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76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카메라기자 아내, 남편에게 말하다>

새내기 아내의 눈으로 바라본 내 남편, 카메라기자

솔직히 생소했다. ‘카메라기자’라는 이름!

 결혼한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나로서는 방송국의 카메라기자 아내로서의 느낌을 말하기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사실 방송 뉴스조차 매일 모니터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나와는 달리 시부모님들께서는 남편이 취재한 뉴스에 집중하신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자랑스럽다” 등의 문자가 남편의 휴대폰으로 날아온다, ‘직업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인데 항상 이렇게까지 하셔야 하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않았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오는 일이 있었다. 남편이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으로 출장을 다녀왔을 때 일이다. 입고 갔던 청바지는 온통 기름 범벅이었고, 몸에서는 기름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머리가 아플 정도로 좋지 않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얼굴은 초췌해가지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우리 남편 정말 힘들었구나. 시청자들이 직접보기 어려운 상황을 뉴스로 전해주느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다닌다고 고생이 많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꼭 안으며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고생했어.”

 가슴이 미어지며 쓰라렸다. 뉴스 하단에 자그마치 반짝였던 남편의 이름 세 글자가 자랑스러웠지만 원망스럽기도 했다. ‘왜 이 고생을 꼭 우리 남편이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말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출장 갔다 돌아오는 날은 머리가 아프다. 남편의 피곤함을 풀어줄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느라 말이다. 맛있는 한 끼 식사, 혹은 남편이 즐거워할만한 이벤트를 짜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사건이 많은 날이면 더 바빠지는 우리 남편, 집에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고, 안정을 찾게 해 주고픈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자 바람이다.

 카메라기자도 사람인데 찍는 순간 괴로운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남북 이산가족 상봉 후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나 혜진, 예슬이 사건의 토막 난 시체, 유가족들의 모습 등 사람으로서 보기 힘든 모든 것들을 외면할 수 없는 그의 마음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남편이 찍은 모든 장면이 보고 싶다.  뉴스의 보여지는 부분만이 아니라 카메라가 움직였던 모든 순간이 궁금하다. 그것은 아마도 남편이 고생과 노력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 일 것이다.

 카메라기자의 아내로서 나는 여러 마음이 교차한다. 집에 돌아와서 SBS 뉴스 및 타사 뉴스를 모니터링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견스러운 마음이, 또 원하는 대로 영상이 구성되지 않아 궁시렁 대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항상 느끼는 것은 ‘자랑스러움’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프로젝트’ 같은 일은 일반 직장인의 경우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 역사적인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내기 위해 17시간을 버스로 이동하며 이어지는 스케줄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갖고 있는 점이나 풍부한 간접 경험으로 언제나 나보다 폭넓은 사고를 하며 내 사고의 폭 역시 넓혀주는 점 또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남들은 위험해서, 혹은 더러워서, 그렇지 않으면 짜증나서 피하는 상황들을 내 남편은 오늘도 내일도 카메라에 담아낸다. 카메라 렌즈 너머의 삶은 다양하다. 그런 다양한 상황 속에 익숙해진 남편의 배우자로서 살기 위해서는 나도 카멜레온처럼 여러 상황에 맞춰 변신해야만 할 것 같다. 숨가쁘게 움직여온 것에 익숙해진 남편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통해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한미 FTA 반대 집회 같이 너무 위험해서 발탁되지 않기를 바랬던 현장에서 일한 남편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건 알지만 “왜 저렇게 위험하게 찍었어?” “다치면 어떻게 해?”하며 잔소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 뒤 “리얼하다”, “잘 찍었네” 하며 두 가지 상충된 마음을 같이 표현한다. 그런 마음인 것 같다. 카메라기자의 아내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취재한 뉴스를 통해 남편의 하루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내 남편이 카메라기자이기에 가능한 것 같이 분명 내 남편은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 또한 두 가지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걱정스러움과 자랑스러움!

이은정/ SBS 영상취재부 이용한 기자 아내


  1. No Image

    홈피 바뀐건 환영하는데...

    올만에 들어와 보니 홈피가 많이 바뀌었네요.. 좋긴 한데, 어째 댓글이 안써지죠? 각 게시판에 말이죠. 설문조사도 저만 그런가, 등록이 안되죠.험.
    Date2007.10.19 Views5825
    Read More
  2. No Image

    변화를 통해 얻은 수확

    <명예카메라기자마당> 변화를 통해 얻은 수확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 한다더라” 등의 순수한 마음을 실은 이야기보따리들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즐거운 화제였고, 학교 앞 슈퍼의 불량...
    Date2007.02.20 Views5821
    Read More
  3. No Image

    일반 HD와 MMS HD 화질차이 없다

    일반 HD와 MMS HD 화질차이 없다 방송위-방송4사 공동실험 조사 결과, MMS 수용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방송위원회와 방송 4사(KBS, MBC, SBS, EBS) 공동조사 결과, 시청자들은 일반 HD와 MMS HD영상의 화질 차이를 느끼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1...
    Date2006.08.01 Views5819
    Read More
  4. No Image

    대통령 선거와 보도방송 지상중계

    제목 없음 <지상중계> 대통령 선거와 보도방송 <제1주제>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에 대한 TV 뉴스보도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 한나라당 경선 뉴스 보도를 중심으로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선거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어오고 있다. 후보자와 ...
    Date2008.01.10 Views5815
    Read More
  5. YTN, 상암동 시대를 열다

    YTN이 창사 20년 만에 드디어 ‘상암동 시대’를 연다. 종로구 수송동의 연합뉴스 건물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95년 이후 10년, 숭례문 사옥을 매입하면서 힘차게 도약한 10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 상암동 DMC 부지에 어엿한 건물을 지어 새 주인으로 입주하...
    Date2014.03.20 Views5801 file
    Read More
  6. No Image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안녕하세요? 2007 신입카메라기자입니다>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혹독하게도 추운 겨울이었다. 뉴스에서는 백년만의 따뜻한 겨울이라고 연일 이상고온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합격자 발표를 초조히 기다리는 두 남자의 심정은 매일 매일이 혹한기였다. 그렇...
    Date2007.02.20 Views5798
    Read More
  7. 검찰청사 내 영상 취재 논란! 그 해법은?

    검찰 청사 내, 영상 취재 논란! 그 해법은? 검찰청사 내에서의 영상취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피의자, 참고인, 피내사자의 소환이나 출두가 있을 때 그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 사회의 지명도 있는 인사가 소환의 대상이 되었을 경...
    Date2005.06.13 Views5790
    Read More
  8. No Image

    당신은 아직도 변신하지 않는가?

    당신은 아직도 변신하지 않는가? - 새로운 매체와 콘텐츠에 대한 편견 버리기 뉴미디어? 생소하신가? 아니, 그 정도면 잘 아신다구요? 실제로 뉴미디어에 관해 피부로 느끼고 대응하는 카메라기자는 어느 정도나 될까. 미디어 종사자로서 세상의 변화를 얼마나...
    Date2006.08.11 Views5790
    Read More
  9.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에 빠져 있다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네크라소프 시청은 뜨거운 사랑의 불길로 휩싸여 있다. 국민이 나라를 너무나 사랑한다. 국민이 그들의 가족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연일 세레나...
    Date2008.08.20 Views5790
    Read More
  10. No Image

    책임, 진정한 책임에 대하여!

    <줌 인> 책임, 진정한 책임에 대하여! 뉴스 영상에 카메라기자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그 뉴스 영상을 누가 촬영했는지 알린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책임이 카메라기자에게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각 아이템에 대해 ...
    Date2006.09.13 Views5779
    Read More
  11. 포토라인 준칙 선포식

    포토라인 준칙 선포식 국민의 알권리 실현, 취재원 보호를 위해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곽재우)와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최종욱),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는 바람직한 취재문화 정착을 위해 포토라인 선포식을 8월31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
    Date2006.09.13 Views5775
    Read More
  12. 새내기 아내의 눈으로 바라본 내 남편, 카메라기자

    새내기 아내의 눈으로 바라본 내 남편, 카메라기자 솔직히 생소했다. ‘카메라기자’라는 이름! 결혼한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나로서는 방송국의 카메라기자 아내로서의 느낌을 말하기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사실 방송 뉴스조차 매일 모니터해주지 못하고 있...
    Date2008.06.25 Views5769
    Read More
  13. No Image

    <줌인>무한경쟁시대의 도래와 카메라기자

    무한경쟁시대의 도래와 카메라기자 지난 3월말과 4월초. 한·미FTA 막바지 협상과 협상타결, 한 · 미FTA 협상을 지켜보는 정치권이나 영화인, 농민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진행되는 FTA협상 현장의 움직임을 발 빠르게 화면에 담아 뉴스로 방송해야만 했던 카...
    Date2007.04.16 Views5766
    Read More
  14. No Image

    취재 문화 ... 변화가 필요하다!

    제목 없음 취재문화...변화가 필요하다! "취재원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과잉취재 경쟁은 이제 그만" 국민이 불신하는 언론, 존재 이유 없어 남보다 더 빨리 더 좋은 내용을 취재하여 보도하려는 욕구는 언론 종사자들의 기본 속성이고 숙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Date2006.01.11 Views5759
    Read More
  15. 동기 사랑의 갈증을 풀어 준 행복한 이틀

    <2006 신입 카메라기자 연수 후기> 동기 사랑의 갈증을 풀어준 행복한 이틀 8시~9시 - 출근, 장비점검, 취재스케줄 확인, 아이템확정 후 사전취재, 관련자료 모니터링 9시~21시 - 회사출발, 스케줄에 따라 하루 종일 취재 후 아이템 성격에 따라 송출 혹은 회...
    Date2006.06.13 Views5754
    Read More
  16. “디지털이 바꿔 놓은 뉴스취재의 기록 ”

    “디지털이 바꿔 놓은 뉴스취재의 기록 ” 1. ‘디지털 뉴스 핸드북’은 어떤 책인가? 구지 정의하자면 ‘취재메뉴얼’이자 ‘디지털 길잡이’ 쯤 되겠다. 그렇다고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시지는 말기를. 이 책 안에는 ‘디지털 방송 환경’에서 뉴스 제작에 필요한 딱...
    Date2008.07.04 Views5754
    Read More
  17. 제주에서의 1년... 이방인에서 가족으로

    <지역국 이야기> 제주에서의 1년... 이방인에서 가족으로 같은 나라지만 비행기를 타고 건너와서 살면서 일한지가 벌써 1년이 됐다. 돌아보면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었다. 처음 제주에 발령받아, 공항에서 내렸을 때의 낯설음은 뒤...
    Date2006.04.18 Views5739
    Read More
  18. No Image

    잇따른 대형 아이템에 따른 과로! 과로!

    잇따른 대형아이템에 따른 과로! 과로!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죠? 어제 잠도 푹 잔 것 같은데. 밥맛도 없고, 신경도 날카롭고, 몸이 웬일인지 찌뿌둥 하네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동료들의 목소리다. 황우석 게이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 2006 ...
    Date2006.06.15 Views5733
    Read More
  19. No Image

    비용 절감과 뉴스의 경쟁력

    비용절감이 뉴스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최근 MBC 보도국에서는 회사 차원의 예산 절감의 일환으로 해외 출장 시 오디오맨이 없이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만이 출장을 가는 2인 출장제를 선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소위 원맨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같...
    Date2005.06.13 Views5732
    Read More
  20. No Image

    <칼럼>협회 창립 20주년``` 역할과 나아갈 방향

    ‘청년’ 협회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 카메라기자의 권익과 영상 발전을 위해 노력한 20년을 회고하며 이 땅에 민주화 운동의 뜨거운 열기가 채가라 앉지 않았던 시절인 1987년 11월7일, 뜻있는 소수의 카메라기자들이 모여 “자유언론 발전과 방송문화 창달 및 TV...
    Date2008.01.16 Views573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