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vs 언론 자유 침해
추미애 장관, ‘뻗치기’ 사진기자 얼굴 공개에 언론현업단체 “공개 사과하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앞에서 대기 중이던 사진기자의 얼굴을 SNS에 공개하고 취재 행태를 비난하자 언론현업단체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추 장관은 지난 1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던 <뉴시스> 기자 사진을 올렸다. “이미 한 달 전쯤 법무부 대변인은 아파트 앞은 사생활 영역이니 촬영 제한을 협조 바란다는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다”면서 “그런데 기자는 그런 것은 모른다고 계속 뻗치기를 하겠다고 한다. 출근을 방해하므로 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며 일을 봐야겠다”는 글과 함께였다. 추 장관은 기자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킨 데 대해 논란이 일자 모자이크 처리한 뒤 게시글을 다시 올렸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두 협회는 16일 성명서에서 “언론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자성하고 성찰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번 사안은 기자의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었다.”고 밝혔다.
법무부 대변인을 통해 공문을 보냈다는 추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공문은 보낸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며 “그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취재에 협조 요청을 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두 협회는 △SNS에 기자의 얼굴을 공개한 것에 대한 공개 사과 △해당 글 삭제 △해당 사진 기자에게 직접 사과 등을 요구했다.
지난 20일 나온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성명은 두 단체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언론노조는 “추 장관의 뉴시스 사진기자 얼굴 공개는 의미 없는 폭력일 뿐”이라며 관련 글을 삭제하고 해당 기자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언론노조는 유력 정치인이 라고 해서 출근길이나 자택 앞에서 무차별 취재를 하는 관행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보도관행이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끌기보다는 편견을 조장하고 낙인찍기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언론노조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언론개혁을 위한 언론정책 마련에 나설 것을, 또 이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할 것을 주문했다.”며 “현 정부와 정치권은 기자 개개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양재규 변호사는 “취재 시 고려할 것은 대상자의 신분이 공인인지, 촬영 장소가 어디인지, 어떤 상황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개인의 의견임을 전제로 “휴일에 가족과 여행을 가려는데 취재한다면 사생활 침해가 강하지만, 관용차를 타고 출근하는 상황이면 완전한 사적 공간은 아닐 수 있다.”며 “공적 이슈가 터져 장관에게 그걸 확인하는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면 취재의 정당성은 더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지난 16일 “자택 앞에서 취재 차 대기하던 기자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출근을 방해했다’ ‘흉악범 대하듯 앞뒤 안 맞는 질문도 퍼부었다’ 등의 글을 덧붙여 기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추 장관을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가 해당 사안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안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