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방법’
그러면 이런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C 씨, 그의 옆집에 사는 아저씨를 그 동네에선 ‘오꾸빠(Okupa, 영어의 Occupy)’라고 부른다.
오꾸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직장에서 퇴출당하거나 은행에 압류를 당해 파산한 경우,
자신이 사는 집, 또는 비어있는 집에 무단으로 거주하면서 집주인 또는 은행에 집세를 내지 않고 사는 사람을 지칭한다.
바르셀로나시 산하의 사회복지 단체 UCER(Unidad Contra la Exclusión Residencial)는 이런 사회적 약자 오꾸빠들이 필요로 하는 전기와 수도 그리고 주거를 유지하기 위한 협상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단체이다.
2015년에는 2천 6백 6십만 유로의 투자로 591개의 보조금이 주택 개혁을 위해 지급되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 오꾸빠를 구제해주는 것은 비단 지방정부와 시민단체의 역할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꾸빠는 각종 공과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주거시설에 대한 수리를 요청하는 보험에서도 보장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오꾸빠를 이웃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은 그 집이 고장 나서 자신의 집에 피해를 줘도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오꾸빠를 퇴출하지 않고, 이웃으로 같이 살아가는 것은 존경스러운 그 지방 주민 스스로가 그렇게 선택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다.
이런 바르셀로나에도 미래에 대한 걱정은 산재해 있다.
차량소음과 공해로부터 보호하고 특정 지역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같은 이동수단을 안전하게 장려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슈퍼블록(Super blocks) 구역을 지정했지만, 일부 시민의 반대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런 경우,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주민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는 시민참여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영국과 같이 ‘시민참여 정책 결정’ 선도 국가는 각종 위원회에 전문가 그룹 안에 인문계 학자를 포함해 자칫 기술 중심의 개발 정책을 경계하고, 인문학적, 철학적 고찰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탄탄하게 구성한 다음 시민참여단의 토론과 합의를 끌어내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런 시민참여단의 모습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선보였다. 바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그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 블록과 주민반대 현수막
네덜란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임대인 보호 정책이 있다. 암스테르담시 바론(Ger Baron) 최고기술 책임자(CTO)는 그들의 정책이 4차 산업에 접어들면서 시의 복지 정책은 보호(Care)에서 도움(Help)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에서도 임차인이 3달 동안 집세를 내지 못하면 쫓겨날 수밖에 없지만,
시에서는 은행과 공동으로 협력해서 임차인이 2달 동안 집세를 못 내면 은행에서 독촉장을 보낼 때,
시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안내문을 같이 보내어 임차인을 도와줄 수 있다고 한다.
위 사례는 과거 우리가 겪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에 빚을 지기 싫다며 꼬박꼬박 공과금을 제때 내왔던 이들에게는 정부가 취약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제도가 허사가 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들이 현재의 네덜란드에 살았더라면, 결과가 바뀌었을까? 아니면 미래에는 가능할까?
‘미래의 복지정책과 해법’
제4차 산업 시대를 사는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국의 Future City Catapult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북아일랜드 도시 벨파스트 프로젝트에서 어떤 기대를 해볼 만하다.
이 프로젝트에는 구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만 시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인 전기, 상수도, 하수도, 일반 이동시간,
직장 이동시간 데이터를 추적해서 세금을 탈루하는 기업을 추적하고 세금을 추징하는 프로젝트다.
Future City Catapult의 Belfast 프로젝트
기존데이터는 기업데이터로 여러 개의 센서를 설치해서 모집했고,
시간당 전기량이 아니라 전력공급 가능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물과 전기를 5년,
15년 후까지도 얼마가 필요할지를 예측하고 알려줄 수 있으므로
어떤 설비를 만들지 기업과 도시 전략 계획 팀이 결정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상업화를 전제로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서 시에 도움을 줄 것인가를 기획한 프로젝트이지만,
그 알고리즘은 개인의 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만 바꿀 수 있다면,
어려움에 부닥친 위기의 가정을 찾아내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전기와 상하수도, 가스, 폐기물 등의 데이터는 Catapult에서 사용했던 방식으로 접근하고,
은행의 각종 데이터는 암스테르담시가 협력했던 방식으로 입·출금 내용,
카드사용 내용에 덧붙여서 건강보험 자료인 의료비 지출내용을 포함한다면,
각 가정에서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과 가계 예산이 산출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제4차 산업의 데이터 정보에서는 그 가정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지켜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담당자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Catapult는 시(City)와 도시 IOT 프로젝트를 향상하고 발전시키고,
IOT 플랫폼을 연결해서 기업들이 함께 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전자부품 연구원, 성남시, 서울특별시가 파트너로 선정되어 있다.
이제 제4차 산업 아래에서 송파 세 모녀와 같이 자신은 어렵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던,
그래서 더 가슴 아픈 사연의 우리 이웃 이야기를 뉴스에서 접하지 않아도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다가올 미래, 우리가 해야 할 일
제4차 산업은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실험 무대가 스마트 시티로 귀결되고 있다.
스마트 시티는 인간의 확장인 도구에서 공간을 도구로 사용하는 가시적인 공간실천 모형이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인간이 이동하고, 생각하며, 교류하는 것 모두가 스마트 시티에 같이 적용되고 운용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의 최종 목적이 살기 좋은 공간,
행복한 공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산업의 변화와 도시의 변화는 즐거운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부와 권력, 자본의 불균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지리적 불균등 발전이 가속화된다면,
우리의 미래 경쟁자는 기계 속 보이지 않는 가상의 데이터와 싸우는 힘든 전투가 될 것이다.
예전의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에서 예견한 기술발전에 따라서 공산주의가 했던
‘예술의 정치화’, 파시즘이 했던 ‘예술의 심미화’에 영향을 미치게 한 것과 같이 말이다.
그래서 우선순위에 공간은 희망을 담고 있어야 하며, 공간이 생산한 모든 생산물은 공동의 생산물이 되어야 하고,
최대한 기본 생산을 균등하게 분배받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과 살기 좋은 공간으로서의 스마트 시티가 목표로 전진해야 할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종완 / YTN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