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이 경인방송 인수(?)
지난해 말 방송사업권을 박탈당한 <경인방송>(아이티브이)이 계속 방송계의 화제다. 이번엔 <문화방송>이 경인방송을 인수해 2채널 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논란을 촉발시켰다.
<미디어오늘>은 25일 문화방송이 정책기획팀 안에 ‘채널사업팀’이라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이 문제를 추진해 왔으며, △조직 개편과 임금 삭감, 명예 퇴직을 통한 비용 감축 등 내부 사안을 정리하고 △방송협회 차원에서 광고요금 인상 추진 등을 먼저 해결한 뒤 역량을 총동원해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와 관련된 당사자들은 매우 민감한 반응들을 보였다. 문화방송의 경인방송 인수는 방송환경 전체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이 2개 채널을 갖게 될 경우, 한국방송에 맞먹는 강력한 ‘채널파워’를 확보할 수 있다. 1개 채널뿐인 에스비에스로선 매우 곤란한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오늘’ 보도…방송환경 극적 변화 불러올 사안 “지나친 확대 해석” 해명 불구 구체적 검토 이뤄진 듯 문화방송 쪽은 바로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해명했다. 조규승 정책기획팀장은 “경인방송 노조원 모임인 희망조합 중심의 ‘경인지역 새 방송 설립 주비위원회’가 최근 새로운 대주주 희망 대상에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거론했기에 팀내 일상적 작업으로 그 타당성을 검토했을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다른 핵심 정책부서 관계자도 “요즘 엠비시가 월급도 깎자는 판에 경인방송을 인수해 제2채널로 운영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인수 본격 추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수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이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문화방송 한 고위 간부는 “엠비시가 매년 이익의 15%를 적립하는 방문진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봤다”며 “현재 400억원 가량이 쌓여있는 데 극단적으로는 그 자금을 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채널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건 분명하다”며 “하지만, 그게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는 아직 결론을 못냈다”고 덧붙였다. 이후 상황 변화 등에 따라선 경인방송 인수 추진도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새방송 주비위 쪽은 “<미디어오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주비위 한쪽에선 문화방송이 전국 차원의 제2채널 운용 계획을 구체화할 경우 그동안 지역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확보를 강조해 온 주비위 쪽 원칙과 부딪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방송위는 그저 여러 가능성의 하나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방문진이나 문화방송 본사가 다른 방송사 지배주주가 되는데 법적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경인지역에 새 방송사를 세울지, 세운다면 민영으로 할지 공영으로 할지 등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문화방송의 참여 여부와 방식도 그때 가야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한겨레 2005. 5. 27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