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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다’. 그리고 보는 것과 언어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지적으로 성장한다. 이렇듯 우리의 시각은 사물의 형상과 언어라는 개념을 매개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시각의 작용은 곧 인식의 작용과 직결된다.

  이와 같은 시각에 의한 언어 인식의 역사는 개인적 경험을 넘어 인류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먼저 사용했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처럼 구석기 사람들은 소와 말을 그리면서 사냥의 성공과 안녕을 기원했다. 이후 상형이나 설형 등의 문자가 생기자 이미지의 자리를 문자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플라톤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경멸하기까지 했다. 그에게 이미지란 인간을 둘러싼 실재 환경에 대한 인식의 표상에 불과했다. 그가 추구하는 이데아(Idea)란 진리의 세계에 비해 이미지는 실재 세상에서도 왜곡된 결과물일 뿐이었다. 
 
이후 서양의 전통은 문자와 발음을 포괄한 텍스트가 사진과 영상을 동반한 이미지보다 더 우수한 기호로 인식돼 왔다. 생각을 지성(Intelligence)와 직관(Intuition)으로 나누고 텍스트는 지성과 이미지는 직관과 관련된 기호로 구분하려 했던 편향성은 많은 철학자들의 시도에서 볼 수 있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Hegel, 1770-1831)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의 생각을 가장 높고 가장 진실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언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미술과 같은 이미지와 관련된 영역은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됐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인쇄물은 유통의 세계화를 가속화시켰고 이미지는 설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혁명은 이 모든 걸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정보는 간단한 디지털 이미지로 유통된다. 아이들은 책 대신 컴퓨터 화상 강의로 공부한다. 글은 더 이상 읽히지 않는다. SNS 이모티콘 등은 이미지가 얼마나 문자를 대신하고 있는 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생각할 점이 있다. 이런 미디어의 범람과 이미지의 폭발로 대표되는 영상시대의 재림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에 대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TV, 영화, 게임 영상들은 어떤가? 영상은 본연의 언어적 기능을 상실한 채 우리에게 선정적, 폭력적 메시지를 계속 주입한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핏빛으로 얼룩져있고 TV는 상업적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게임은 또 어떤가? 이렇듯 우리는 영상의 폐해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이를 영상 폭력이나 오염으로도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영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집단최면에 걸린 것처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철학자 질베르 뒤랑은 이런 저급 영상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을 가리며 ‘죽은 눈’이라고 표현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유는 누구도 영상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작금의 실정에 있다. 사실 영상을 교육할 전문인도 없다. 영상을 단순히 찍고 편집하는 대상이 아닌 표현과 이해의 미디어로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영상을 진정한 창조적 상상력과 건강한 언어적 기능의 수단으로 양성화 할 수 있는 길이다.  

사실 지금껏 영상교육이 없었던 건 아니다. 초기의 영상교육은 미디어로부터 보호를 목적으로  청소년을 떼어 놓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다. 1970년대 TV의 출현과 함께 영국에서 시작된 최초의 영상교육은 교육의 주요 내용이 ‘매스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력 특히 문화, 도덕, 사상적 악영향에만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보호주의론(Protectionism)’의 범위에서만 다뤄졌다. 결국 이런 영상교육의 방향 설정은 영상교육을 TV라는 일방향적 매체를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청소년의 수동적 대응만 강조한 교육이란 한계 상황을 맞았다. 

  21세기를 넘긴 현재의 영상은 예전의 TV같은 ‘올드 미디어’의 모습이 아닐뿐더러,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온갖 종류의 뉴미디어와 공존하는 복잡한 환경 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영상을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상을 감상과 비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수동적 수용자의 입장을 벗어나, 영상 자체를 활용해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삼는 적극적 사용자의 관점에서 영상교육을 보다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관점에서의 영상교육은 청소년들이 영상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신들의 큰 잠재력을 발견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일의 미디어학자 디터 바아케(D.Baacke)에 의하면 미디어 능력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이용하며, 혁신적, 창의적으로 구성 제작할 수 있는 주체적 능력을 말한다. 바로 이 미디어 능력을 독자적으로 개발, 발현시키는 교육이 미디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디어가 ‘자아 정체성’을 위한 교육의 대상이자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상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을 권유한다. 

이는 영상시대에 이미지를 어떻게 읽고 표현하는 가를 가르치는 영상 문해 교육이다. 영상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 의식과 심미적 능력까지 변화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영상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란 시각적인 표현 언어가 갖는 상징체계와 구조를 분석해냄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영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표현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열린 교육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교육이 새싹을 터드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방송 일선에 선 기자들이나 방송인을 길러내는 대학에서도 이런 관점의 교육을 염두에 두고 방송제작과 교육과정 재편과 같은 노력을 한다면 영상은 훌륭하고 건강한 미디어의 수단으로 각광 받을 것이다. 



정경열 교수 사진.jpeg
정경열 교수/영산대학교 방송콘텐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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