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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사진)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jpg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시 현장이 보이는 포인트를 선점하여 MNG를 하거나 1보를 담아 송출하는 영상기자들의 워크플로우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더 나은 영상미를 추구하려 더 깊고 먼 곳으로 향할 때마다 짐이 가벼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셨을 겁니다.

 

 경량 백패킹(Backpacking Light, 줄여서 BPL)은 레이 자딘이라는 미국의 클라이머가 고안한 자유 등반 방식입니다. 그는 PCT(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오리건을 거쳐 워싱턴을 지나 캐나다 국경까지 총 2,663마일의 거리인 트레일 코스. Pacific Crest Trail.)를 횡단하면서 장기 트레일 종주가 가능한 백패킹 방법론을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장거리 여행자들에게 회자되며 장기 트레일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경량 백패킹은 보통 배낭 하나에 침낭에서 매트, 타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가 들어가 1박 이상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최소 기준입니다. 장비의 경량화를 통해 자연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얻고 지속 가능한 머물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기여한 부분도 이 지점입니다. 고강도 알루미늄, 카본 소재의 대중화는 텐트 폴대와 등산용 스틱의 무게를 줄였습니다. 큐벤 (cuben) 원단과 투습력 향상으로 방수는 물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배낭과 옷, 텐트가 탄생했습니다. 우모 가공 기술의 발달로 더욱 가볍고 따뜻한 침낭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량 백패킹의 장점은 빠른 설치와 해체에 있습니다. 풍경이나 조망이 더 나은 곳을 발견해 박지(泊地)를 옮겨야 할 경우 10분 도 채 안 되는 시간에 텐트를 접고 패킹을 완료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깊숙한 오지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일반 캠핑장비들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지만, 장소의 이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설치와 해체, 이동이 어려운 점은 뚜렷한 한계점입니다.

 

 세월호 재난 때 ‘동거차도’라는 섬 기억나실 겁니다. 침몰 현장과 2km 떨어져 당시 수색 현장을 취재할 수 있는 가장 인접한 곳이었습니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인력을 보내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려 했습니다. 그 장소들이 오지여서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경량 백패킹 장비들과 함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현장을 계속 주시해야 하므로 영상기자들은 이런 취재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피로도도 높습니다. 5kg이 채 안 되는 배낭 속 장비들은 지속 가능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대응하도록 합니다. 여의치 않으면 잠을 청해 이른 아침, 늦은 밤 상황까지 커버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신년 영상을 준비하면서 통영 소매물도 등대섬을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일몰과 일출, 밤의 등대 풍경을 담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른 아침과 밤에는 배도 뜨지 않아 하룻밤을 섬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ENG 카메라에다 드론, VDSLR 등도 준비해 갔습니다. 개인 짐을 최대한 줄였는데도 짐 무게가 버거웠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섬에 도착해 등대로 오르는데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포인트까지 오르다가 지쳐 버리니 정작 촬영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마 그때 경량 백패킹 세트가 있었다면 현장 접근까지 체력을 아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연적으로 더 나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법인데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화된 캠핑 방식은 아니어서 자료는 많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방법과 장비에 관한 정보는 www. backpackinglight.com을 방문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경량 백패킹을 즐기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국립공원의 경우 야영이 불가합니다. 일반 노지나 산의 경우도 야영은 허가되나 취사는 허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장소의 가능 여부는 그 지자체에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량 백패킹으로 지리적인 한계를 딛고 나아가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까다로운 현장 취재에 다양하게 응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배병민 / MBN (사진) 배병민 증명기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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