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진).jpg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것이다. 영상기자가 된 것. 이것이 내겐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이었다.

 

 나는 평소 차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ENG카메라를 드는 순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인격이 깨어난다. 평소라면 쿨하게 지나갈 법한 상황인데 카메라 렌즈 앞 피사체를 향해서는 극도의 예민함이 튀어 나온다. 위험한 상황은 되도록 피하겠지만 유독 ENG카메라만 들면 두려움이라곤 없이 현장에 뛰어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인데 현장에서는 굉장한 욕심쟁이처럼 군다.

 

 직업적인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ENG카메라, 이 무거운 사물에 대한 경외를 빼놓을 수 없다. ENG는 얼마나 무거운가? 가볍고 가동성이 뛰어나고 화질도 훌륭한 최신 소형 카메라가 또 얼마나 많은가? 효율성이나 활용성 측면에서 사실 더 나은 옵션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ENG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을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ENG카메라의 장점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물론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면 불편함을 크게 느낀다. ENG의 기능과 편의성은 가히 추종 불가다.

 

 ‘아 ENG만 있었더라면...!’

 ‘이래서 ENG를 쓰는구나!’

 이렇게 ENG카메라의 위대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바닥에서 일하게 된 후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이전에는 일기예보를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신경 쓸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 언제 비가 온다고 전해주면 그제야 우산을 챙기는 수준? 그러나 지금은 꼬박꼬박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긴장감을 가지고 말이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건조한지, 바람이 부는지 늘 예의주시 한다. 태풍과 같은 이상기후 때는 실시간으로 예상 경로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인다. 아, 이게 참 큰 변화구나!

 

 그리고 네임슈퍼. 다 공감하시겠지만 네임슈퍼가 이렇게 큰 의미를 지닐 줄이야! 영상기자는 화면 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이름 석 자로만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이전에는 뉴스에 네임슈퍼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뉴스 갈무리에 조그맣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네임슈퍼를 누가 관심 있게 지켜보랴. 이제 내게 네임슈퍼란 단지 단어가 아니라 의미와 책임이다. 고생이고 보람이다. 어떤 영상기자가 촬영했는지 네임슈퍼를 보며 확인하고 현장에서 고생했을 장면을 떠올린다.

 

 또 하나. 지금은 아무 곳에서나 나도 모르게 구도를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장소든, 생각이 돌아가면서 사물을 재해석, 재배치한다. 손에 카메라가 없어도 머리로는 촬영을 한다. 가끔은 나 자신이 카메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이것들이 전부 영상기자로서의 삶이 내게 가져온 변화다. 사소하면서도 거대한 변화. 지금도 이 변화를 실감하며 매일 현장에 나간다. 현장에서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느낀다. 선후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행복한가, 절감한다. 나는 지금 변화 속을 걸어가며 성장하는 중이다. 

 

 

구민혁 / KBS강릉방송국    kbs강릉방송국_구민혁기자(증명사진).jpg

 

 

  1.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 작년 가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초겨울이었다. 그는 KBS에 막 입사했었고, 연애를 시작하기엔 너무 바빴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여...
    Date2020.11.16 Views389
    Read More
  2.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
    Date2020.09.16 Views270
    Read More
  3. 영상기자와 유튜브

    영상기자와 유튜브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6.7%로 2015년 55.0%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방통위가 시행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
    Date2020.09.16 Views324
    Read More
  4.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Date2020.09.16 Views324
    Read More
  5.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Date2020.09.16 Views367
    Read More
  6.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
    Date2020.09.15 Views400
    Read More
  7.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
    Date2020.09.15 Views212
    Read More
  8.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
    Date2020.09.15 Views216
    Read More
  9.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Date2020.09.15 Views220
    Read More
  10.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
    Date2020.07.17 Views488
    Read More
  11. [줌인]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줌인] 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어요. ... 사실 유를 치나 안 치나 뭐 대표님한테 나쁜 건 없잖아요. ...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 ... 이렇게 하면 실형은 막을 수 있...
    Date2020.07.17 Views318
    Read More
  12.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승선 교수/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오래된 것 일수록 그렇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수용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바뀌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경고도 불문한다. 흡연 같은 경...
    Date2020.07.17 Views354
    Read More
  13.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
    Date2020.07.17 Views271
    Read More
  14.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5.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미국 911 이후 쌍둥이 빌딩의 폐허 자리에 지하 공간을 유지해 참사를 기억하자고 했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Daniel Libeskind)의 제안보다 그 인근에 고만고만한 건물들을 건설하자는 계획은 시민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Date2020.07.17 Views313
    Read More
  16.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7.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37
    Read More
  18.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225
    Read More
  19.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
    Date2020.07.16 Views352
    Read More
  20.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18
    Read More
  21.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46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