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3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거꾸로 가는 초상권 

 

초상권이라 함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함부로 촬영 또는 작성되지 아니하고,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아니하며, 초상이 함부로 영리 목적에 이용되지 아니할 권리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피촬영자 본인의 동의가 있으면 초상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본인이 동의하고 또 예상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공표·복제·판매되는 등 동의의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가 있다고 할 것이며, 초상권침해기준으로서 영미법계의 판례는 이른바 건전한 상식의 기준(mores test)'을 따르고 있다면, 대륙법계인 독일의 판례와 학설은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품위 있는 일반인의 인식을 그 기준으로 하고 있다

건전한 상식을 갖춘 일반인의 수준으로 생각해서 시민으로 돌아온 한 여성의 안마당이나 유리창을 통해 거실을 들여다보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언론의 카메라렌즈는 곧 국민의 눈동자이다. 기자라면 국민의 눈동자가 과연 그곳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인지, 과연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 사건의 본질적 내용과 부합하는 것인지를 늘 생각하면서 취재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삼성동 사저 사진.jpg

  박근혜 전 대통령 가저를 취재하기 위해 모여있는 기자들

 

최근 언론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삼성동 사저 부근의 취재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로서 국가적인 뉴스라서 그 열기가 뜨거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언론이 지켜야 할 기본윤리는 지키면서 취재하고 보도해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탄핵되어 사저로 돌아 온 상황에서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한 시민의 신분이고 여성일 따름이다. 그런데 사저 맞은 편 5-6층 건물의 옥상에 지미짚으로 ENG카메라를 설치하여 사저의 내부를 감시하듯 촬영하여 뉴스로 보도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대문 앞에서 출입하는 관련자들을 취재해도 충분히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위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긴 망원렌즈를 장착하여 군중 속에 특정인의 얼굴을 클로스업하는 행위는 일반적 상식으로나 법리적으로도 초상권의 취지를 거꾸로 가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망원렌즈는 사건의 내용으로서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되는 피사체 예를 들어, 기자가 시위대를 촬영하다가 시위대 중에 한명이 아스팔트에 넘어져 피를 흘리고 있을 때 그를 조준하여 촬영하는 것처럼 특별한 경우에서만 그 이용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카메라의 촬영도 영어로 총을 사격하다와 동일한 ‘shoot’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탈영병이) 도망가면서 그를 추적하는 장병의 위치를 짐작으로 조준 없이 그냥 사격하는 것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엄호사격이라면 망원렌즈로 군중 속의 어떤 사람의 얼굴을 클로스업하는 행동은 그것이 초상권침해로 되는 순간 지휘관이나 특정인을 향해 조준사격을 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꽃이 만발한 봄 날, 어느 회사 유부남과장과 여직원이 여의도에서 점심시간에 벚꽃을 즐기는 군중 속에서 산책하는데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클로스업해서 벚꽃 따라 사랑도 만발이라는 캡션을 달아 보도한 사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언론에 부여된 취재와 보도의 자유는 그것이 국민으로서 상대의 개인적 인격권이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이지, 무제한의 범위로 권리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법원도 모든 국민은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을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고, 언론매체에 대하여 자신의 초상에 관한 방송을 동의한 경우에도 당시 예정한 방법과 달리 방송된 경우에는 초상권의 침해가 있다 할 것이고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서울중앙지법 2006.11.29.선고 2006가합36290판결)고 판결한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류종현 / 부산대 초빙교수 전MBC 국장

류종현.jpg




  1.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언론의 취재관행 여전히 ‘소수정예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일같이 사건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판단해야할 상황변수는 많다 이를 하나의 윤리규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자는 오랜 취재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
    Date2021.09.24 Views280
    Read More
  2.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겨울에 시도해 볼 만한 소소하게 와인 마시기 ▲ MBN 부서원들과 와인 모임을 가졌다(사진 왼쪽 맨 앞이 필자). 삼겹살에 소주, 그리고 와인 한잔. 유난히 술 한 잔이 생각납니다. 그간 건강을 위해 술을 자제해 왔지만 뭐 추운 겨울이잖아요. 저와 일행은 이태...
    Date2020.01.08 Views296
    Read More
  3.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
    Date2023.11.15 Views60
    Read More
  4. 거꾸로 가는 초상권 -류종현 / 부산대 초빙교수 전MBC 국장-

    거꾸로 가는 초상권 초상권이라 함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 함부로 촬영 또는 작성되지 아니하고,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아니하며, 초상이 함부로 영리 목적에 이용되...
    Date2017.05.22 Views638
    Read More
  5.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정부 중앙 청사를 급습하려는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사진=필자) ▲지난 2019년 7월 1일, 매년 열리는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범죄인 인도법 반...
    Date2021.03.10 Views482
    Read More
  6. 故 MBC 김경철 기자 10주기 추모글

    내 동기 경철아.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년 12월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Date2018.01.10 Views654
    Read More
  7.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지난1월25일영상보도가이드라인광주전남지부온라인교육 <사진왼쪽부터> 나준영부장(MBC뉴스콘텐 츠편집부),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윤성구기자(KBS 전략기획부), 이승선교수(충남대언론정보학과) 대학...
    Date2021.01.07 Views542
    Read More
  8.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월 8일자 <중도일보>에 “질문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승선 교수의 칼럼을 본보가 전재를 청하였습니다. 원문의 일부를 가져오되, 필자가 이후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추가하여 싣습니다. [편...
    Date2021.07.06 Views269
    Read More
  9.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지난 6월 초, 소양강 상류에서 외래어종 침투와 생태교란 문제를 취재한 필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편이라 내 실력에 낙담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lsqu...
    Date2021.01.07 Views295
    Read More
  10. ‘한반도 위기설’을 선동하는 일본의 의도

    ‘한반도 위기설’을 선동하는 일본의 의도 최근 일본의 신문기사와 방송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 미사일과 핵 실험 가능성이라는 안보위기 와중에서 일본 언론이 예년과 비교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북풍’을 선동하는 ...
    Date2017.05.23 Views633
    Read More
  11.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252
    Read More
  12.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513
    Read More
  13.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
    Date2023.08.31 Views158
    Read More
  14.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
    Date2020.01.08 Views326
    Read More
  15.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
    Date2017.07.21 Views589
    Read More
  16.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연말 세상은 미디어의 전쟁터이다. 크리스마스의 화려 한 조형물과 캐롤, 휘황찬란한 조명과 광고들의 홍수 사 이로 기업들은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각종 미디어 기 업들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청자들...
    Date2019.03.08 Views565
    Read More
  17. [프레임 밖에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
    Date2023.11.15 Views55
    Read More
  18. [프레임 밖에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 _ ‘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
    Date2023.08.31 Views43
    Read More
  19. [취임사]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이 · 취임식에서 제27대 나준영 회장이 제26대 한원상 회장으로부터 협회기를 전달받고 있다. 영상기자 역사 60년의 해에 영상기자 100년을 향하여 1961년 12월, 대한민국에 오늘을 영상으로 ...
    Date2021.03.11 Views322
    Read More
  20. [초상권]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살인하면 영웅이 되는 나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장대호(38)라는 사람이 투숙객 A씨와의 다툼 끝에 살인을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그는 추호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반말을 했고, 숙박비 4만 원을 주...
    Date2019.09.09 Views334
    Read More
  21.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Date2020.11.18 Views3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