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으로.>
“5! 4! 3! 2! 1!”
2014년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 소리. 새해가 온다는 설렘보다는 종이 몇 번 울린 후 각을 바꾸고 어떻게 찍어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 찼다. 종이 다 울리기 전에 나가야 한다, 그래야 불꽃놀이와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찍을 수 있다. 그 생각뿐이었다.
“땡~~~~~~~”
드디어 2014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종 바로 옆에서 새해를, 내 3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해를 시작했다.
순탄한 시작은 아니었다. ‘제야의 종’ 리포트는 엉망이었고, 떠오르는 해는 온전히 맘에 들게 촬영하지 못했다.
아, 새해의 시작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해는, 순탄한 듯 순탄하지 않게 쭉 흘렀다. 스스로의 실력에 자책을 하고, 조금 나아지는 모습에 기쁨을 느꼈으며,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그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지난 5월, 전주에서 버스 노동자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의 현장으로 나섰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장에 있었다. 취재 기자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고, 우리의 리포트는 약자의 편에 서 있었다.
그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덥고 힘들어도 좀 더 열심히 했다.
그렇게 현장에서 취재를 할 때, 한 버스 노동자께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MBC 뉴스 잘 보고 있어요!”
처음으로 듣는 말이었다. MBC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지금, 아직도 MBC 뉴스를 하냐, MBC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노력해도,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아, 이런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현장에서 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 약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우리가 카메라기자로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 때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어디에서 촬영할지 고민해본다.
강미이/전주MBC 카메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