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7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언시 장수생이 언시 장수생들에게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국입니다. 이 시국에 안 힘들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오래된 불안이 불행으로 번지고 있을 ‘언시 장수생’들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얼굴도 모를 장수생들을 걱정하는 건 지나친 오지랖이란 생각도 들지만, 저 역시 약 5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그 사이 뚜렷한 직업도 갖지 못한 '쌩' 장수생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 장수생의 길을 걷고 계신 분들에 대한 걱정이 드는가 봅니다. 제가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한들 장수생 여러분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걸 알고 지금 느끼는 불안감을 줄여줄 수도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혹여나 제 이야기가 장수생분들의 ‘버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몇 마디 남겨봅니다.

 

 무엇 하나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언시를 준비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라곤 이거 하나밖에 없습니다. 언시를 준비하면서 제 삶은 아주 단순해져 갔습니다. 예전엔 영화도 찍고 축구도 하고 연애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여행도하고, 이것저것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여지가 많았을 것이고 항상은 아닐 지라도 아주 가끔은 행복이나 작은 즐거움 정도는 느끼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언시를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저는 제 활동 범위를 점점 더 줄였습니다. 영화를 찍기는커녕 보지도 않았고 축구나 자전거는 커녕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연애나 여행은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언시공부를 하는 것 외에 모든 것들이 합격을 방해하는 요소들로 느껴졌고 그 방해 요소들을 하나둘씩, 종국엔 전부 다 제 삶속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야 빨리 합격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삶이 단순해지니 당연히 행복의 여지가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열 가지를 하면 열 가지 종류의 행복을 맛볼 가능성이 있겠지만, 한 가지에만 집착하면 그 하나에서 창출되는 행복말고는 다른 종류의 행복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저에게 주어질 행복이란게 존재할리 없는 겁니다.

 

 돌이켜 보면 입사를 준비하는 기간은 언제나 고통이었고 단 한 줌의 행복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고통스러운 시간도 추억으로 남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적어도 저는 아니었습니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고통이 미화되진 않습니다. 결과가 좋은 건 좋 은 거고 고통은 그대로 고통일 뿐입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견디고 인내해야겠지만, 조금이라도 그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불행을 줄여가며 준비를 하는 게 장기전을 대비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 최대한 적게 포기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포기하면 포기할수록 행복할 여지가 줄어들고 불행에 빠질 확률만 높아집니다. 모든 걸 다 안고 갈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나를 위한 3가지 활동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신다면, 포기하기 싫었는데 포기했던 어떤 활동을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외에도 힘든 상황일수록 스터디를 꼭 해야 한다거나, 플랜 B와 C를 구체적으로 짜 두면 플랜 A를 좀 더 길게 끌고 갈 동력이 생긴다거나 따위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허락된 지면 관계상 글은 이쯤에서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힘든 시국을 딛고 현장에서 만날 여러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황종원/ KBS  (사진) KBS 황종원 증명사진.jpg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특별기고> 재난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file 2014.05.21 2206
<특별기획> 카메라기자의 심리적 외상에 대하여 file 2014.11.18 2019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file 2020.11.16 436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file 2020.09.15 436
MBC ‘보도영상연구회’ file 2020.11.18 308
MNG가 바꿔놓은 풍경 file 2019.09.09 558
TV, 올드미디어일까? file 2019.09.09 317
Unprecedented - 코로나 1년과 영상기자 file 2021.03.10 373
[2019년 각오]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file 2019.01.02 407
[국제뉴스IN]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file 2022.01.06 299
[뉴스VIEW] ‘공공기록’으로서 보도영상의 가치, 영상기자가 끌어올려야 할 때 file 2022.08.31 524
[뉴스VIEW]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file 2023.04.26 331
[뉴스VIEW] 역사적 상상력의 원재료, 5.18 보도영상의 가치 file 2022.07.01 360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file 2023.06.29 204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file 2023.08.31 172
[뉴스VIEW]노동이 사라진 대선, 영상이 사라진 방송 뉴스 file 2022.01.06 384
[뉴스VIEW]사회적 분노와 불신, 피해자 고통을 키우는 위험한 범죄자 보도 file 2022.03.08 374
[릴레이 기고 - 협회에 바란다①] 내 삶과 가까운 협회, 내편이 되어주는 협회 file 2021.05.06 381
[이임사] 회장 임무를 마치면서 file 2021.03.11 673
[조성광변리사의 시 론] 자유경제와 경제민주화 file 2017.05.22 810
[줌인] file 2020.03.12 31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