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3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수중촬영업그레이드 교육.jpg

 생후 22개월 딸내미의 오열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처자식을 두고 제주도로 4박 5일간의 수중촬영 교육을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가벼운 발걸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꼬리가 있었다면 무거운 표정과는 다르게 정신없이 돌려대는 꼬리를 아내에게 들켰을 것이다.
 월요일 늦은 오후, 제주공항에 교육생들이 모였다. 뉴스 현장에서만 봐왔던 선후배들을 제주에서 교육생 신분으로 만나니 반가웠다. 차를 타고 서귀포 쪽 다이빙샵으로 이동해서 장비 지급을 받고 이번 '언더워터 비디오그래퍼 스페셜티' 강사직을 맡으신 MBC 구본원 선배의 가벼운 오리엔테이션으로 첫날을 마쳤다.
 둘째 날,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며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는 차량에 탑승했다. 2013년도에 'PADI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 펀다이빙을 가끔씩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3년 전 신혼여행 때 다이빙한 게 마지막이었다. 항상 동남아에서 현지인이 장비 세팅해 놓고 입혀주고 심지어 오리발까지 신겨주는 이른바 '황제 다이빙'만 했었는데 전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국내 다이빙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내 노쇠한 체력이 견뎌줄까? 몸이 중성부력을 기억하고 있을까? 팀원에게 민폐만 끼치는 건 아닐까? 너무 춥진 않을까? 등 오만 가지 걱정이 들었다.
보목포구에 도착하니 거친 파도가 반갑게 맞아줬다. 장비 세팅은 옆 교육생을 커닝하면서 완료한 후 보트를 타고 다이빙 포인트 '섶섬 작은 한개창'으로 이동했다. 파도가 심하게 쳐서 입수하자마자 '물고기 밥'을 주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뱃멀미가 났다. 바짝 긴장한 채로 첫 다이빙을 했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시야도 기대 이상이었다. 다행히 몸도 중성부력을 조금은 기억하고 있어서 적당히 헤맸다.
 첫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보트의 리프트에 올라탔다. 리프트가 없었다면 보트에 낑낑거리며 탔을 텐데 가히 신세계였다. 공기통 교체를 위해 귀항하는데 풍랑주의보가 1시간 뒤쯤 발효된다는 비보를 받았다. 고민하던 강사님들은 짧은 휴식시간 후 바로 두 번째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포구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공기통을 교체하고 다시 보트에 탑승했다. 한 번의 다이빙으로 하루를 끝낼 뻔했지만 베테랑 강사님들 덕분에 두 번째 다이빙까지 무사히 마치고 다이빙샵으로 이동해서 이론교육을 받고 일과를 마무리했다. 다이빙 첫 날부터 강행군으로 배우니 정신은 없었지만 그만큼 빠르게 적응했다.
 셋째 날까지도 풍랑주의보 해제가 되질 않아서 결국 운진항 방파제에서 장비를 메고 걸어서 들어가는 비치 다이빙 2회를 타 과정 교육생들과 함께 했다. 어제보다 바닷속 시야는 안 좋고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서 체력은 바닥났지만 다이빙을 끝내고 먹는 도시락은 꿀맛 같았다.
 마지막 날은 다행히 풍랑주의보가 해제돼서 수면은 잔잔했다. 첫 다이빙 포인트였던 '섶섬 작은 한개창'과 '섶섬 앞 인공어초'에서 3회 보트 다이빙을 했다. 구본원 선배가 각자 컨셉을 잡고 그림을 담아오라는 미션을 주었다.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물 속에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수중 카메라 장비를 들고 조명 세팅까지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중성부력을 잃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우여곡절 끝에 수중 그림을 담고 다이빙샵에서 교육생들과 돌아가며 그림 원본을 시청하며 구본원 선배한테 크리틱을 받는데 마치 수습 때 선배 앞에서 원본 검사를 받는 것처럼 부끄러웠지만 선배의 오랜 경험이 담긴 고급 스킬을 듣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복귀하는 날이 되어서야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서 아쉬웠지만 훗날을 기약하고 서울로 향했다. 다음 수중촬영 교육 때는 더 많은 영상기자 선후배들이 참석하여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

변성중 / MBN

  1.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 일광욕을 즐기는 얄리와 쎵 떠오른다. 10대 때 아주 힘들게 읽어나갔던, 책(데미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
    Date2020.11.17 Views433
    Read More
  2.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생후 22개월 딸내미의 오열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처자식을 두고 제주도로 4박 5일간의 수중촬영 교육을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가벼운 발걸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꼬리...
    Date2021.11.17 Views433
    Read More
  3.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
    Date2019.01.03 Views435
    Read More
  4.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 유튜버들의 취재 방해를 다룬 MBC 온라인 채널 〈엎어컷〉 화면 갈무리 지난 8월13일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당일 이른 아침부터 검찰 기자단을 비롯한 각 사의 현장 취재진이 이재...
    Date2021.11.17 Views435
    Read More
  5.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
    Date2020.09.15 Views436
    Read More
  6.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 작년 가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초겨울이었다. 그는 KBS에 막 입사했었고, 연애를 시작하기엔 너무 바빴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여...
    Date2020.11.16 Views436
    Read More
  7.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439
    Read More
  8.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다사다망(多事多忙). 2018년 직장인들 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을 뜻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나의 2018년을 되돌아봤 다.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Date2019.01.03 Views443
    Read More
  9.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445
    Read More
  10.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재현장 보도 윤리·취재 방식도 변화 ▲지난 12월 21일 가족 새해 소망을 듣기 위해 방송사 취재진이 마이크 연장봉을 이용해 마스크 쓴 시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종로 경찰서 앞에...
    Date2021.01.08 Views451
    Read More
  11.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8시 50분. 커피 한 잔과 함께 회사에 들어서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9시 10분. 취재 일정이 나옵니다. 하루에 리포트 하나 정도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3시경이면 현장 취재는 끝납니다. 취재...
    Date2020.01.08 Views452
    Read More
  12.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
    Date2020.01.09 Views456
    Read More
  13. 이상한 출장

    이상한 출장 “카메라 기자 인생 30년에 가장 굴욕적이었어.” “오죽했으면 내가 출장기간에 억울한 부분을 하루하루 메모를 해놨다니까.” “이런 출장 인지도 모르고 갔지.” “갔다 와서 엄청 싸우고 다신 안 간다고 ...
    Date2019.07.02 Views462
    Read More
  14.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 아리랑국제방송 스튜디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내에서 ‘국제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 중인 거의 유일한 채널이다. 어느덧 개국한 지 20여년이 흘렀다. 긴 세월이 말...
    Date2019.07.02 Views466
    Read More
  15.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내가 KBS에 입사한 2006년. KBS 9시 뉴스 시청률은 보통 20% 초중반, 잘 나올 땐 30%가 넘었다. 2019년 현재,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다행인 것일까? 아직 시청률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 우리가 즐겨보는 네이버뉴스에서 KBS...
    Date2019.09.09 Views471
    Read More
  16.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 지난 7월 18일 한 방송사에서 대구 스크린골프장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는 소방대원의 가까이에 드론을 날리고 있는 장면 4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은 손쉽게 온·오프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소방...
    Date2019.09.09 Views472
    Read More
  17.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KBS대전뉴미디어팀에서근무하고있는필자 지난 2월 KBS 대전총국 내 새로운 조직인 디지털 관련 부서가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갈망해 왔지, 사실 디지털 분야는 그...
    Date2021.01.08 Views476
    Read More
  18.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담에 대한 희망적 관측과 더불어 과거 정권교체 대상이었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Date2018.07.04 Views487
    Read More
  19. [줌인]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나열 뉴스는 독재 시대의 욕망을 반영한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특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뉴스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깊이 들어가는 순간 그들(언론)이 가진 특권을 잃는다. 역...
    Date2019.07.02 Views494
    Read More
  20. [줌인]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동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인 빈소. 차고 건조한 느낌의 형광등 불빛 아래 놓인 영정사진. 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왜 그랬는지, 무슨 상황에서였는지 선배는 엄지를 치켜세우고, 비현실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Date2019.11.06 Views498
    Read More
  21.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5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