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4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조항제.jpg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이 입안된다. 그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종류는 다양하다. 미디어정책도 그 하나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같이 찬성만큼이나 반대가 극심한 양극화 사회는 더욱 그러하다. 운 때도 맞아야 한다. 예기치 않은 글로벌 경제위기나 팬데믹을 만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물 건너가기 일쑤다.

 정책은 목표와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근거도 있어야 한다. 앞의 것은 ‘절대적’인 것이고, 뒤의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부동산의 가격 안정은 절대적인 것이고, 강한 규제보다 시장에 맡기자는 안은 상대적인 것이다. 국민의 지지가 다음 요건이다. 선거를 통한 당선이 후보의 모든 정책 공약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그중에는 목표나 과정이 불투명한 것도 있고, 다른 것보다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있으며, 주변 조건이 나빠져 실효를 잃어버린 것도 있기 때문이다. 

 윤정부는 미디어정책에서 큰 그림을 제시한 적이 없다. 목표나 철학을 본 적이 없다. 그저 단순한 실행적 조치만 있을 뿐이다. 그에 대한 이유나 근거도 없다. 다른 안과 견주어 ‘보다 낫다’는 정책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국민이 지지하는 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시청자와 함께 한 KBS에 철퇴 같은 정책을 시행하면서 제대로 된 조사나 공론화도 하지 않는다.

 이유에 짐작 가는 바가 없지는 않다. 다른 정책이나 스타일로 미루어 이 정부도 기왕의 국민의 힘 계열 보수정부와 크게 다름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정부들은 대체로 상의하달, 상명하복 방식에 익숙하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거나 ‘임명권자의 뜻’처럼 위계에 의한 지배를 추구한다. 이들에게 (권력)감시 저널리즘은 매사에 딴지나 걸 뿐인 ‘성가신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든 권력이 조금씩은 갖고 있는 이런 속성으로 윤정부의 정책을 무마시켜주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 심대하다. 특히 수신료의 분리 징수가 그러하다. 한번 분리하면 돌아가기가 불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분리 징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헌재는 수신료를 ‘공영방송을 위한 특별부담금’으로 보고 통합 징수를 정당화했다. 실제 공영방송을 유지하는 많은 나라에서 수신료는 기본 재원이며 징수 방식 역시 대부분 강제적이다. 

 물론 수신료가 최근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시청 단말기가 다양해지고 경쟁 미디어가 범람해 ‘(협회)가입료’ 또는 ‘(기술)사용료’가 원래 뜻인 ‘licence fee’의 의미가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더 이상 수신료를 걷지 않고, 영국 역시 실행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수신료를 중단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캐나다나 네덜란드는 오래전에 국고로 돌렸다. 

 그러나 국민투표에 부친 스위스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독일과 핀란드에서도 일종의 가구세 또는 방송세(稅)로 전환해 오히려 수신료를 강화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우리처럼 전기료에 통합해 재원을 늘려주었다. 특히 유념할 것은 이들 나라의 수신료가 한국에 비해 많게는 9배, 적게라도 5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라는 점이다. 한국의 수신료는 주지하다시피 1980년에 제정된 이래 43년간 단 한 차례도 올려본 적이 없다.

 수신료의 장점은 단연 책무성이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책무를 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런 수신료를 윤정부는 분리로 바꿔 공영방송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려 한다. 이의 심각성을 윤 정부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OTT가, 종편이 정말 공영방송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윤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 될 것이다.

조항제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1.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힘겹게 만들고 지켜온 공적방송과 이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시민으로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천...
    Date2024.08.28 Views70
    Read More
  2.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로 ‘영상기자상’ 심사 4년차가 되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소감을 밝히자면,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영상보도를 ‘뉴스현장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 서...
    Date2024.05.08 Views245
    Read More
  3.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뉴스VIEW]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장면1. 11월 22일 우리 대통령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패스해 홀로 직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현장 외신 기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다 촬영했지?”라며 웅성거렸다. 영국 언론...
    Date2023.12.21 Views317
    Read More
  4.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키이우에서 온 편지>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유리 볼다코프 ▲아나스타샤 리지나 (유리 볼다코프의 손녀)  친애하는 조직위원회와 여러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오월광주상 수상자이신 유리 볼다코프, 할아버지 ...
    Date2023.12.21 Views239
    Read More
  5.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 국제교류행사 참여기>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누군가 ‘왜 기자가 되었는가?’라며 고리타분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한다면, 그래도 마음 한 편에 고이 모셔둔 ‘사회에 보탬이 되는...
    Date2023.12.21 Views228
    Read More
  6.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통역 자원봉사 참여기>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언론 쪽으로 관심이 많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학 중인 저에게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제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만든 ...
    Date2023.12.21 Views190
    Read More
  7.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에 묘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영화를 보러 가며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마치 오래전 첫사랑을 재회하듯, 기대감과 실망감 언저리의 정의할 수 없...
    Date2023.12.20 Views360
    Read More
  8.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
    Date2023.11.15 Views166
    Read More
  9. [프레임 밖에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
    Date2023.11.15 Views186
    Read More
  10.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
    Date2023.08.31 Views295
    Read More
  11.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가짜’에 상을 수여한다는 희괴한 소식을 들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라는 단체 주최의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 & 기념토론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천만 원이나 지원한다니 ...
    Date2023.08.31 Views206
    Read More
  12.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기후취재특집]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현세 인류의 기원은 약 250만 년 전으로 본다. 그리고 인류는 약 249만 년을 원시인 형태로 살았다. 이유는 기후다. 약 1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Plei...
    Date2023.08.31 Views209
    Read More
  13. [프레임 밖에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 _ ‘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
    Date2023.08.31 Views175
    Read More
  14.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이 입안된다. 그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종류는 다양하다. 미디어정책도 그 하나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Date2023.06.29 Views244
    Read More
  15.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1]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미하일 아르신스키 (Mikhail Arshynski,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기로에 선 세계상(대상) 수상자)  루카센코 장기독재에 신음하는 벨라루스 민주주...
    Date2023.06.29 Views265
    Read More
  16.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2]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브루노 페데리코 (Bruno Federico,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권력과 자본이 저지른 폭력과 범죄의 고발을 위해 시작한 영상기자로서의 삶 저는 영상저...
    Date2023.06.29 Views234
    Read More
  17.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3]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국제뉴스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분열의 자화상: 미,영의 언론들을 통해 세계를 보아 온 한국 언론의 관성과 학습된 ...
    Date2023.06.29 Views272
    Read More
  18.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2023 광주민주포럼을 다녀와서…>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채종윤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2차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실존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측과 구조 속에 인간됨을 이해하려는 측, 과연 ’인간은 주제적일 수 있는가‘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서양 사상...
    Date2023.06.28 Views237
    Read More
  19.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 까르네 클레임 사본. 아주 간단한 메일이지만 클레임 해소가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연말연시면 으레 다양한 인사들이 오간다. 연락이 뜸했던 취재원의 안부 문자에...
    Date2023.06.28 Views494
    Read More
  20.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책 추천]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인, 문인이다. 한 백과에 따르면 그는 대표적인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로마제국 최초의 공인된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3대 황제 칼리굴라 시대...
    Date2023.06.28 Views227
    Read More
  21. [뉴스VIEW]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뉴스VIEW> 김세희 변호사 (민주노총법률원)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한 방송사의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분이 국회 취재이동 지원을 나갔다가 한강둔치의 국회 주차장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안타까...
    Date2023.04.26 Views4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