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뉴스VIEW]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3면_2.jpg

 #장면1. 11월 22일 우리 대통령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패스해 홀로 직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현장 외신 기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다 촬영했지?”라며 웅성거렸다. 영국 언론은 윤 대통령 내외가 온다고 보도했는데 왜 이날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을까. 후속보도가 필요했다. 명백한 외교 결례 아닌가. 

 #장면2. 11월 24일 김은혜 홍보수석은 프랑스 파리에서 “팀 코리아와 함께 1분 1초를 아끼지 않고 쏟아붓는 윤석열 대통령의 혼신의 대장정은 이 시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엑스포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실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술을 마셨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김 수석의 브리핑은 방통위와 방심위가 혼신을 다해 색출하려는 명백한 ‘가짜뉴스’ 아닌가.

 #장면3. 11월 27일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언론은 일제히 함정취재를 지적했다. 한술 더 떠 해당 영상을 ‘인용’한 JTBC 보도를 방심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로 이첩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청탁금지법 위반은 물론 북한 문제 관여 발언의 위험성은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유독 영부인 관련 의혹 보도만 신속하게 통제 대상이 되는 건 아닌가.

 이 세 장면의 중심엔 ‘취재 보도를 잊은 언론’, 더 정확히는 ‘진실을 숨긴 언론’이 있다. 권력이 숨기려는 사실을 찾아 보도하는 게 언론의 본령이다. 관치보도 일변의 엑스포 보도는 언론 참사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언론은 “각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지지한다”며 승산 있음을 연일 부추겼다. 게다가 대통령 순방 과정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의 후속보도는 거의 없었다. 현장 취재 기자들은 왜 ‘29표’ 밖에 못 얻었는지, 도대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취재하고 밝혔어야 마땅하다. 끝까지 ‘119 대 29’의 ‘참패’를 ‘석패’라 보도하고 “유치는 실패했지만 외교 역량은 성장”했다며 진실과 거리가 먼 보도를 또다시 확대 재생산했다. ‘막판 뒤집기’ 신화에 매달렸던 우리 국민과 특히 부산 시민들이 겪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어찌 보상할 텐가. 

3면_3.jpg
▲ 1997년 당시 정부와 한국의 언론은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1997년 12월 3일 우리정부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협상을 체결해야 했다. (1997.12.3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요즘 언론의 정부 관련 취재보도행태, 1997년 IMF구제금융 사태와 흡사
 요즘 대통령실과 정부에 대한 보도 기조는 IMF 구제금융 당시와 흡사하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체결 직전 언론은 “위기 넘겼다”,“위기 아닌 과도기”라며 낙관적 전망만 늘어놓았다. 당시 언론은 객관적 검증이 안 된 정부 입장과 발표를 그저 실어 나르기만 했고 취재 보도는 부실했다. 국가 부도를 맞은 날, MBC 이인용 앵커는 IMF 법정관리 소식을 전하며 결국 “국치일”이라 했다.

 엑스포 홍보에 뿌려진 상찬의 댓가로 처리해야 할 청구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알아야 할 진실이 너무 많다. 사우디에서 사열 받을 정도로 외교 현장에서 활발했던 김 여사가 다우닝가에 왜 동행하지 않았는지, 파리에서 대통령실이 촌각을 다투는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내 술자리를 가졌다면 술값은 누가 냈는지,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다른 국가에 지불해야 할 29표의 약속 비용은 얼마인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취재 기자들은 진실을 알 것이고, 알았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방심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비롯한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정책이 보도의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위축시킨 건지 깜깜하기만 하다.

 진실보다 정치적 ·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일방에 의한 정보 왜곡이 범람할 경우, 진실은 묻히고 허위 정보, 과장된 보도가 주류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성 언론의 이러한 ‘탈진실(post truth)’ 추구 현상은 총선을 앞둔 내년 더욱 우려된다. 2024년의 봄은 언론인들이 올바른 목적을 갖고 선량한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맞이하기 어렵다. 

 특히나 영상 저널리스트는 해석의 구체적 자료를 제공하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전문 언론인이다. 용기 내봤자 손해 보고 피해만 보는 요즘 세태에 용기 내라 말 건네는 것조차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MBC 이기주 기자가 <기자 유감>에서 밝힌 “권력이 기사를 발주하고 기자는 그 발주를 수용하는 형국”만큼은 거부할 용기가 있길 바란다. 언론사주에 의해 회사 이익만 추구하다 국익은 커녕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면 기자라는 직을 가졌다 한들 무슨 소용이랴. 진실의 외장하드가 활짝 풀리는 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외부기고는 본 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선영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1.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힘겹게 만들고 지켜온 공적방송과 이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시민으로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천...
    Date2024.08.28 Views70
    Read More
  2.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로 ‘영상기자상’ 심사 4년차가 되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소감을 밝히자면,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영상보도를 ‘뉴스현장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 서...
    Date2024.05.08 Views245
    Read More
  3.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뉴스VIEW]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장면1. 11월 22일 우리 대통령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패스해 홀로 직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현장 외신 기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다 촬영했지?”라며 웅성거렸다. 영국 언론...
    Date2023.12.21 Views317
    Read More
  4.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키이우에서 온 편지>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유리 볼다코프 ▲아나스타샤 리지나 (유리 볼다코프의 손녀)  친애하는 조직위원회와 여러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오월광주상 수상자이신 유리 볼다코프, 할아버지 ...
    Date2023.12.21 Views239
    Read More
  5.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 국제교류행사 참여기>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누군가 ‘왜 기자가 되었는가?’라며 고리타분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한다면, 그래도 마음 한 편에 고이 모셔둔 ‘사회에 보탬이 되는...
    Date2023.12.21 Views228
    Read More
  6.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통역 자원봉사 참여기>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언론 쪽으로 관심이 많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학 중인 저에게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제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만든 ...
    Date2023.12.21 Views190
    Read More
  7.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에 묘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영화를 보러 가며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마치 오래전 첫사랑을 재회하듯, 기대감과 실망감 언저리의 정의할 수 없...
    Date2023.12.20 Views360
    Read More
  8.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
    Date2023.11.15 Views166
    Read More
  9. [프레임 밖에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
    Date2023.11.15 Views186
    Read More
  10.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
    Date2023.08.31 Views295
    Read More
  11.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가짜’에 상을 수여한다는 희괴한 소식을 들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라는 단체 주최의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 & 기념토론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천만 원이나 지원한다니 ...
    Date2023.08.31 Views206
    Read More
  12.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기후취재특집]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현세 인류의 기원은 약 250만 년 전으로 본다. 그리고 인류는 약 249만 년을 원시인 형태로 살았다. 이유는 기후다. 약 1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Plei...
    Date2023.08.31 Views209
    Read More
  13. [프레임 밖에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 _ ‘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
    Date2023.08.31 Views175
    Read More
  14.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이 입안된다. 그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종류는 다양하다. 미디어정책도 그 하나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Date2023.06.29 Views244
    Read More
  15.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1]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미하일 아르신스키 (Mikhail Arshynski,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기로에 선 세계상(대상) 수상자)  루카센코 장기독재에 신음하는 벨라루스 민주주...
    Date2023.06.29 Views265
    Read More
  16.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2]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브루노 페데리코 (Bruno Federico,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권력과 자본이 저지른 폭력과 범죄의 고발을 위해 시작한 영상기자로서의 삶 저는 영상저...
    Date2023.06.29 Views234
    Read More
  17.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3]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국제뉴스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분열의 자화상: 미,영의 언론들을 통해 세계를 보아 온 한국 언론의 관성과 학습된 ...
    Date2023.06.29 Views272
    Read More
  18.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2023 광주민주포럼을 다녀와서…>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채종윤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2차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실존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측과 구조 속에 인간됨을 이해하려는 측, 과연 ’인간은 주제적일 수 있는가‘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서양 사상...
    Date2023.06.28 Views237
    Read More
  19.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 까르네 클레임 사본. 아주 간단한 메일이지만 클레임 해소가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연말연시면 으레 다양한 인사들이 오간다. 연락이 뜸했던 취재원의 안부 문자에...
    Date2023.06.28 Views494
    Read More
  20.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책 추천]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인, 문인이다. 한 백과에 따르면 그는 대표적인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로마제국 최초의 공인된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3대 황제 칼리굴라 시대...
    Date2023.06.28 Views227
    Read More
  21. [뉴스VIEW]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뉴스VIEW> 김세희 변호사 (민주노총법률원)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한 방송사의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분이 국회 취재이동 지원을 나갔다가 한강둔치의 국회 주차장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안타까...
    Date2023.04.26 Views4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