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 <방종혁의 씨네노트> 전쟁 기계가 말하는 제2차 세계대전 - '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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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기계가 말하는 제2차 세계대전-퓨리

퓨리.jpg




전쟁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저마다의 희망사항을 가지고 극장에 들어간다. 오락을 중시하면 화끈한 전투 장면을, 드라마를 보기 위해 극중 인물에 집중하기도 하고, 역사적 사실이나 장비에 대한 관심으로 스크린을 응시하기도 한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퓨리’는 탱크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탱크의 입장에서 전투장면을 구성한다. 그리고 2차대전에 사용된 실제 탱크를 공수하고, 정교하게 복원된 탱크의 내·외부 매커니즘은 밀리터리 호사가들의 구미에도 어느 정도 맞춰준다. 

이 영화는 2차대전이 저물어가는 1945년 봄을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했다. 이미 그 전 해 실행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전황이 연합국으로 기울어진 가운데 히틀러 정권의 멸망을 통해 전쟁을 끝내려 독일 영토 내부로 진군하는 한 탱크부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으로는 전차 중대의 1번 돌격전차인 탱크 ‘퓨리’의 승조원들로 설정했다. 이 전차에는 전투의 귀재인 ‘워 대디’가 전차장으로 ‘바이블’, ‘고르도’, ‘쿤 애스’, 그리고 행정병으로 입대해 전차의 소총 사수로 전입된 ‘노먼’이 탑승한다. 


‘워 대디’의 시선으로 시작된 영화는 막내 노먼의 시선으로 막을 내린다. 이렇게 시선이 변환되는 과정에 두 차례의 전차전이 지나가고 마지막에는 히틀러 친위대인 SS 연대와 궤도가 부서진 전차 한 대의 전투로 영화가 끝난다. 전차 승조원들은 전투에 단련된 베테랑이지만 일반 영화에서 보이는 영웅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시시껄렁한 농담과 욕설이 한 문장에서 공존하고, 폭력과 로맨스, 눈물, 광기가 점심식사 테이블에서 인물들 사이로 날아다니는 장면들에서는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이런 영화의 내러티브 속에서 인간의 모습은 미약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인 신념으로 총을 쏘지 않겠다는 순진한 노먼에게 앞서가던 전차중대장의 전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워 대디’는 직접 포로를 처형하라는 임무를 강제한다. 저항하던 노먼은 전차장의 강압으로 방아쇠를 당겨 처형하고는 절망하게 되지만 다음번 전투의 점령지에서는 독일 처녀와 로맨스를 나눈다. 


이런 줄거리를 가진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나, 인류애, 자아의 각성 또는 성장이 아니다. 전쟁이 보여주는 다양한 민낯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성장해가는 ‘전쟁 기계’들에게 인간은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 준다. 압도적인 화력과 중무장, 포탄도 튕겨버리는 장갑판으로 드러나는 탱크는 탑승한 인간들에게 전투의 훌륭한 파트너가 되지만 밖의 보병이나 적에게는 죽음으로 초대하는 저승사자인 것이다. 
그렇다고 승조원들에게 마냥 안전한 기지가 되지도 않는다. 밖이 잘 보이지 않아서 감에 의지해야하는 인간들을 나약하게 만들어 강한 가면을 스스로 만들어 얼굴에 쓰지 않으면 망가질 각오도 해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죽기 싫어도 죽음이 원하지 않는 때, 불시에 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노먼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투에서 살아나가라는 전차장의 명령과 조언으로 구사일생하게 된다. 전차 바닥 아래, 궤도 사이에서 진흙을 뒤집어쓰고 죽은 것처럼 위장하여 독일군의 수색을 피아면서 살아난 노먼에게 그를 발견한 의무병은 ‘당신은 영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피폐해진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관객은 영화 중간 ‘워 대디’가 일갈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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