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취재기 - 인터넷송출을 중심으로>
카메라기자, 나는 슈퍼맨이고 싶다
카메라기자 2년차, 그동안 현장을 경험하면서 슈퍼맨이고 싶은 생각이 가끔 있었으니, 대규모 집회에서 부감 포인트가 아쉬울 때, 시간에 임박해 회사로 테잎을 보내야 할 때,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할 때, 뭐 이럴때가 그런 때였다. 특히 슈퍼맨이고 싶은 생각이 잠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작년12월의 6자회담 출장때다. 열악한 교통과 인터넷 환경 속에, 하늘을 날아 회사에 테잎을 건네주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외신들과의 자리싸움까지 더해져 이건 완전 전쟁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몇번의 회담이 더 있은 후, 개인적으로 두 번 째 6자회담 출장기회가 왔다. 어휴. 전쟁이 다시 시작이구나.
작년 12월의 프레스센터는, 첫날과 마지막날만 제한되게 취재할 수 있는 조어대에서만 가까웠다. 매일같이 취재해야 하는 각국 대표단의 숙소와 대사관, 공항등에서는 너무 멀어져 버려 취재 동선이 너무 길어졌다. 6자회담 같은 해외출장에선 얼마나 빨리 송출하느냐가 관건인데,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갑갑할 나름이었다. 지난 출장때 외교부에 이를 어필한 것이 받아들여져, 이후엔 동선이 짧은 곳에 프레스센터를 만들었다. 이번엔 캠핀스키호텔이었고, 작년12월에 비해 절반이나 줄어든 동선은 신속한 취재와 송출을 가능케 해 주었다.
인터넷도 사정이 훨씬 좋아지고, 외교부에서 네트워크 담당자도 따로 데려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도 있었다. 1메가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끊기기도 했던 인터넷 사정은 평균 4메가 정도로 향상되었다. 한국에서야 뭐 이정도야 할 정도지만, 중국에서는 그야말로 광속인터넷이라 볼 수 있을 정도다. 지난 출장에 비해 취재환경은 체감10배!
웬만큼 멍석이 깔렸다 싶지만 현장엘 가보면 또다시 전쟁이다. 작년 출장 전에 '외신들은 높은 삼각대를 사용하니 우리도 높은걸 가져가라'는 얘기를 듣고 일반 삼각대보다 길게 늘일 수 있는 핫포드를 가져간 적이 있다. 그걸 가져가고서도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던게, 외신들은 핫포드보다 업그레이드 된, 더 높은 삼각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겨우겨우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취재했던 악몽같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그때를 거울 삼아 일반삼각대에 연결해 높이를 높일 수 있는 '익스텐더'라는 것을 가져갔다.(이것도 지난번 6자회담 출장팀들이 중국 현지에서 겨우겨우 구해온 것이다.) 이제서야 겨우 외신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취재할 수 있구나 싶으면 오산. 외신들은 기본적으로 각 대표단에 한개의 전담팀이 있다. 그리고 대사관에도 일이 있으면 따로 보낸다. 6개나라니까 최소 6팀 이상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각 사의 지국에서 송출은 따로 하고 있으니, 각 사 한 두명씩으로 송출까지 전부 책임져야 하는 우리나라의 카메라기자들은 그야말로 슈퍼맨이 되어야 했다. (그나마 이번 회담에서는 외신들도 일부 풀을 구성해 취재현장이 조금은 한산해졌다.)
취재를 마치고 프레스센터로 돌아오면 송출을 해야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인터넷 환경자체는 좀 나아졌으니, LNG(Laptop News Gathering : 노트북과 인터넷을 이용한 송출시스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일단 여태껏 사용되어 온 LNG시스템의 기본을 보면, AD컨버터를 사용해 카메라나 데크로 부터 아날로그 신호를 받아 디지털로 변환하고 그 신호를 1394케이블을 통해 노트북으로 가져간 후 아비드나 에디우스 같은 편집프로그램으로 편집, 그 후 MPEG파일로 변환, 변환된 파일을 웹하드를 통해 전송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시스템은 작년 12월 회담때도 전 사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일반적 시스템이고, 이번 회담에서도 대부분 이런 시스템을 거쳐 송출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만큼 변화가 있는 곳도 있었다.MBC는 SD급 송출 안에서 개선을 이루기 위한 변화가 있었고, KBS는 HD급 송출 시스템을 선보였다.
먼저 MBC는 AD컨버터와 MPEG인코더를 병행해 사용해왔고,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고성능의 MPEG인코더를 사용했다. AD컨버터에 대해 말하자면, 단순히 데크의 아날로그 출력을 디지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컴퓨터와 데크를 연결할 마땅한 인터페이스가 없어 사용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AD컨버터는 SDI가 아닌 컴포지트 인터페이스만을 지원한다.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미 입력소스 자체가 나빠진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MPEG파일로의 변환은 소프트웨어적인 처리중 드롭프레임이 발생하는 등의 안정성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 MBC의 시스템이다. 이번에 MBC가 사용한 DRC-1500이라는 인코더는 SDI입력을 지원한다. 원본 테잎의 화질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변환과정으로 들어가게 되니 화질이 더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인코더 내부의 칩을 이용한 하드웨어적인 MPEG변환 과정은 컴퓨터의 부하를 줄여 드롭프레임 없는 안정적인 컨버팅 환경을 만들어준다. 높은 비트레이트(좋은 화질)로 변환할 때도,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은 시스템에 따라 실시간 이상으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는데 비해 하드웨어 인코딩은 실시간 컨버팅을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이전의 시스템의 'AVI로 캡쳐 후 MPEG변환' 두단계 과정을 '다이렉트 MPEG변환'이라는 한단계로 줄여 시간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화질, 속도, 그리고 안정성의 업그레이드를 이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이번에 특히 눈에 띄었던 KBS의 시스템을 보자. KBS는 얼마 전부터 소니사의 XDCAM HD기종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광디스크 방식으로 HD신호를 저장하는 이 카메라의 송출시스템에 있어서 장점은 데크가 컨버터 없이 컴퓨터에 다이렉트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1394인터페이스를 이용해 데크를 컴퓨터에 연결하면 컴퓨터는 외장하드 형식으로 인식한다. 광디스크에 이미 파일형식으로 레코딩이 되니 편집프로그램으로 외장하드(데크)의 파일을 불러내면 원본 화질을 유지한 채 편집이 가능하다. (실제 편집은 원래 파일이 아닌 프록시파일이라는 저용량의 파일로 이루어지고, 최종 출력단계에서 이 편집정보를 가지고 원파일에 적용한다. 컴퓨터에 부하를 주지않고 편집하기 위한 방법.) 여기까지는 인터페이스를 살린 HD의 기본 시스템이라 하겠다. 그런데 KBS는 이후의 과정이 기존방식과 차이를 보였는데, 편집프로그램으로 불러내어 편집한 완성본을 MPEG등으로 변환하지 않고 다시 HD신호 그대로 광디스크로 저장한다. 그리고는 그 파일 자체를 웹하드등을 이용해 전송한다. 원본파일의 품질 그대로 송출하는 것이다. 시간을 포기하고 화질을 선택한 예로, 인터넷 사정이 좋아서 가능했던 방식이지만, 인터넷 사정이 나쁜 지역에서의 HD송출을 위한 방법은 앞으로 더 연구되어야 할 부분인 듯 하다.
작년 12월과 올해9월, 길지 않았던 텀을 두고 간 출장이었지만, 많은 환경이 달라졌고, 그 환경의 변화의 가운데 카메라기자가 있었다. 취재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좋은 장소와 인터넷망을 확보했고, 고품질의 전송을 위해 LNG시스템에도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거기에 HD송출까지 가세한 변화를 보면, 여태껏 강조해 오던 '방송환경 변화의 시대에 받아들이고,적응하고,개척해야 할 카메라기자의 역할론'이 더이상 이론이 아닌 실제임을 보여1주고 있다. 극단적인 기술 발전을 말하자면 취재와 동시에 원본 화질 그대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올 때도 있지 않겠는가? 변화의 시대에 발맞추어 나가다보면 슈퍼맨이 부럽지 않은 때가 오리라 나는 믿는다.
서두범 / MBC 보도국 영상취재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