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변화를 기대하며
이상기 (한국기자협회 회장)
한 시인의 말입니다.
“크고 거대한 것들은 사람을 소외시킨다.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행복을 건다.
봄이면 피어나는 저 이쁜 풀꽃을 보며
나는 행복하다. 내 소원은 다 이루어졌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 18돌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취재현장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봄 풀꽃처럼 용기와 희망과 행복을 전하기 위해 애쓴 세월입니다. 히말라야에서, 남극점에서, 아프리카 밀림에서, 하늘과 땅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누빈 현장은 바로 카메라기자들의 온전한 발자취입니다. 이는 곧 가감 없는 현실의 반영이 되고 나아가 시대정신과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아무리 좋은 글도 그림으로 뒷받침 되지 않으면 설득력도 영향력도 반감됩니다. 신문기자인 필자는 신문을 읽는 순서를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목을 보고(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사진을 봅니다. 그런 다음 사진설명을 자세히 읽은 다음 다시 관심이 가는 기사의 리드와 몇 문장 정도를 읽습니다. 전체 기사를 읽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지요. 요즘은 신문도 읽는 게 아니라 보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세상인데다, 감각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생생한 현장에다가 영상미까지 뛰어난 프로그램에 사람들의 눈(뿐 아니라 온 신경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요)이 이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라고 저는 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시청자의 애정 어린 비판과 따스한 사랑을 받아 앞으로도 더욱 우뚝 서길 바랍니다. 시청자의 신뢰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님을 오랜 현장경험으로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변한다’는 것엔 두 가지가 있습니다. 變質이 그 하나요, 變化가 또 다른 하나입니다.
변질, 이건 정말 곤란합니다. 자신의 본질과 중심을 잃고 남의 것으로, 그것도 시류에 영합해 둔갑한 것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변화는 다릅니다. 부단히 자기 연마를 하면서 중심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카메라기자협회가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자명해집니다.
우람하진 않지만 옹골진 대로,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대로 진솔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카메라기자협회에 갈채를 보냅니다. 이제 누구를 소유하려 하기 보다 열정과 애정으로 잘 키우는데만 고민하고 골몰할 뿐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