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한민국은 2월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천장이 붕괴되어 대학생 9명을 포함 10명이 사망한 사고를 시작으로 두 달 뒤인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선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로 수백 명의 고귀한 목숨이 차가운 바닷속 으로 사라진 역사상 최악의 대참사가 벌어졌고 잇따라 5월엔 고양터미널 화재와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각각 8명과 2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7월엔 광주에서 소방헬기가 추락하여 5명 사망, 10월엔 판교 환풍구 붕괴로 16명이 사망하였다. 한 해 동안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 했던 적이 있었을까! 차분히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이 시점까지도 정치적 경제적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고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선진국에 진입한다던 나라에 이토록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는 게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그리고 현장엔 언제나 카메라 기자들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취재 현장으로 향하는 카메라 기자들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비애감이 가득 했다. 뷰파인더를 통해 냉정하게 바라보지만 가슴속 깊이 끓어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억제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제 구실을 못한 언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방송사 로고가 붙어있는 현장 카메라 기자들이 감수해야할 몫이 되 버렸다. 더욱이 최근 들어 현장은 더욱 치열해 졌다. 다양한 매체의 범람으로 인해 질서는 사라지고 가치 없는 단독 보도와 껍데기 특종이 판을 치고 본질은 뒷전이며 눈에 바로 보이는 현상만을 쫓아가면서 언론은 제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카메라부터 들이 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기본적인 저널리즘과 양심도 없이 먹잇감에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이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 속에 “공정 보도 영상추구“는 그저 액자에나 있을 법한 글귀가 되었다. 진실을 담기위한 움직임이 의도한 바와 달라져 상처 받은 사람들에겐 또 한 번의 상처를 주기도 하고 카메라기자 본인 역시 자괴감을 느끼며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아픔의 사
회가 되어 가고 있다.
암울한 세상이라 하여 스스로 포기해선 안 된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카메라 기자들이 다시금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장비의 도입과 뛰어난 영상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보다 엄격한 자기 관리와 책임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자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指鹿爲馬.지록위마”를 대학교수들이 선택하였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것을 뜻한다. 흑백이 뒤바뀌고 시비곡직이 뒤죽박죽이 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온갖 비리와 음모론으로 혼돈의 모습을 보이는 이 나라에서 국민의 눈에 사슴이 말처럼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이 시대 카메라 기자들에게 있다.
힘찬 말발굽의 기상으로 시작된 갑오년은 어지러운 세상의 풍파 속에 그 짧은 해를 넘기며 사라지고 있다. 새로 시작되는 을미년 2015년 양띠 해엔 희망과 기쁨을 가득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