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Ⅰ>
소리의 울림이 온 몸을 타고 전해지는…
그것이 첼로의 매력
“선생님, 제가 지금 첼로를 배워도 될까요??”
“바이올린이라면 조금 힘들겠지만, 첼로는 어렵지 않아요. 걱정하지 말고 한번 해 봐요.”
현악기 제작자인 김동인 선생의 작업실에서 농담처럼 주고받던 말이 인연이 되어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취재하고 쉬기도 바쁜 생활에 그것도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현악기를 배운다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선생님까지 소개해 준 마당에 못한다고 뺄 수가 없었다.
‘어쩌지......? 어쩔까......? 할 수 있을까......?’
‘그래, 한번 배워보지 뭐!’
3년 전 처음 첼로 수업을 받던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리와 가슴으로 악기를 안고, 송진을 바른 활을 첼로의 현위에 놓고 천천히 당겼다. 온몸으로 퍼지는 현의 울림. 악기에서 난 소리는 몸으로 스며들어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싸구려 악기고, 거칠고 제멋대로인 소리였지만, 소리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첫 만남의 기억 때문에 아직도 첼로 수업을 받고 있지만, 일주일에 1번씩 받는 수업을 한 달이면 반도 채우지 못해 첼로 실력은 작년이나 올해나 조금의 변화도 없이 그대로다.
그래도 첼로를 배우고 즐기는 이유는 뭘까?
첫째, 첼로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현악기다. 화려하지도, 단조롭지도 않은 깊은 음색은 듣는 사람이나 연주하는 사람 모두를 묘한 매력 속에 빠져들게 한다. 이런 음색 때문에 실내악에서의 첼로는 다른 악기의 소리를 조용히 받쳐주기도 한다. 와인 같은 가벼운 술을 마시면서 들으면 더없이 좋은 소리가 첼로의 선율이다.
둘째, 첼로는 다리와 가슴으로 악기를 안고 연주한다. 이로 인해 소리의 울림이 온몸을 타고 전해진다. 이 울림이 아주 오묘하다. 소리가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고나 할까.
셋째, 첼로가 내는 음색은 참으로 독특하다. 중저음의 음색은 첼로의 가장 커다란 매력이다. 고음도 장조의 밝은 분위기보단 단조의 애달픈 소리가 더 잘 어울린다.
악기라는 것이 일주일에 적어도 2번 정도는 연습을 해야 간신히 따라갈 수 있는데, 회사 다니면서 한주에 2번 정도 시간을 낸다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어떤 곡은 3개월을 끌었던 적도 있다. 곡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수업을 한 달에 한 번밖에 못하면서 세 달을 보낸 것이다(물론 연습도 거의 못했지만). 나중에는 선생님이 그냥 다음 곡으로 넘어가자고 포기하고서야 끝났다. 얼마나 창피하던지…… 매번 진도도 제대로 못 따라가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나 실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도, 즐겁게 하는 이유는 내가 만들어가는 소리를 몸으로 들을 수 있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게 나 자신에게 신선함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몇 년 했으면 그래도 웬만큼은 하지 않을까 생각들 하시겠지만 천만의 말씀. 나는 아직도 어린 아이들이 늦어도 1년 정도면 할 수 있다는 첼로 기초 연습모음곡을 2년째 하고 있다.
바쁘다고 피곤하다고 혹은 나이가 너무 많다고 하면서 너무도 무미건조한 삶을 살지는 않으십니까?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오늘 당장 스스로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보시지요. 처음엔 어색하고 어렵지만 바람도 잘만타면 행복하답니다.
이창순 / MBC 보도제작국 시사영상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