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것들...
장달웅/EBS 촬영감독
나른한 토요일 오후, 주말이면 늘 텅비어 있는 편집실에 앉아 프롤로그 몇 컷트만 붙히다, 더 이상 머릴 짜 내어봐도 진전이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해보기로 한다.
그 사이 비가 왔나보다. 때늦은 비는 애꿎은 꽃잎만 떨어뜨리곤 쬐끔 오다 말았다.
카메라맨으로 교육방송에 입사하여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렀다. 누구나가 나름대로의 편차는 있겠지만, 카메라맨으로서 일련의 성장 과정이 다 있을 줄 안다. 때론 의욕적이고, 때론 나태해지고, 또 때론 자만심에 빠져보기도 하는… 요즘 난 비록 5분짜리지만 몇 편의 프로그램을 제작해보면서 마치 알에서 새롭게 깨어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잊혀져가는 것들”이란 프로는 방송 목적 외에도, 자료수집에 대한 가치와, 젊은 카메라맨들이 대다수인 교육방송 특성상 프로그램 제작을 통한 카메라맨의 조속한 실력향상(?)을 도모하기 위함도 컸다. 따라서, 관심있고 적극적인 카메라맨들에게는 누구나가 다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개방되어있고,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모두들 무난히 돌아가면서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한 주에 한 편,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55분에 방송되며, 고정된 작가 한 명이 한 달에 4편을 담당하고 있다. 어차피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제작하는 관계로, 출장일수는 1박2일 내지, 2박3일 정도의 출장으로, 주로 “ENG스케줄”이 제일 한가한 주말시간대를 이용하여 만들고있다. 이를테면, 목, 금, 토 내지, 금, 토, 일 같은… 본인의 경우엔 작년부터 시작해, 10여편을 제작해오고 있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깨우치는 것도 많고, 그 만큼 자신감도 많이 생긴다.
처음 제작할 땐, 본인이 촬영했으면서도 편집이 잘 안 되어 고생깨나하면서 남들이 촬영한 테잎을 갖고 편집해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하는, 때늦은 각성도 해 보았고, 기본적인 커트 편집에서 이제는 의미론적인 샷구성이나, 스토리구성에 따른 커트 편집을 생각해, 아예 야외촬영에서부터 그렇게 시도하고 있다. 그만큼 보다 정교한 촬영술을 꾀할 수 있다 하겠다. 요즘은 현장음이 영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메세지 증폭같은) 중요성을 절감해 소재에 따라선 가능한 한 오디오도 동시녹음용 마이크를 이용해 제대로 수음해 오려고 노력한다. 오디오도 결국, 영상이 아니겠는가!
제작을 해보면서 어려운 점도 많이 겪는다. 아무리 좋은 소재가 있어도, 이제는 우리생활에서 거의 사라져, 제작하기 힘든 것도 있고, 방송국내에서 촬영이 본업이라, 사전답사는 상상하기가 어려워, 전화 연락만 하고, 현장에 가보면, 마음속에 그리고 간, 수려한 영상 이미지들은 무참히 깨져버리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다수의 사람이 출연하는 경우는 (이제는 옛날 같지 않아!) 출연료 문제로 촬영이 순조롭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일인 다기능의 한계를 느끼는 소재도 적지 않았다. 인물 연출이 많은 경우엔 촬영하면서 연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정교하게 제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전방위 방송인으로서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결국엔 (방송은 협업이라는 측면을 생각해 볼 때) 순수 촬영인으로 돌아와서도 다른 스텝과의 의견소통이 이전보다는 훨씬 수월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월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 촬영하랴, 제작하랴, 조금은 피곤하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단순기능인에서 보다 고급스런 촬영인으로 새로 태어나고 싶은 나의 여망에 지금이 아주 큰 기회가 되고 있다.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우리 들녘에도 파릇파릇 쑥이 돋아나겠지...한동안은 이놈의 쑥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할 테지.... 비단 다음 아이템이 “쑥개떡과 어머니”가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장달웅/EBS 촬영감독
나른한 토요일 오후, 주말이면 늘 텅비어 있는 편집실에 앉아 프롤로그 몇 컷트만 붙히다, 더 이상 머릴 짜 내어봐도 진전이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해보기로 한다.
그 사이 비가 왔나보다. 때늦은 비는 애꿎은 꽃잎만 떨어뜨리곤 쬐끔 오다 말았다.
카메라맨으로 교육방송에 입사하여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렀다. 누구나가 나름대로의 편차는 있겠지만, 카메라맨으로서 일련의 성장 과정이 다 있을 줄 안다. 때론 의욕적이고, 때론 나태해지고, 또 때론 자만심에 빠져보기도 하는… 요즘 난 비록 5분짜리지만 몇 편의 프로그램을 제작해보면서 마치 알에서 새롭게 깨어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잊혀져가는 것들”이란 프로는 방송 목적 외에도, 자료수집에 대한 가치와, 젊은 카메라맨들이 대다수인 교육방송 특성상 프로그램 제작을 통한 카메라맨의 조속한 실력향상(?)을 도모하기 위함도 컸다. 따라서, 관심있고 적극적인 카메라맨들에게는 누구나가 다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개방되어있고,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모두들 무난히 돌아가면서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한 주에 한 편,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55분에 방송되며, 고정된 작가 한 명이 한 달에 4편을 담당하고 있다. 어차피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제작하는 관계로, 출장일수는 1박2일 내지, 2박3일 정도의 출장으로, 주로 “ENG스케줄”이 제일 한가한 주말시간대를 이용하여 만들고있다. 이를테면, 목, 금, 토 내지, 금, 토, 일 같은… 본인의 경우엔 작년부터 시작해, 10여편을 제작해오고 있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깨우치는 것도 많고, 그 만큼 자신감도 많이 생긴다.
처음 제작할 땐, 본인이 촬영했으면서도 편집이 잘 안 되어 고생깨나하면서 남들이 촬영한 테잎을 갖고 편집해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하는, 때늦은 각성도 해 보았고, 기본적인 커트 편집에서 이제는 의미론적인 샷구성이나, 스토리구성에 따른 커트 편집을 생각해, 아예 야외촬영에서부터 그렇게 시도하고 있다. 그만큼 보다 정교한 촬영술을 꾀할 수 있다 하겠다. 요즘은 현장음이 영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메세지 증폭같은) 중요성을 절감해 소재에 따라선 가능한 한 오디오도 동시녹음용 마이크를 이용해 제대로 수음해 오려고 노력한다. 오디오도 결국, 영상이 아니겠는가!
제작을 해보면서 어려운 점도 많이 겪는다. 아무리 좋은 소재가 있어도, 이제는 우리생활에서 거의 사라져, 제작하기 힘든 것도 있고, 방송국내에서 촬영이 본업이라, 사전답사는 상상하기가 어려워, 전화 연락만 하고, 현장에 가보면, 마음속에 그리고 간, 수려한 영상 이미지들은 무참히 깨져버리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다수의 사람이 출연하는 경우는 (이제는 옛날 같지 않아!) 출연료 문제로 촬영이 순조롭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일인 다기능의 한계를 느끼는 소재도 적지 않았다. 인물 연출이 많은 경우엔 촬영하면서 연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정교하게 제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전방위 방송인으로서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것이 결국엔 (방송은 협업이라는 측면을 생각해 볼 때) 순수 촬영인으로 돌아와서도 다른 스텝과의 의견소통이 이전보다는 훨씬 수월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월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 촬영하랴, 제작하랴, 조금은 피곤하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단순기능인에서 보다 고급스런 촬영인으로 새로 태어나고 싶은 나의 여망에 지금이 아주 큰 기회가 되고 있다.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우리 들녘에도 파릇파릇 쑥이 돋아나겠지...한동안은 이놈의 쑥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할 테지.... 비단 다음 아이템이 “쑥개떡과 어머니”가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