김우철 /MBC -

    <새 정부에 바란다>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절망과 분노로 가득 찼던 땅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희망된 공간으로 바꾸어 달라는 온 국민의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드높습니다. 이중 사회적 소통의 근간이 되는 ...
    Date2017.06.06 Views767
    Read More
  20. <이신 변호사 법률 상담>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하여(1)

    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하여(1) 우리나라의 혼인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번 시간에는 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해 상식적으로 반드시 알...
    Date2013.03.30 Views2835
    Read More
  21. <이신 변호사 법률 상담>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하여(2)

    이신 변호사 법률 상담 : 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하여(2)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 사이에 결혼할 경우 어디에 신고할까요? 이러한 경우 그 외국에 주재하는 대사, 공사 또는 영사에게 신고하면, 그 대사, 공사 또는 영사가 본국의 가족관계등록관서에 송부...
    Date2013.06.04 Views282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