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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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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이 입안된다. 그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종류는 다양하다. 미디어정책도 그 하나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같이 찬성만큼이나 반대가 극심한 양극화 사회는 더욱 그러하다. 운 때도 맞아야 한다. 예기치 않은 글로벌 경제위기나 팬데믹을 만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물 건너가기 일쑤다.

 정책은 목표와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근거도 있어야 한다. 앞의 것은 ‘절대적’인 것이고, 뒤의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부동산의 가격 안정은 절대적인 것이고, 강한 규제보다 시장에 맡기자는 안은 상대적인 것이다. 국민의 지지가 다음 요건이다. 선거를 통한 당선이 후보의 모든 정책 공약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그중에는 목표나 과정이 불투명한 것도 있고, 다른 것보다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있으며, 주변 조건이 나빠져 실효를 잃어버린 것도 있기 때문이다. 

 윤정부는 미디어정책에서 큰 그림을 제시한 적이 없다. 목표나 철학을 본 적이 없다. 그저 단순한 실행적 조치만 있을 뿐이다. 그에 대한 이유나 근거도 없다. 다른 안과 견주어 ‘보다 낫다’는 정책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국민이 지지하는 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시청자와 함께 한 KBS에 철퇴 같은 정책을 시행하면서 제대로 된 조사나 공론화도 하지 않는다.

 이유에 짐작 가는 바가 없지는 않다. 다른 정책이나 스타일로 미루어 이 정부도 기왕의 국민의 힘 계열 보수정부와 크게 다름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정부들은 대체로 상의하달, 상명하복 방식에 익숙하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거나 ‘임명권자의 뜻’처럼 위계에 의한 지배를 추구한다. 이들에게 (권력)감시 저널리즘은 매사에 딴지나 걸 뿐인 ‘성가신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든 권력이 조금씩은 갖고 있는 이런 속성으로 윤정부의 정책을 무마시켜주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 심대하다. 특히 수신료의 분리 징수가 그러하다. 한번 분리하면 돌아가기가 불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분리 징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헌재는 수신료를 ‘공영방송을 위한 특별부담금’으로 보고 통합 징수를 정당화했다. 실제 공영방송을 유지하는 많은 나라에서 수신료는 기본 재원이며 징수 방식 역시 대부분 강제적이다. 

 물론 수신료가 최근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시청 단말기가 다양해지고 경쟁 미디어가 범람해 ‘(협회)가입료’ 또는 ‘(기술)사용료’가 원래 뜻인 ‘licence fee’의 의미가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더 이상 수신료를 걷지 않고, 영국 역시 실행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수신료를 중단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캐나다나 네덜란드는 오래전에 국고로 돌렸다. 

 그러나 국민투표에 부친 스위스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독일과 핀란드에서도 일종의 가구세 또는 방송세(稅)로 전환해 오히려 수신료를 강화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우리처럼 전기료에 통합해 재원을 늘려주었다. 특히 유념할 것은 이들 나라의 수신료가 한국에 비해 많게는 9배, 적게라도 5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라는 점이다. 한국의 수신료는 주지하다시피 1980년에 제정된 이래 43년간 단 한 차례도 올려본 적이 없다.

 수신료의 장점은 단연 책무성이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책무를 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런 수신료를 윤정부는 분리로 바꿔 공영방송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려 한다. 이의 심각성을 윤 정부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OTT가, 종편이 정말 공영방송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윤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 될 것이다.

조항제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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