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은 촬영 중>
지난 4월 초 상암동의 신사옥 YTN뉴스퀘어로 이전을 한 후 홍보팀은 적어도 사내에서 만큼은 가장 바쁜 부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물론 YTN이 언론사이다보니 머리 위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의 한복판과 같은 보도국과는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화통을 삶아먹은 것처럼 홍보
팀의 전화기 세 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울려대고 있다. 왜냐고? 영화, 드라마 업계에서 “YTN에서 촬영하지 못 하면 바~보”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추정이긴 하지만..
남대문 사옥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홍보팀에 벨이 울리면 전국 각지에 사는, YTN에 대한 애정이 지나치다 못해 그 사랑을 직접 확인시켜 주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격한(?)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몰라도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YTN에서 하고 싶으니 꼭 좀 협조해달라는 전화들이 폭주를 해서 옥석을 골라내는데 애를 먹을 지경이다. 어쨌거나 YTN의 홍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경영진의 전폭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에 힘입어 조인성과 공효진 주연의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시작으로 아예 YTN의 기상캐스터를 주인공의 직업으로 내세운 영화 <오늘의 연애>, 영화 <내부자들>과 <히말라야> 그리고 현재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주 마다 이런저런 촬영으로 YTN뉴스퀘어는 후끈 달아올라 있다.
혹시 누군가 YTN 복도를 지나가다가 무심코 벽을 두드렸더니 “레디~ 액션!!!”소리가 흘러나오던데? 라는 말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게 요즘의 YTN인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촬영 현장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홍보팀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문서상으로 사전 협의된 장소가 아닌 곳을 촬영 당일에 찍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난처한 요구, 배우들의 사정으로 촬영 시간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는 당혹스러운 통보 등등,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변수에 신속하게 판단하고 적절하게 대응을 해줘야 한다.
특히 배우를 비롯해서 거의 6, 70명에 이르는 스텝들이 온갖 장비들과 함께 거의 하루종일 복도 이곳저곳에 진을 치곤 하는데 촬영을
마치고 빠져나가면 그 지나간 자리가 마치 메뚜기 떼가 휩쓸고 간 들녘처럼 온통 생채기를 내기 일쑤여서 뒷수습을 하느라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물론 심한 경우 책임을 묻기도 한다. 지면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실제로 YTN의 전폭 지원을 받으며 무상으로 촬영을 했던 모 영화 제
작사는 촬영 후에 시설물 수리비로 상당한 배상을 해야 했던 일도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 부터는 규정을 마련해 장소 사용료를 받고 있다. 물론 회사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면 부서 간 회의를 통해 사용료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홍보팀으로 촬영 협조 요청 전화가 걸려오면 요즘에는 이렇게 되묻는
다. “이제부터는 시간당 장소 사용료를 받기로 했습니다.그래도 촬영 하시겠어요?” 이 말은 한마디로 “No Pay,No Shot. YTN에서 공짜 촬영은 더 이상 없거든요?”라는 말이다.
이때 대부분 ‘헉’하는 소리와 함께 수화기를 움켜쥐는 미세한 떨림, 이른바 ‘움짤’이 그대로 전달된다.이것은 확실히 효과적이어서 무턱대고 촬영을 하고 싶다는 요구는 많이 줄어들었다. 어쨌거나 YTN이 없었더라면 그 많은 드라마, 영화들이 어디서 어떻게 촬영을 하려고 했나 모르겠다. 일전에 자칭 명배우 명계남씨가 이런 말을 했었다. “이제 한국 영화는 명계남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라고. 그 말을 살짝 빌자면 YTN은 이런 말을 남겨도 될 것 같다. “이제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YTN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로 나뉜다“ 라고.
“이 놈의 인기는 도대체가 식을 줄을 몰라..”
최재용/ YTN 홍보·시청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