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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지킨 민주주의, 그 현장에 영상기자가 있었다


목숨 걸고 영상으로 알린 ‘12.3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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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월 14일 오후 국회본회의장. ‘12.3계엄내란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2차 탄핵소추안투표가 진행되었고, 이어진 개표작업을 국회출입영상기자단이 취재하고 있다.




  ▶ 충격, 분노, 공포, 그리고 희망.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 밤 10시28분의 특별담화부터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5시까지 대부분의 국민들이 느꼈을 심정이다. 계엄 선포 직후부터 지금까지 시민들은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 결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시민들의 ‘승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현장영상의 중요성과 영상기자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

을 내놓고 있다. 


▶ 계엄의 밤…담 넘어 국회로 간 영상기자들, ‘통풀(전체영상풀)취재’ 결의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타전되자마자 방송사 보도국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특히 계엄 선포와 동시에 들이닥칠 계엄군의 모습 등 현장을 담아야 하는 영상기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빴다.영상기자들은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가 모두 끝난 시간이라 대부분 퇴근해서 집에서 쉬거나 연말 모임 중이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영상취재 데스크는 “‘내용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뭔가 급하게 발표하는 것 같다’고 해서 집에서 나와 회사로 가는 도중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걸 알게 됐다”며 “회사로 가는 차에서 각 출입처부터 연락을 돌려 ‘계엄이 선포됐으니 출입처별로 정위치하라’고 지시하고, 회사에 도착해 영상취재부 전체 카톡 방에 ‘계엄으로 전원 출근 요청하니 현재 위치에서 회사에 복귀해 달라’고 긴급 공지를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로 가면서 ‘혹시 장갑차나 탱크가 와 있으면 어쩌나’, ‘계엄군이 회사에 들이닥쳤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회사에 들어갈 방법을 고민하면서 갔다”고 당시 소회를 털어놨다. 

 종합편성채널의 영상취재 데스크도 “대통령 팀에서 담화 발표가 있다고 보고가 올라와 준비하고 있는데, 계엄 발표를 보고 ‘내가 잘못 들었나?’ 했다”며 “재난이 터지면 기본적인 매뉴얼이 있는데 계엄 상황은 처음이라 영상기자 전원과 오디오맨, 취재차량 기사분들에게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회사에 먼저 도착하는 순서대로 전송 장비를 지참시켜 주요 포인트에 내보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국회, 대통령실, 국방부, 광화문, 서울역, 남태령 등 주요 취재 포인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현장은 국회였다. 기자들이 도착했을 땐 이미 경찰 병력이 스크럼을 짜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시민들이 운집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계엄군도 진입했다. 장비 없이 도착한 영상기자들은 우선 휴대전화로 현장 상황을 촬영하면서 국회로 진입할 방법을 모색했고, 상대적으로 경비

가 허술한 쪽의 담을 넘어 들어가기도 했다.

 한 영상기자는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경찰과 국회 관계자들, 계엄 소식을 듣고 나온 시민들, 계엄군 등이 뒤엉켜 있었다”며 “경찰이 정문 철문을 닫고 국회의원들까지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취재팀 4명 중 두 명밖에 못 들어갔다”고 전했다.

  비상계엄이라는 사안의 중대함, 기자들이 현장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 등을 고려해 국회 영상기자단은 결단을 내렸다. 바로 각사에서 취재한 영상을 모두 공유하는 ‘통풀(1,2,3 풀단 전체풀)'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국회를 담당하는 SBS 박현철 기자는 “국회는 원래 1, 2, 3풀이 다 따로 취재하는 게 원칙인데 그날은 국가적으로 너무 중대한 상황인데 반해 (취재 인력이) 소수 인원만 있었다”며 “현장을 감당하기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풀단 총간사를 비롯해 전체 풀로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 방송사 데스크는 “국회 출입기자들이 모두 라이브를 하는 상황에서 영상기자들이 전체 풀 시스템을 가동했다”며 “각사의 이익을 배제하고 전체 풀이 되었기 때문에 상황마다 현장 그림들이 많이 들어왔고, 당시 상황을 국민들에게 잘 알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대통령실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한 영상기자는 “긴급 담화가 있다고 해서 각사 영상기자들이 나와 있었는데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해 출입기자들이 나온 회사들부터 생방송을 시작했다”며 “계엄 직후엔 출입 통제를 하지 않았는데 자정 즈음부터 기자들도 출입을 통제해 그 시간 이후로 온 기자들은 아예 들어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MBC의 경우 국방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잠깐 나갔던 기자가 출입 통제로 들어오지 못하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 출입 통제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뒤 풀렸다. 


▶ 계엄 내란사태에 가려진 한국최초 노벨문학상 취재

  한편, 해외에서 계엄 소식을 접한 기자들도 있었다. 특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취재하기 위해 출장 중이던 여러 방송사의 취재진은 해외에서 갑작스레 전해진 계엄령 발표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출장 취재진의 한 명이었던 MBC 김희건 기자의 경우, 스톡홀롬으로 향하던 중 경유지인 뮌헨에 내려 계엄 소식을 접했다. 김기자는 한강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현장취재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3일 낮, 서울을 출발해 동료들과 스웨덴으로 향하고 있었다. 김 기자는 “뮌헨 공항에서 계엄 소식을 접하고 한국으로 바로 복귀해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다행히 스웨덴에 도착하니 계엄이 해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언제라도 복귀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한강 작가의 취재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또 “계엄 사태로 스웨덴 총리와의 회담이 무기한 연기되어서인지 MNG용 유심카드를 사러들어간 핸드폰 통신사 관계자가 우리에게 ‘괜찮냐?’고 물을 정도로 현지인들이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잘 알고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문학팀에서 굉장히 공들여 사전취재준비를 많이 했고, 개별기획아이템을 위해 섭외해 놓은 것도 많았는데, 특보 체제여서 뉴스 말미에 한 두 개 정도 리포트만 방송되어 개인적으로 아쉽다”면서 “디지털 뉴스로라도 소화해 보려고 했지만, 화장실도 못갈 정도로 인력이 부족해 특보 외에는 편집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일부 콘텐츠만 현지에서 가편집해 디지털 뉴스로 내보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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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실 출입기자단 ‘대통령급 취재체제’로…대통령실 기자단은 헌재로 

  국회는 지난 14일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세 번째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비상근무 체제로 긴박하게 움직이던 언론사들도 평시 체제로 전환되고 윤 대통령 수사 상황과 헌법재판소 동향 등에 주목하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의 업무 정지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으면서 총리실 취재분

위기는 대통령급 취재체제로 전환되었다.

  총리실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총리실 영상기자단은 평소 1풀 6명, 2풀 4명, 3풀 2명 등 3풀 12명으로 운영해 왔다”며 “한 총리의 지위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격상되면서 경호 체제가 대통령급으로 바뀌다 보니 출입기자와 오디오맨 등의 신원조회를 다시 실시했고, 경호 인력이 늘면서 외부로 나가는 경호 관련 엠바고가 많아졌다”면서 “총리 시절엔 주간 일정이 미리 올라왔는데 지금은 일정 조율할 곳이 많아 수시로 변동되는데, 총리실 쪽에서도 기자들에게 당분간 일정과 관련한 부분을 미리 공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업무 정지로 관저에 머물게 되면서 취재 인력 일부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대통령실을 취재하는 한 영상기자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청와대 출입기자단 일부를 헌법재판소에 배정했었다”며 “이번에도 12개사 36명이 3풀로 운영해 오던 대통령실 기자단을 나눠 현재 12명이 헌재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위기의 역사’ 한가운데서 영상기자의 존재와 역할 재조명

  비상계엄 상황을 사회적 혼란 없이 막아내고 탄핵안까지 가결할 수 있었던 힘은 시민들로부터 나왔다. 시민들은 계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회의사당을 직접 찾아 기자들과 함께 현장 상황을 전했고, 현장에 나오지 못한 시민들은 방송, 유튜브 등을 통해 계엄군 국회 진입 등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계엄 철폐를 촉구했다. 시민들은 계엄 해제 직후 여의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해 대통령 탄핵 가결을 촉구했다. 비상계엄 국면에서 디지털을 통한 시민 참여와 함께 언론의 영상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비상계엄 선포 직후와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일에 MBC, JTBC, 오마이TV 등 언론사는 유튜브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특히 MBC는 이 기간 ‘뉴스특보’ 수도권가구시청률이 11.4%, 순간시청률은 27%까지 오르기도 했고, JTBC 역시 메인 뉴스 ‘뉴스룸’ 시청률이 6.7%로 올라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MBC 정우영 뉴스영상2팀장은 “TV로 뉴스를 시청하지 않는 시대임에도 국가적인 큰 이벤트나 사건이 발생하면 아직은 TV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문자 매체와는 달리 방송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 현장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인데, 가장 생생한 모습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이런 부분이 잘 발휘되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방송사의 영상기자도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상황에서도 방송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 계속 라이브를 진행했다”며 “현장을 담아야 하는 영상기자는 이런 상황에서 제일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언론학회는 16일 낸 입장문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은 국민이 이겼고, 민주주의가 이겼고, 언론의 자유가 이긴 것”이라며 “계엄 순간부터 탄핵 결정에 이르기까지, 폭력의 억압에 저항하며 치열하게 진실을 기록하고 증언한 언론인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밝

히기도 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 “영상기자들이 영상을 통해 사안의 핵심과 중대성, 심각성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힘이 결집되고 발휘될 수 있었다”며 “1인 미디어를 비롯한 시민 미디어의 정보 생산과 유통 및 공유가 전통적인 영상기자의 고유한 역할과 더불어 시민들에게 좋은 정보를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어 육군 특수전사령부 김현태 707특임단 단장이 지난 9일 전쟁기념관 앞 거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 “비상상황에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선택한 것이 기자회견, 즉 영상기자의 카메라 앞이었다는 점은 미디어 환경이 변해도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고 저널리즘의 책무를 이행하고 있는 영상기자의 존재와 역할은 여전히 의미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번 사태는 영상기자란 누구이고 어떤 사회적 책무를 갖느냐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사건”이라며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했을 때 영상기자들은 가장 위험한 현장의 최전선에서 취재 보도하면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저널리즘을 위해 고

군분투했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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