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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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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후 22개월 딸내미의 오열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처자식을 두고 제주도로 4박 5일간의 수중촬영 교육을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가벼운 발걸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꼬리가 있었다면 무거운 표정과는 다르게 정신없이 돌려대는 꼬리를 아내에게 들켰을 것이다.
 월요일 늦은 오후, 제주공항에 교육생들이 모였다. 뉴스 현장에서만 봐왔던 선후배들을 제주에서 교육생 신분으로 만나니 반가웠다. 차를 타고 서귀포 쪽 다이빙샵으로 이동해서 장비 지급을 받고 이번 '언더워터 비디오그래퍼 스페셜티' 강사직을 맡으신 MBC 구본원 선배의 가벼운 오리엔테이션으로 첫날을 마쳤다.
 둘째 날,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며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는 차량에 탑승했다. 2013년도에 'PADI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 펀다이빙을 가끔씩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3년 전 신혼여행 때 다이빙한 게 마지막이었다. 항상 동남아에서 현지인이 장비 세팅해 놓고 입혀주고 심지어 오리발까지 신겨주는 이른바 '황제 다이빙'만 했었는데 전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국내 다이빙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내 노쇠한 체력이 견뎌줄까? 몸이 중성부력을 기억하고 있을까? 팀원에게 민폐만 끼치는 건 아닐까? 너무 춥진 않을까? 등 오만 가지 걱정이 들었다.
보목포구에 도착하니 거친 파도가 반갑게 맞아줬다. 장비 세팅은 옆 교육생을 커닝하면서 완료한 후 보트를 타고 다이빙 포인트 '섶섬 작은 한개창'으로 이동했다. 파도가 심하게 쳐서 입수하자마자 '물고기 밥'을 주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뱃멀미가 났다. 바짝 긴장한 채로 첫 다이빙을 했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시야도 기대 이상이었다. 다행히 몸도 중성부력을 조금은 기억하고 있어서 적당히 헤맸다.
 첫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보트의 리프트에 올라탔다. 리프트가 없었다면 보트에 낑낑거리며 탔을 텐데 가히 신세계였다. 공기통 교체를 위해 귀항하는데 풍랑주의보가 1시간 뒤쯤 발효된다는 비보를 받았다. 고민하던 강사님들은 짧은 휴식시간 후 바로 두 번째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포구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공기통을 교체하고 다시 보트에 탑승했다. 한 번의 다이빙으로 하루를 끝낼 뻔했지만 베테랑 강사님들 덕분에 두 번째 다이빙까지 무사히 마치고 다이빙샵으로 이동해서 이론교육을 받고 일과를 마무리했다. 다이빙 첫 날부터 강행군으로 배우니 정신은 없었지만 그만큼 빠르게 적응했다.
 셋째 날까지도 풍랑주의보 해제가 되질 않아서 결국 운진항 방파제에서 장비를 메고 걸어서 들어가는 비치 다이빙 2회를 타 과정 교육생들과 함께 했다. 어제보다 바닷속 시야는 안 좋고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서 체력은 바닥났지만 다이빙을 끝내고 먹는 도시락은 꿀맛 같았다.
 마지막 날은 다행히 풍랑주의보가 해제돼서 수면은 잔잔했다. 첫 다이빙 포인트였던 '섶섬 작은 한개창'과 '섶섬 앞 인공어초'에서 3회 보트 다이빙을 했다. 구본원 선배가 각자 컨셉을 잡고 그림을 담아오라는 미션을 주었다.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물 속에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수중 카메라 장비를 들고 조명 세팅까지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중성부력을 잃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우여곡절 끝에 수중 그림을 담고 다이빙샵에서 교육생들과 돌아가며 그림 원본을 시청하며 구본원 선배한테 크리틱을 받는데 마치 수습 때 선배 앞에서 원본 검사를 받는 것처럼 부끄러웠지만 선배의 오랜 경험이 담긴 고급 스킬을 듣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복귀하는 날이 되어서야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서 아쉬웠지만 훗날을 기약하고 서울로 향했다. 다음 수중촬영 교육 때는 더 많은 영상기자 선후배들이 참석하여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

변성중 /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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