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8 16:24

재난현장의 슈퍼맨

조회 수 34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재난현장의 슈퍼맨

 

재난현장의 슈퍼맨.png

▲ 포항의 고속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푯말 <사진>

 

 

 멸망 위기에 처한 크립톤 행성을 구하기 위해 슈퍼맨이 출동한다. 슈퍼맨.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지만 행성이 위험에 빠졌을 땐 언제 어디에서든지 빨간색 망토를 휘날리며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량한 시민을 괴롭히는 악당을 퇴치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작은 사건 현장에서도 슈퍼맨을 볼 수 있다. 결국 두 팔 벌려 하늘을 날았던 슈퍼맨은 임무를 완수하고 크립톤 행성을 지켜낸다.


 면접장에서, 매번 카메라를 짊어진 슈퍼맨이 되겠다고 나는 말했었다. 언제나 크고 작은 사건 현장의 중심에 서고 싶었고 어떤 현장이든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생각했던 슈퍼맨 영상기자다.
 

 입사 후, 주로 사건사고 현장 한가운데 있었던 내 모습은 슈퍼맨은 아니었다. 특히 태풍과 같은 재난 현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거센 바람이 온몸을 강타할 때면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영화 속 주인공을 꿈꿨지만, 현장에서는 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빨간 망토도 없었다.
 

 영상기자에게 때때로 안전과 영상의 퀄리티는 반비례하기도 한다. 안전보다는 영상에 치우쳐지기 마련이다. 현장은 마냥 영상기자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현장의 상황을 신속하게 영상으로 담아내야만 한다. 재난 현장의 위험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위험 속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당연히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지난 9월, 태풍 마이삭 현장. 이른바 ‘태풍 추적조’, 즉 태풍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피해 상황을 취재하는 임무를 맡았다. 태풍 동선을 쫓아 피해 현장을 촬영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 취재진이 태풍보다 앞서 도착해서 태풍을 기다리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동 중 고속도로에서 널브러져 있는 커다란 나무판자를 피하려다 옆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고 거센 바람에 날아든 각목이 취재차량 앞 유리를 강타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위험하고 아찔한 상황이었다. 동시에 태풍 상황을 잘 보여주는, 소위 그림 되는 것들이기도 했다. 이 영상은 모두 당일 메인 뉴스에 방송되었다.
 

 영상기자가 재난 취재 현장으로 나가기 전 많이 듣는 말은 아마도 이런 것들일 것이다.
 

 “몸 조심해라.”
 

 “안전이 우선이다.”
 

 “욕심내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라.”
 

 현실은 어떤가? 안전모 하나를 생명의 끈처럼 생각하며 사방팔방 돌아다닌다. 이것은 모든 영상기자의 숙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취재진의 안전이 화두가 되기도 한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중계현장에서 안전 문제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건물 안쪽으로 몸을 피해 다시 중계를 이어가겠다고 한 경우도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거나 웅장한 뉴스를 원하지 않는다. 단조롭더라도 현장의 사실성이나 진실이 담백하게 담겨 있는 영상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태풍 현장에서 항상 기자 중계나 리포트를 보고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인다는 시청자들의 지적과 댓글이 이를 보여준다.
 

 영상기자는 재난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 현장에서 슈퍼맨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안전도 지켜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현장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신속한 송출과 MNG 중계 능력까지 겸비해야 한다. 현장의 책임은 점점 녹록하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는 재난 현장 그리고 크고 작은 사건 현장을 달려왔다. 우리가 현장에 가는 목적은 현장과 진실을 알리려는 데 있다. 이것은 취재진의 안전이 뒷받침된 후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취재진의 안전이 없다면 시청자의 안전을 위한 정보 제공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양현철 / SBS (사진) 양현철 증명사진.jpg

 

 

 

 


  1.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독도 고유 식물 취재기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독도 고유 식물 취재기 섬기린초, 섬초롱꽃, 섬괴불나무. 처음듣는 생소한 식물. 그러나 이름에서 느낌이 오듯 우리 땅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식물이다. 다시말해 일본에서는 볼 수 없고,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식...
    Date2013.07.30 Views11579
    Read More
  2. 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 지난 8월 15일일 제주 조천읍 조천체육관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는 원희룡 지사(사진 왼쪽),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독립유공자...
    Date2020.09.11 Views419
    Read More
  3. No Image

    유비무환 (有備無患), 위험지역 취재 문제없다!!

    유비무환 (有備無患), 위험지역 취재 문제없다!! KBS 위험지역 취재·제작 연수를 다녀와서 “임마! 일하러 나가면 항상 몸 조심하구! 알았지?” 부모님께 안부전화 드릴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듣는 말이다. 걱정 마시라며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편...
    Date2011.11.17 Views4248
    Read More
  4.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의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공존-보수 단체 집회 취재기 지난 토요일(12월17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단체의 집회 인원이 많은 날이었다. 안국역에서 경복궁 오른쪽을 돌아 다시 안국역으로 돌아오는 행진 인원들은 거짓말 안 보태고 10만 명은 되어 보였...
    Date2017.04.21 Views1917
    Read More
  5. 이념의 벽을 넘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를 취재하고 “이념의 벽을 넘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따르릉” “평양 좀 다녀와라.” ...“네...” 말끝을 흐리며 전화를 끊는 순간 3년 전 평양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설렘과 약간의 긴장, 같은 민족 간의 동질성과 이...
    Date2008.04.28 Views7572
    Read More
  6. 이산가족 상봉 취재... 어떻게 해야 하나?

    이산가족 상봉 취재... 어떻게 해야 하나? 2006년 3월 23일. 제 13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공동취재단은 결국 철수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공동취재단의 이러한 결정은 50여년 만에 혈육의 정을 나누는 뜻 깊은 이산가족 행사를 국민들에게 상세히 취재 및 ...
    Date2006.04.18 Views7659
    Read More
  7. 이산가족 상봉취재기 - 60년만에 허락된 만남

    11년 만이다. 다시 금강산을 다녀올 기회를 얻었다. 대학교 신입생이던 2003년, 우연치 않은 기회로 금강산을 다녀 올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 되고 경색되는 남북관계 속에서 언제 한번 다시 금강산을 가보나 했다. 그런데 11년 만에 기회는 찾아왔다...
    Date2014.03.20 Views8678
    Read More
  8.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일상의 아침은 짧은 문자와 함께 요동쳤다. 무라바크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그 시점이었다. 기자로서 이런 역사적 순간에 국제적 수준에서 취재할 수 있다는 것...
    Date2011.03.26 Views11986
    Read More
  9. 익숙함, 설렘

    익숙함, 설렘 ▲보신각 앞에서 취재하는 필자 2021년, 조용한 새해가 밝았다. 2020년에서 2021년으로 해가 바뀌는 그 순간, 보신각 제야의 종은 울리지 않았다.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지난 1953년부터 한 차례 중단 없이 계속 이어져 왔지만, 이번에는 ...
    Date2021.03.11 Views416
    Read More
  10. No Image

    인도 홍등가의 작은 반란

    인도 캘커타의 ‘소나가치’라는 홍등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인도 홍등가의 작은 반란 도 규 만 | (에센스21 PD) ‘인도 홍등가의 작은 반란’은 도규만 PD가 모 일간지의 외신란에 난 기사를 보고 기획했다. 촬영장소는 소나가치였는데 이곳은 한국의 미아리, ...
    Date2003.07.08 Views8727
    Read More
  11. 인도네시아 다문화가정 취재기 - 엄마의 나라를 찾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를 타기 전 인도네시아 여행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렀다. 그러나 서점 어디에도 인도네시아 여행에 관련된 책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휴양지인 발리에 관한 책만 몇 권 있을 뿐이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도시국가...
    Date2009.10.16 Views10696
    Read More
  12. 인도네시아 지진, 쓰나미 취재기

    인도네시아 지진, 쓰나미 취재기 ▶ 인도네시아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두려움보다는 막막함이 앞섰다. 입사 후 떠나 는 첫 해외 출장이었다. 취재를 위해 서울을 출발할 때만 해도...
    Date2018.12.19 Views331
    Read More
  13.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 우리는 행복한 곳에서 산다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2011년 3월11일 15시30분쯤,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냐??” “지금 인터뷰하러 서강대에.....” “너 지금 일본가야 하니깐 그냥 빨리 들어와...
    Date2011.05.21 Views11219
    Read More
  14. No Image

    일본러브호텔

    일본 러브호텔을 돌아보고 ( 2000년 10월 ) -------------------------------------------------------------------------------- KBS 영상 취재부 유민철 기자 지금 고양시에서는 러브호텔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시에서는 화들짝 놀라 이미 내 준 허가를 ...
    Date2003.02.24 Views9030
    Read More
  15. No Image

    잊혀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 장달웅/EBS 촬영감독 나른한 토요일 오후, 주말이면 늘 텅비어 있는 편집실에 앉아 프롤로그 몇 컷트만 붙히다, 더 이상 머릴 짜 내어봐도 진전이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해보기로 한다. 그 사이 비가 왔나보다. 때늦은 비는 애꿎은 꽃잎만 ...
    Date2003.02.24 Views7258
    Read More
  16. 작년과 달리 봄의 생기가 돌지만, 사람들의 삶은 아직

    작년과 달리 봄의 생기가 돌지만, 사람들의 삶은 아직 ▲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서 확진자 병동 촬영 준비 중인 필자 (MBN 김형성 기자) 어느새 코로나와 맞는 두 번째 봄. 여전히 하루 300~4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KF94 마스크를 쓴 채이지만 기나긴 겨울을 견...
    Date2021.05.06 Views471
    Read More
  17. 작전중인 군과 취재진은 협력관계 유지해야

    지난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감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북의 도발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퍼진 이후 온나라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고, 이를 취재하고 방송하는 기자들은 그들만의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했다. 어렵사리 연평도에 올라...
    Date2010.12.16 Views12157
    Read More
  18. 잠 못 드는 취재 288시간

    수습 취재기자 동기들과 함께 서울지역 경찰서로 투입된 지 3일차, 나는 강남라인 배치 후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두 시간마다 라인 선배에게 특이사항과 경찰서를 돌며 알아낸 정보를 보고한다. 혼자서 ‘형님’이라 불리는 취재원 경찰들과 부딪치며 하루 1...
    Date2014.03.21 Views8906
    Read More
  19. 재난현장의 슈퍼맨

    재난현장의 슈퍼맨 ▲ 포항의 고속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푯말 <사진> 멸망 위기에 처한 크립톤 행성을 구하기 위해 슈퍼맨이 출동한다. 슈퍼맨.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지만 행성이 위험에 빠졌을 땐 언제 어디에서든지 빨간색 망토...
    Date2020.11.18 Views346
    Read More
  20.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제목 없음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사건 캡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 황장엽씨가 사망했고 안가를 찾아 취재를 해야 한다. 주소는 논현1동!”번지수 없는 논현1동 하나로 보안 속에 둘러싸인 황장엽씨 안가를 무작정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
    Date2010.11.16 Views10890
    Read More
  21.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현장에서]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진짜 가는 것, 맞아?” 짐을 싸던 아내가 몇 번을 물었다. 서둘러 옷가지를 챙기고 나서,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을 때쯤이었을까. 말없이 짐을 같이 챙겨준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눈가에 고인 눈...
    Date2023.11.15 Views14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