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문화방송 뉴스인뉴스
'페루'란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지요? 후지모리, 몬테시노스, 안데스, 잉카, 마추피추 등이 떠오를 걸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국제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년 전의 일본대사관 인질사건과 그 사건을 일으켰던 투팍 아마루 해방운동, '빛나는 길' 같은 단어도 생각날 것입니다. 그 페루가 내일(현지시간으로 4월 8일 일요일)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동시에 치릅니다. 이번에 뽑히는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도망가버린 후지모리의 후임으로 임기는 5년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모두 백20명입니다.
대통령 선거에는 모두 8명이 출마했습니다. 그 가운데,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후지모리를 위협했던 원주민 출신의 알레한드로 톨레도(55살)와 여성 후보인 로우데스 플로레스(41살), 그리고 후지모리 전에 대통령이었던 알란 가르시아(51살) 세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당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내일 투표에서는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오는 5월말이나 6월초에 결선투표를 해야 할 전망입니다. 페루는 지금 정치불안과 빈부격차, 경제난, 그리고 마약문제까지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선두의 세 후보는 모두 일자리 창출과 경제개발, 그리고 빈곤퇴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페루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페루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중간쯤에 있고 태평양과 닿아있는 나라입니다. 북쪽으로 에쿠아도르와 콜롬비아, 동쪽으로 브라질과 볼리비아, 그리고 남쪽으로 칠레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면적은 약 백28만5천 평방 킬로미터로 남한면적의 열 세배쯤 되는 큰 나라입니다. 그러나 서쪽 해안의 평원지대만 사람이 살 만하고 중앙은 안데스산맥의 험난한 높은 바위산 지역이고, 동쪽은 아마존의 밀림입니다.
인구는 지난해 7월 현재 2천7백만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수는 천5백만 명이 조금 못된다고 합니다.
페루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찬란했던 문명, 잉카의 나라입니다. 그 역사는 약 만년이나 됩니다. 그러나 남아메리카 대륙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잉카족의 안데스문명은 1532년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의 침공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맙니다. 이때 잉카족을 이끌고 최후까지 투쟁했던 왕자의 이름이 투팍 아마루입니다. 그래서 위에 말한 '투팍 아마루 해방운동'이란 단체의 이름이 생긴 것입니다. 페루는 1821년 7월28일 독립선언을 하고, 그 4년 후인 1824년 공식적으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합니다. 그러나 이때도 독자적인 힘이 아니라 베네주엘라 출신의 혁명가 시몬 볼리바가 이끈 독립운동이었습니다.
페루는 지형이 셋으로 나누어지듯, 민족구성도 셋으로 나뉘어집니다. 45%의 원주민, 37%의 메스티조(원주민과 백인의 혼혈, 페루말로는 '촐로'라고 합니다.), 그리고 15%가 백인입니다. 나머지 소수민족으로는 흑인과 일본인 중국인 등으로 약 3%입니다. 15%의 백인이 수백년 동안 페루의 권력층, 상류층을 형성하면서 페루를 지배해 왔습니다. 그리고 메스티조가 그 다음이고, 순수 잉카의 후예들은 가장 가난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인종문제가 남미국가중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합니다.
페루는 독립 후부터 1960년대까지 줄곧 군부독재와 과두정치체제에 시달렸습니다. 60년대 민주화가 시작되면서, 그러나 힘의 공백 때문에 경제난과 부패가 만연했습니다. 이번에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는 알란 가르시아가 대통령으로 있던 89년에는 무려 7천6백50%의 인플레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후지모리가 대통령이 된후 과감한 정책추진으로 인플레를 잡고, 경제발전을 이루나 했지만, 86년 아시아를 휩쓴 경제위기의 와중에 페루의 경제도 같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페루는 현재 인구의 절반이 극빈자이며, 취업희망 노동자 두 사람중 한 사람만이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50%라는 말입니다.
마약문제도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원래 페루는 전세계에서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재배지가 가장 넓은 나라였습니다. 8년대와 90년대 경제개발과 강력한 단속으로 코카를 재배하던 농민들이 다른 직업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또 이웃 콜롬비아가 미국과 합동으로 강력한 마약단속정책을 펴는 바람에 코카인 값이 올라가자 다시 코카나무를 재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유엔 마약통제프로젝트(UNDCP)의 보고에 따르면 페루에는 약 7만7천 헥타아르의 버려진 코카 경작지가 있는데, 3개월에서 6개월이면 완전히 옛날처럼 코카를 경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남동쪽 아마존 밀림 지역에서는 벌써 새로운 코카 경작지가 관찰된다고 합니다. 페루에서 코카 잎의 가격은 지난 6달 동안 킬로그램에 2달러에서 4달러로 배로 뛰었다고 합니다. 인종문제, 경제난, 실업, 부정부패, 마약-이런 여러 어려운 문제를 떠안고 나갈 대통령을 내일 뽑는 것입니다. 그러나 삶에 지친 페루 유권자들은 선거에 시큰둥한 반응이란 보도입니다. 네명 가운데 한 명이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거운동도 정책보다는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두주자인 톨레도는 혼외정사에서 얻은 아이가 있고, 코카인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음해에 시달리고, 여성 후보인 플로레스는 레즈비안이란 유언비어에 발끈하고 있습니다. 만년의 역사와 풍부한 자원을 갖고도, 식민지배의 악성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페루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2001. 4. 7
'페루'란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지요? 후지모리, 몬테시노스, 안데스, 잉카, 마추피추 등이 떠오를 걸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국제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년 전의 일본대사관 인질사건과 그 사건을 일으켰던 투팍 아마루 해방운동, '빛나는 길' 같은 단어도 생각날 것입니다. 그 페루가 내일(현지시간으로 4월 8일 일요일)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동시에 치릅니다. 이번에 뽑히는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도망가버린 후지모리의 후임으로 임기는 5년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모두 백20명입니다.
대통령 선거에는 모두 8명이 출마했습니다. 그 가운데,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후지모리를 위협했던 원주민 출신의 알레한드로 톨레도(55살)와 여성 후보인 로우데스 플로레스(41살), 그리고 후지모리 전에 대통령이었던 알란 가르시아(51살) 세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당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내일 투표에서는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오는 5월말이나 6월초에 결선투표를 해야 할 전망입니다. 페루는 지금 정치불안과 빈부격차, 경제난, 그리고 마약문제까지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선두의 세 후보는 모두 일자리 창출과 경제개발, 그리고 빈곤퇴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페루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페루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중간쯤에 있고 태평양과 닿아있는 나라입니다. 북쪽으로 에쿠아도르와 콜롬비아, 동쪽으로 브라질과 볼리비아, 그리고 남쪽으로 칠레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면적은 약 백28만5천 평방 킬로미터로 남한면적의 열 세배쯤 되는 큰 나라입니다. 그러나 서쪽 해안의 평원지대만 사람이 살 만하고 중앙은 안데스산맥의 험난한 높은 바위산 지역이고, 동쪽은 아마존의 밀림입니다.
인구는 지난해 7월 현재 2천7백만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수는 천5백만 명이 조금 못된다고 합니다.
페루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찬란했던 문명, 잉카의 나라입니다. 그 역사는 약 만년이나 됩니다. 그러나 남아메리카 대륙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잉카족의 안데스문명은 1532년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의 침공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맙니다. 이때 잉카족을 이끌고 최후까지 투쟁했던 왕자의 이름이 투팍 아마루입니다. 그래서 위에 말한 '투팍 아마루 해방운동'이란 단체의 이름이 생긴 것입니다. 페루는 1821년 7월28일 독립선언을 하고, 그 4년 후인 1824년 공식적으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합니다. 그러나 이때도 독자적인 힘이 아니라 베네주엘라 출신의 혁명가 시몬 볼리바가 이끈 독립운동이었습니다.
페루는 지형이 셋으로 나누어지듯, 민족구성도 셋으로 나뉘어집니다. 45%의 원주민, 37%의 메스티조(원주민과 백인의 혼혈, 페루말로는 '촐로'라고 합니다.), 그리고 15%가 백인입니다. 나머지 소수민족으로는 흑인과 일본인 중국인 등으로 약 3%입니다. 15%의 백인이 수백년 동안 페루의 권력층, 상류층을 형성하면서 페루를 지배해 왔습니다. 그리고 메스티조가 그 다음이고, 순수 잉카의 후예들은 가장 가난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인종문제가 남미국가중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합니다.
페루는 독립 후부터 1960년대까지 줄곧 군부독재와 과두정치체제에 시달렸습니다. 60년대 민주화가 시작되면서, 그러나 힘의 공백 때문에 경제난과 부패가 만연했습니다. 이번에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는 알란 가르시아가 대통령으로 있던 89년에는 무려 7천6백50%의 인플레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후지모리가 대통령이 된후 과감한 정책추진으로 인플레를 잡고, 경제발전을 이루나 했지만, 86년 아시아를 휩쓴 경제위기의 와중에 페루의 경제도 같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페루는 현재 인구의 절반이 극빈자이며, 취업희망 노동자 두 사람중 한 사람만이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50%라는 말입니다.
마약문제도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원래 페루는 전세계에서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 재배지가 가장 넓은 나라였습니다. 8년대와 90년대 경제개발과 강력한 단속으로 코카를 재배하던 농민들이 다른 직업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또 이웃 콜롬비아가 미국과 합동으로 강력한 마약단속정책을 펴는 바람에 코카인 값이 올라가자 다시 코카나무를 재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유엔 마약통제프로젝트(UNDCP)의 보고에 따르면 페루에는 약 7만7천 헥타아르의 버려진 코카 경작지가 있는데, 3개월에서 6개월이면 완전히 옛날처럼 코카를 경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남동쪽 아마존 밀림 지역에서는 벌써 새로운 코카 경작지가 관찰된다고 합니다. 페루에서 코카 잎의 가격은 지난 6달 동안 킬로그램에 2달러에서 4달러로 배로 뛰었다고 합니다. 인종문제, 경제난, 실업, 부정부패, 마약-이런 여러 어려운 문제를 떠안고 나갈 대통령을 내일 뽑는 것입니다. 그러나 삶에 지친 페루 유권자들은 선거에 시큰둥한 반응이란 보도입니다. 네명 가운데 한 명이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거운동도 정책보다는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두주자인 톨레도는 혼외정사에서 얻은 아이가 있고, 코카인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음해에 시달리고, 여성 후보인 플로레스는 레즈비안이란 유언비어에 발끈하고 있습니다. 만년의 역사와 풍부한 자원을 갖고도, 식민지배의 악성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페루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2001.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