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4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이호흥 사2진.jpg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규정해 놓은 “성명표시권”(right to authorship of the work)의 내용이다. 성명표시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의 창작과 동시에 원시적으로 취득하는 저작인격권 (moral rights) 가운데 하나다.


 저작인격권은 18~19세기의 개인 존중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개인 존중 사상은 폭넓은 인격권의 법적 승인으로 이어졌는바, 그 일환의 하나로 저작인격권이 법적 권리로서 탄생한 것이다. 저작인격권의 내용은 그에 걸맞게 저작자의 인격적ㆍ관념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에 있는바, 저작권의 국제적 잣대로 기능하고 있는 베른협약 (Berne Convention)은 1928년 로마개정회의에서 이를 명문화함으로써 그 지위를 국제적으로 확립한 바 있다.


 저작자 자신이 저작한 저작물에 그 저작자의 성명을 있는 그대로 표시한다는 것은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 확보에 긴요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기에 베른협약을 비롯한 저작권 관련 국제조약이나 대부분의 입법례에서는 저작재산권(economic rights)과 별도로“ 저작자는 저작물에 그 저작자임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the author shall have the right to claim authorship of the work)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의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하여 전달되는 다양한 형태의 동영상에서 이것이 빈번하게 발견된다. 저작자의 성명이 표시되지 않는 이 동영상은 저작자에게 부여된 성명표시권 위반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이 맞는다면 그만큼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은 훼손된다고 보아야 한다. 저작권법이 지향하고 있는 문화 발달도 그만큼 저해됨은 물론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많이 문제되는 이른바, “가짜 뉴스”의 범람도 성명표시권의 미이행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가짜 뉴스의 경우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방편 등으로 기존의 동영상을 삽입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 물론, 그 경우가“ 온당한 뉴스”라면 그 폐해가 적을 수 있으나, 상당수의 경우는 이를 왜곡하는 가짜 뉴스이기에 문제 되는 것이다. 이 가짜 뉴스의 상당수는 성명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바, 성명표시권의 이행은 이들 가짜 뉴스를 방지할 유력한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을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성명표시권의 이행은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기능 이외에 문제 되는 가짜 뉴스의 범람 방지에도 어느 정도 기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능은 물론 성명표시권의 이행을 철저하게 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의 이행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특히, 가짜 뉴스에 이용되는 동영상은 실제 창작자가 아닌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되는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되는 것이 대다수일 것인바, 법인 등이 이의 관리 행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동영상이 자신의 것인지에 대한 것에서부터 피이용허락자의 분별, 이용 허락 조건의 준수 등 그 관리에서의 고도의 체제 구축과 기법의 적용은 그 어려움의 일단인바, 법인 등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사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집중관리단체(CMO)가 있다 할지라도, 저작인격권 관리는 저작인격권의 일신 전속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1차적으로 실제의 창작자가 성명표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적어도 이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창작물 탄생과 이용 등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그 실제의 창작자이기 때문이다. 원천적으로는 현행 저작권법의 업무상 저작물 저작자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이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작자 주의에 철저한 독일의 경우에는 법인 등이 아닌 자연인에게만 저작자 지위를 부여한다.



이호흥 / 호원대 초빙교수



  1. [줌인]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
    Date2020.03.12 Views318
    Read More
  2. 스마트폰 맛집 투어

    스마트폰 맛집 투어 ▲ 맛집 음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보통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일 것이다. 하루하루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우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끼니 때우기’ 로 치자면 흔한 순댓국집이나 해장국집 등을 찾...
    Date2020.05.07 Views364
    Read More
  3.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446
    Read More
  4.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잊혀진 씨네아스트 김기영- ▲ 사진(MBN뉴스 갈무리) ▲ 김기영 기획전 포스터(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칸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영화 역사상 이 둘을 동시 석권한 작품은 1945년...
    Date2020.05.07 Views366
    Read More
  5.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
    Date2020.05.07 Views313
    Read More
  6. [줌인] 포비아와 왜(倭)신

    포비아와 왜(倭)신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자기 진면목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엔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파괴적일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기, 국내 언론은 ...
    Date2020.05.07 Views378
    Read More
  7.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 당시 연합뉴스에 보도된 화면 갈무리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수정)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사진을 여러 장 취재해 보도했다. 교민...
    Date2020.05.07 Views679
    Read More
  8.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526
    Read More
  9.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66
    Read More
  10.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
    Date2020.07.16 Views390
    Read More
  11.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266
    Read More
  12.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86
    Read More
  13.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306
    Read More
  14.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미국 911 이후 쌍둥이 빌딩의 폐허 자리에 지하 공간을 유지해 참사를 기억하자고 했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Daniel Libeskind)의 제안보다 그 인근에 고만고만한 건물들을 건설하자는 계획은 시민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Date2020.07.17 Views365
    Read More
  15.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86
    Read More
  16.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
    Date2020.07.17 Views312
    Read More
  17.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승선 교수/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오래된 것 일수록 그렇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수용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바뀌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경고도 불문한다. 흡연 같은 경...
    Date2020.07.17 Views419
    Read More
  18. [줌인]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줌인] 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어요. ... 사실 유를 치나 안 치나 뭐 대표님한테 나쁜 건 없잖아요. ...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 ... 이렇게 하면 실형은 막을 수 있...
    Date2020.07.17 Views355
    Read More
  19.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
    Date2020.07.17 Views542
    Read More
  20.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Date2020.09.15 Views273
    Read More
  21.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
    Date2020.09.15 Views2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