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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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진).jpg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것이다. 영상기자가 된 것. 이것이 내겐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이었다.

 

 나는 평소 차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ENG카메라를 드는 순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인격이 깨어난다. 평소라면 쿨하게 지나갈 법한 상황인데 카메라 렌즈 앞 피사체를 향해서는 극도의 예민함이 튀어 나온다. 위험한 상황은 되도록 피하겠지만 유독 ENG카메라만 들면 두려움이라곤 없이 현장에 뛰어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인데 현장에서는 굉장한 욕심쟁이처럼 군다.

 

 직업적인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ENG카메라, 이 무거운 사물에 대한 경외를 빼놓을 수 없다. ENG는 얼마나 무거운가? 가볍고 가동성이 뛰어나고 화질도 훌륭한 최신 소형 카메라가 또 얼마나 많은가? 효율성이나 활용성 측면에서 사실 더 나은 옵션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ENG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을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ENG카메라의 장점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물론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면 불편함을 크게 느낀다. ENG의 기능과 편의성은 가히 추종 불가다.

 

 ‘아 ENG만 있었더라면...!’

 ‘이래서 ENG를 쓰는구나!’

 이렇게 ENG카메라의 위대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바닥에서 일하게 된 후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이전에는 일기예보를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신경 쓸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 언제 비가 온다고 전해주면 그제야 우산을 챙기는 수준? 그러나 지금은 꼬박꼬박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긴장감을 가지고 말이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건조한지, 바람이 부는지 늘 예의주시 한다. 태풍과 같은 이상기후 때는 실시간으로 예상 경로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인다. 아, 이게 참 큰 변화구나!

 

 그리고 네임슈퍼. 다 공감하시겠지만 네임슈퍼가 이렇게 큰 의미를 지닐 줄이야! 영상기자는 화면 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이름 석 자로만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이전에는 뉴스에 네임슈퍼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뉴스 갈무리에 조그맣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네임슈퍼를 누가 관심 있게 지켜보랴. 이제 내게 네임슈퍼란 단지 단어가 아니라 의미와 책임이다. 고생이고 보람이다. 어떤 영상기자가 촬영했는지 네임슈퍼를 보며 확인하고 현장에서 고생했을 장면을 떠올린다.

 

 또 하나. 지금은 아무 곳에서나 나도 모르게 구도를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장소든, 생각이 돌아가면서 사물을 재해석, 재배치한다. 손에 카메라가 없어도 머리로는 촬영을 한다. 가끔은 나 자신이 카메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이것들이 전부 영상기자로서의 삶이 내게 가져온 변화다. 사소하면서도 거대한 변화. 지금도 이 변화를 실감하며 매일 현장에 나간다. 현장에서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느낀다. 선후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행복한가, 절감한다. 나는 지금 변화 속을 걸어가며 성장하는 중이다. 

 

 

구민혁 / KBS강릉방송국    kbs강릉방송국_구민혁기자(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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