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시신이송 장면 솜방망이 처분 ‘논란’
민언련 “행정지도만 세 번째…면피성 징계 말고 법정제재해야”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언론의 시신 영상 보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심의 기관이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상임대표 김서중)은 지난달 18일 내놓은 논평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아래 방통심의위)가 솜방망이 징계를 되풀이하는 사이 방송사들은 개선의 노력은커녕 ‘죽음’의 길조차 상품화하는 보도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같은 달 16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신 이송 장면을 방송한 KBS·TV조선·채널A·MBN·YTN에 대해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살한 사람의 시신은 “촬영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주요 사건의 현장 생방송 중에 자살한 사람의 시신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영상기자와 방송사가 시신 장면이 방송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018년 고 노회찬 의원 시신 이송 생중계 △2019년 문재인 대통령 모친 시신 운구 모습 △2020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신 이송 장면 등을 방송한 방송사에 대해 모두 ‘권고’를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심의 결과에 따라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정정·수정 또는 중지 △방송편성책임자·해당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주의 또는 경고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 ‘권고’는 심의규정 등의위반 정도가 가벼워 제재를 할 정도가 아니면 내리는 행정조치다.
민언련은 방통심의위를 향해 “방송에서 같은 문제가 세 번씩이나 반복되어 일어났는데도 어김없이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며 “(방송사들이) ‘불필요한 시신 이송 장면을 관행적으로 쓰는’ 배경에는 문제가 벌어질 때마다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지도를 반복해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언련 김서중 상임대표는 “심의 제도는 사후에 제재를 가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예방하는 측면도 있다.”며 “특히 심의를 잘하고 결정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방통심의위가 심의하고 제재를 가하는 사안이 무엇이고 무엇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언론사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방통심의위에 의견 진술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한 방송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방송사 관계자들은 제재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방송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서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진술한다.”며 “심의 결과가 나온 뒤 방통심의위가 방송사들이 의견 진술에서 밝힌 내용을 잘 실천하고 있는 지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방통심의위원들은 시신 이송 장면 보도가 갖는 위험성에 대해 정서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 사안은 시청자의 불쾌감이 아니라 사자와 유가족의 인권에 관한 문제”라며 “세 번이나 같은 잘못을 반복한 언론들이 변명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텐데, 그걸 고려했다면 단호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당시 회의록을 보면 방송심의소위 위원들이 현장 취재와 보도가 필요했다는 점과 문재인 대통령 모친 사망 당시와 비교할 때 흐림 처리를 하는 등 방송사들이 지난해 심의 결과를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