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6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때 공개했다. 신상공개를 결정한 근거 법률은‘ 성폭력처벌법’ 제25 조이다‘. 피의자의 얼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동 조항은 몇 가지 조건을 붙여서 성폭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범죄에 관한 증거가 충분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이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에 기여할 때를 말한다. 공개할 수 있는 신상은 얼굴, 성명, 나이 등이다. 또 하나의 조건이 추가되었는데 해당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상의 청소 년에 해당할 때는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두 사람의 신상과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기까지 당국의 고뇌는 컸을 것이다. 경찰관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경찰청의 신상공개위원회는 심의과정에서 피의자 인권, 피의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을 놓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인 강훈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심의위원회는 범죄에 대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점, 범행의 수법과 피해자들에게 미친 지속적인 피해,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쟁점에 대한 논의가 번외로 빠지지 않기를 전제한다. 신상이 공개된 두 사람을 비롯한 관련 피의자들에게 법에 정한 사법절차가 엄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 아무 이견이 없다. 피해자들의 피해 방지와 구제, 사회적 규범의 복원을 위해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양형 요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도 이론이 없다. 


 ‘청소년 보호법’은 1997년 제정 당시 청소년을‘ 18세 미만의 자’로 규정했다. 1999년 동법은 청소년의 연령을‘ 19세 미만의 자’로 개정했다. 청소년을 청소년 폭력과 학대 등 각종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구제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되었다. 2001년 개정된 동법의‘ 청소년’ 조항은‘ 19세 미만의 자’로 규정하되 단서가 붙었다. ‘만 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 한 자를 제외한다’라고 개정했다. 이른바 ‘연 나이’를 적용했다. 법률 개정 사유는 뚜렷하다. 법률 개정 사유에 따르면, 법적으로‘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성인’으로 간주되는 조건과 연령대가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거나 취업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의 나이 셈법이 개정된 것이다. 연 나이에 해당하 는 청년들을 성인으로 간주해 처벌을 강화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청소년으로 규정 됨으로써 받게 될 제재의 위험으로부터 제외시켜 이들의 자유로운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려는 법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고 본다.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은 법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서 조항의 입법 취지에 부응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고위 공직자나 공적 인물이 아닌 경우 일반 형사피의자의 신상 공개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관과 법률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헌법 제27조에 규정된 내용이다. 뿐만 아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헌법 제103조와 제109조에 담겼다. 흉포한 범죄자에게 엄정한 사법절차에 따라 상응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법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원리다. 나아가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는 법관에 의해 법원에서 공개적으로 형사 피고인을 재판하는 절차 역시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의 요체다. 


 한편에 공개된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다투게 될 형사피의자의 구체적인 범죄 내용과 범죄 혐의자의 신상을‘ 지금 당장’ 공개 해 달라는 대중의 요구가 있다. 다른 한편에, 여론재판이 아니라 법원의 법관에 의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형사 피고인의 헌법적 권리가 자리 잡고 있다. 언론은 양자 간의 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루랑소 사건이 있다. 그는 공판이 개시되기 전에 형사피의사실을 공표하였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소속된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편집국장도 함께 유죄 선고를 받았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기자들은 유럽인권재판소에 프랑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언론인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언론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타인의 평판과 권리 보호, 사법권의 공정성과 권위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언론의 취재보도 자유는 필수적이다. 공직자의 업무 수행이나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언론의 취재보도 자유는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공인이 아닌 사인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개법정의 공개재판을 중심으로 사안을 보도하려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형사사건의 신상공개심의위원회나 언론 모두 고민이 클 것이다.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피해 구제의 필요성을 수용하면서 헌법이 추구하는 공정한 재판절차의 확보라는 이익을 조화시켜나갈 책무가 언론인들의 어깨에 주어져 있다. 그 책무를 온전하게 이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려운 일이기에 언론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 언론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인권의 척후이자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승선 교수 /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2 사진.jpg




  1. [줌인] 행복하고 의미있는 2021년으로 만들어 나가시길

    [줌인] 행복하고 의미있는 2021년으로 만들어 나가시길 어느덧 2020년이 저물었습니다. 2020년엔 어느 해보다 이슈가 많았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코비드-19(COVID-19) 일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전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생활패턴, 완전히 새로운 관...
    Date2021.01.08 Views249
    Read More
  2.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재현장 보도 윤리·취재 방식도 변화 ▲지난 12월 21일 가족 새해 소망을 듣기 위해 방송사 취재진이 마이크 연장봉을 이용해 마스크 쓴 시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종로 경찰서 앞에...
    Date2021.01.08 Views396
    Read More
  3.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KBS대전뉴미디어팀에서근무하고있는필자 지난 2월 KBS 대전총국 내 새로운 조직인 디지털 관련 부서가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갈망해 왔지, 사실 디지털 분야는 그...
    Date2021.01.08 Views414
    Read More
  4.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법원은‘또다른조두순들’에어떤판결을내렸나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키워드로본'스쿨존교통사고'…사각지대도확인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뉴스가 새롭...
    Date2021.01.08 Views248
    Read More
  5. 영상기자라는 이야기꾼

    영상기자라는 이야기꾼 ▲〈카스테라EP.15〉코로나 2주 자가격리, 기자가 직접 겪고 말씀드립니다. ▲〈카스테라EP.16〉조두순 출소 현장 취재기/ 조두순 사건 과거와 현재 우리는 가진 이야기가 참 많은 사람들이다. 영상기자라는 직업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
    Date2021.01.07 Views350
    Read More
  6. 자가격리 14일간의 기록

    자가격리 14일간의 기록 ▲필자가 자가격리 중 먹었던 음식과 용품 서울 시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나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음성이 나왔음에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 간의 자가격리를 했다. 14일 동안의 격리가 시작된 것이다. 11월3일~...
    Date2021.01.07 Views275
    Read More
  7. 언시 장수생이 언시 장수생들에게

    언시 장수생이 언시 장수생들에게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국입니다. 이 시국에 안 힘들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오래된 불안이 불행으로 번지고 있을 ‘언시 장수생’들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얼굴도 모를 장수생들을 걱정하는 건 지나친 오지...
    Date2021.01.07 Views834
    Read More
  8.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MBN 영상기자들이 기획취재 장비운용계획을 의논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무선마이크 장비를 지급받은 영상기자가 많을 것이다. 700Mhz 무선마이크 사용이 2021년 1월 1일부터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간 무선마이크 주파수로 사용하던...
    Date2021.01.07 Views1085
    Read More
  9. 이제 자야지? 이재야!

    이제 자야지? 이재야! ▲막 태어난 딸 '이재'를 처음 안아보는 필자 2020년 11월 2일 아침 6시 아내에게 진통이 찾아왔다. 불안감과 설레는 마음을 뒤로 하고 야간 근무를 서기 위해 오후 4시 30분 회사로 출발했다. 다음날 오전 3시, 성남에 사는 처제...
    Date2021.01.07 Views320
    Read More
  10.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지난1월25일영상보도가이드라인광주전남지부온라인교육 <사진왼쪽부터> 나준영부장(MBC뉴스콘텐 츠편집부),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윤성구기자(KBS 전략기획부), 이승선교수(충남대언론정보학과) 대학...
    Date2021.01.07 Views541
    Read More
  11.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지난 6월 초, 소양강 상류에서 외래어종 침투와 생태교란 문제를 취재한 필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편이라 내 실력에 낙담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lsqu...
    Date2021.01.07 Views295
    Read More
  12.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Date2020.11.18 Views361
    Read More
  13. MBC ‘보도영상연구회’

    MBC ‘보도영상연구회’ ▲ 지난 9월 21일‘4k 카메라와 UHD프로세싱’을 주제로 진행된 MBC보도영상연구회 세미나에 참가한 MBC 영상기자<사진>. ▲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 사이 진행된 보도영상연구회 포럼내용을 정리한 제1호 자료집...
    Date2020.11.18 Views269
    Read More
  14. 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 2019년 겨울, 국회 영상기자실에서 영상기자와 함께 2019년 말, 신입 때부터 이어진 약 3,650일이라는 약 10년간의 사회부 생활이 끝나고 국회로 출입처 발령을 받았다. 모든 변화에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법. 나 역시 그동안...
    Date2020.11.17 Views351
    Read More
  15.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250
    Read More
  16. 길(路)의 재발견

    길(路)의 재발견 ▲ 성산대교 밑 보도 한쪽에 잠자리를 사냥한 거미의 모습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 첫 보도는 원인 모를 폐렴으로 우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이것이 나의 삶과는 상관없을 줄 알았다. 그러...
    Date2020.11.17 Views177
    Read More
  17. 도심 속 고궁 산책

    도심 속 고궁 산책 ▲ 올여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서울은 천박한 도시.” 지난여름,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을 가리켜 아파트값만 얘기하게 되는 천박한 도시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행정수도 이전의 필...
    Date2020.11.17 Views224
    Read More
  18.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 지난 10월 초, 파주의 한 연습실에서 연습에 한창인 이날치 밴드 따랑 땅 따랑~ 따랑 땅 따랑~’ 댄스곡이 시작될 것 같은 130bpm의 흥겨운 베이스 리듬 뒤에 한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킬링...
    Date2020.11.17 Views284
    Read More
  19.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 MBC강원영동 방송사가 보관하고 있는 테이프 자료<사진> 14,040개. 저희 회사가 보유한 테이프 개수예요. 손으로 하나하나 셌으니,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크게 틀린 숫자는 아닐 거예요. 1986년 자사 TV개...
    Date2020.11.17 Views254
    Read More
  20.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이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전광훈 목사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독려해 감염병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 국민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의 이름은 2005...
    Date2020.11.17 Views216
    Read More
  21.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 일광욕을 즐기는 얄리와 쎵 떠오른다. 10대 때 아주 힘들게 읽어나갔던, 책(데미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
    Date2020.11.17 Views37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