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5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증명서를 작성한 뒤에야 출국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야 우리나라가 얼마나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미국에 입국할 때에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체온 측정 한번 한 것이 전부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체온 측정과 설문지 작성뿐만 아니라 실제 거주 할 곳의 주소 기입, 자가격리 안심 어플 설치 등을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했다. 물론 입국 절차를 거치며 거주지 주소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적으며 이 주소를 왜 이렇게 반복해서 적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방역을 위해서 고생하고 있는 공무원과 관계자들을 위해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보건소에 들러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본격적인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도저히 격리시설에서 2주간 머무를 자신이 없어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출장 장비 소독이었다. 사실 보통 출장을 다녀오면 장비를 회사에 반납하고 파일 인제스트를 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장비 어딘가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배터리 접촉 부분 등 전기가 닿는 부분과 렌즈 부분을 제외하고 집에서 방역 도구를 이용하여 1차로 소독을 마쳤다. 외장하드와 노트북에도 이중으로 백업을 마치고 며칠이 지난 뒤에 회사에 연락하여 장비를 반납하고 파일을 넘겼다. 장비를 가지러 집으로 찾아온 촬영보조친구의 다소 겁먹은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촬영보조 일을 하는 친구에게 회사에 도착하는대로 다시 한번 소독을 하고 난 뒤에 장비 반납을 하라고 일러두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집 밖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2주 내내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입국 다음 날 구청 보건소에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외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집 밖에 나선 즉시 휴대폰에서 자가격리 위반 알림이 울렸고 이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느 날은 초인종이 울리길래 ‘집에 올 사람이 없는데..’ 생각 하고 문을 열어보니 관할 구청 공무원이 집으로 찾아왔다. 자가 격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불시에 방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 사진과 나의 얼굴을 몇 차례 번갈아보며 응시하고는 떠났다. 휴대폰에 자가격리자 안심 어플을 설치할 때 허용 권한으로 위치정보,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등을 열람할 수 있다고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문제가 생긴 경우에 살펴보기 위해서였겠지만, 2주 내내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을거라 생각 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통화를 하고 있는 것도 듣진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며칠 뒤에 구청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심리지원을 시행하고 있다는 문자가 오기도 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자가격리 기간동안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외출했다는 사람들의 기사를 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산책이라도 다녀오는 게 집에서 가만히 있다가 미쳐버리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온 나라가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도 조금만 힘내서 버티자 다짐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굳게 먹고 버텨나갔다.


 5월 22일 0시 0분, 드디어 자가격리가 해제되었다. 그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6시에 집에서 나왔다. 3시간 일찍 출근해서 회사 앞 스타벅스에서 샐러드와 커피를 마시며 바깥 공기와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절절히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는 자가격리를 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다짐했다. 회사에 돌아오자 반갑게 맞아주는 동료들의 인사가 고맙고 반가웠다. ‘재현 씨는 집에 있는 것 원래 좋아하니까 잘 지냈 지?’라는 질문에 자가격리의 어려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자유의 소중함과 외출의 즐거움. 자가격리를 통해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김재현 / KBS (사진) 김재현 증명사진.jpg


 


  1.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 작년 가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초겨울이었다. 그는 KBS에 막 입사했었고, 연애를 시작하기엔 너무 바빴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여...
    Date2020.11.16 Views389
    Read More
  2.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
    Date2020.09.16 Views270
    Read More
  3. 영상기자와 유튜브

    영상기자와 유튜브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6.7%로 2015년 55.0%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방통위가 시행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
    Date2020.09.16 Views324
    Read More
  4.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Date2020.09.16 Views324
    Read More
  5.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Date2020.09.16 Views367
    Read More
  6.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
    Date2020.09.15 Views400
    Read More
  7.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
    Date2020.09.15 Views212
    Read More
  8.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
    Date2020.09.15 Views216
    Read More
  9.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Date2020.09.15 Views220
    Read More
  10.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
    Date2020.07.17 Views488
    Read More
  11. [줌인]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줌인] 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어요. ... 사실 유를 치나 안 치나 뭐 대표님한테 나쁜 건 없잖아요. ...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 ... 이렇게 하면 실형은 막을 수 있...
    Date2020.07.17 Views318
    Read More
  12.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승선 교수/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오래된 것 일수록 그렇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수용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바뀌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경고도 불문한다. 흡연 같은 경...
    Date2020.07.17 Views354
    Read More
  13.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
    Date2020.07.17 Views271
    Read More
  14.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5.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미국 911 이후 쌍둥이 빌딩의 폐허 자리에 지하 공간을 유지해 참사를 기억하자고 했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Daniel Libeskind)의 제안보다 그 인근에 고만고만한 건물들을 건설하자는 계획은 시민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Date2020.07.17 Views313
    Read More
  16.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7.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37
    Read More
  18.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225
    Read More
  19.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
    Date2020.07.16 Views352
    Read More
  20.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18
    Read More
  21.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46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