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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취재특집]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현세 인류의 기원은 약 250만 년 전으로 본다. 그리고 인류는 약 249만 년을 원시인 형태로 살았다. 이유는 기후다. 1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가 끝나고 현재의 온난한 기후 시대인 홀로세(Holocene)로 접어들면서 인류의 번성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지질시대는 급격한 자연환경 변화의 흔적에 따라 나누게 되는데 일부 학자들은 인간이 가장 살기 적합한 홀로세가 약 1,000만 년은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 1만 년 조금 지났으니, 앞으로 9999만 년 동안 지구의 지질학적 기후는 홀로세여야 한다. 그러나 홀로세는 그 수명을 1/1000도 채우지 못하고 끝나고 있다.


1995년 오존층을 발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과학자 파울 크루센은 인간 활동이 지구 생태계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약 150년 전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부터 인류세(Anthropos)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진입했음을 주장했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급속한 이산화탄소 증가로 지구가 갑작스레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 지구적 환경이 급속히 바뀌고 있음은 이제 누구나 인정한다.


국가간 기후협약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기후변화에 관한 6차 보고서는 현재의 급격한 전 지구적 온도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50년 만의 찾아오는 극한 기후가 10배 이상 증가 하게 됨을 예상한다.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그 후년에 더 강한 태풍이, 더 많은 비가, 더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극한의 기상은 기존의 인간 환경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


이라크는 체감온도 60도를 넘기고 있고 유럽은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동남아는 태풍의 시기가 아님에도 100년 만의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반 시설들이 초토화되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장마에 들이닥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고 지하차도는 순 십간에 침수되어 안타까운 희생자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연이은 폭염은 야외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곧 불어 닥칠 태풍은 또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제 일상이 재난이 되고 있다. 재난 보도는 언론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기에 올해도 어김없이 태풍을 쫓아 다니면서 재난 보도를 하게 될 것이다. 폭염 환자가 속출한 잼버리의 파행을 취재한 기자들은 고스란히 땡볕에 노출된 채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홍수로 침수된 거리에서 몸이 반쯤 잠긴 기자들의 스탠드업은 여전히 전파를 타고 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시청자들에게 위험지역에서 대피할 것을 전하지만 기자 본인들은 오히려 불나방처럼 재난 현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것이 현장 기자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재난 현장의 양상이 달라졌다. 수해 지역에서 아무런 안전 장비 없이 수색하던 해병대 병사의 죽음은 재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언론사 마다 재난 보도 준칙이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현장 기자들의 안전 문제에는 구체적인 지침이 부족하다. 또 언론진흥재단 등에서 매년 실시하는 언론인 인식조사를 보더라도 노동환경 이슈에 기자들의 재난현장에서의 위험성과 사고 사례에 대한 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폭염 속에서 하루 종일 현장중계와 영상취재를 하던 저년차 영상기자가 탈수 증상으로 쓰러진 사건이 있었다. 태풍 취재를 위해 방파제 앞에서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영상기자도 있다. 영상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 봤을 위와 같은 상황의 취재에서 우리는 어쩌면 운 좋게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지 모른다.


기후는 장기간의 걸친 기상현상을 말한다. 기후위기 보도는 자연스레 기상현상을 수반한다. 기후가 변하고 있음은 그만큼 기상환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것도 혹독하게 변하고 있다. 극한 기상환경의 취재는 주로 저년차 기자들이 맡게 된다. 그렇기에 선배들의 예전 경험으로 취재 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현장의 기자들은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상환경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현장을 전달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영상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건 영상기자들의 숙명이다. 그러나 그 어떤 현장성도 기자들의 안전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CCTV, 위성영상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해서 시각적인 피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전달 하고 재난 현장에서의 취재 안전 대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또 나와서는 안 된다. 달라진 기후변화 현장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지금 당장 돌아봐야 한다.


현기택 / MBC, 편집장 MBC_현기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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