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99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No Attached Image

<취재 포커스>

불황엔 모든 것이 돈으로 판단되는가?

며칠 전 아침 나는 KBS의 구조조정 관련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모니터 앞에서 몸이 딱 굳어버렸다.  그 글은 KBS의 경영에 관해 논하면서 인력의 효율적 배치가 중요하다는 논지의 글이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거론된 문장에서 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 역량 있는 VJ들이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기자들은 카메라기자와 조명까지 대동해야 일이 되는 건지 ...." (윤태진의 미디어비평 : 한국일보 2005-06-07)

이런 현실인식이 방송의 문외한도 아니고 방송의 현 사정을 잘 안다고 생각되는 서울의 한 대학교 방송관련학과 교수의 글이라는데 더 충격이 컸다.(이 교수는 우리협회의 세미나에도 참석한 적이 있어 우리 카메라기자의 사정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연락처를 알아내 글쓴이에게 전화를 했다. 30분이 넘는 통화를 통해 글쓴이는 우리 카메라기자에게 갖고 있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물론 글쓴이가 사과를 하긴 했어도 문제는 남았다.

이미 신문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카메라기자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었고, 사과를 한 글쓴이 본인도 사과의 직접적인 원인인 " 카메라기자에 대한 오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맥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두 가지 해석이 가능했다. 1) 취재기자는 역량 있는 VJ들과 일을 하라. 혹은 2) 역량 있는 VJ들처럼 기자들이 직접 6mm 카메라를 들고 취재하라.  어떤 해석을 하던지 공통되는 점은 카메라기자와 조명은 잉여인력이라는 것이다.

역량 있는 VJ.

이른바 "역량 있는 VJ"에 대해서는 그동안에 우리 카메라기자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항간에 VJ프로그램들이 맛있는 음식이나 희한한 행태, 동물생태 등의 말초적인 눈요기를 내세워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앞에 말한 역량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만드는 뉴스에서는 이런 행태는 선정적 보도(옐로우 저널리즘)라고 금기시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느린 오토포커스에 의해서 포커스가 맞지 않은 화면,  귀찮아서 그러는지 끝까지 조리개를 열지 않아 시커먼 역광화면, 왕가위 영화로 착각했는지 줌인, 줌아웃, 팬, 틸트 업, 다운을 한번에 구사하는 불안정한 화면,  배경음과 인터뷰 음성이 혼합되어 자막을 알아들을 수 없는 오디오, 우리들에겐 모두 잘라내 버려질 NG샷들이 이들에겐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지금은 이런 무절제를 용인하는 시청자들이 원망스럽기만 하지만 언제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  한 시간 짜리 뉴스를 매일 이런 화면으로 채운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단순히 촬영만 하면 뉴스가 되리라는 단편적인 생각이 이들을 대안으로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뉴스의 객관성이라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샷 하나하나를 계획하고 촬영하며 때로는 취재기자와 싸워가며 편집하는 우리의 절제와 노력을 과연 알고 있을까?

카메라+기자=카메라기자

기자가 카메라를 들면 카메라기자를 대신하리라는 단순한 등식은 초등학생식 발상이다.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 오디오맨의 팀 구성은 수십 년 간에 걸쳐서 우리 뉴스시스템에 구축되어 검증된 가장 효율적인 제작시스템이다. IMF 관리체제 당시 무자비한 감원태풍이 몰아쳤을 때 일단 오디오맨들이 해고되었었다.  그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취재현장에서 기사 챙기기도 바쁜 취재기자들이 촬영을 부분적으로 돕는 것도 얼마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디오맨들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취재기자들에게 비용절감을 위해서 6mm카메라를 들게 한다는 발상은 정말 단순하다. 오히려 심층취재를 위해 자료조사요원의 확대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비웃음을 살만한 아이디어이다.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경찰서와 살인사건 현장 사이를 누비던 열정과 섭씨45도의 이라크 사막에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총탄사이를 비켜나가던 무모하기까지 한 용기와 검찰청사 계단 앞에서 수위아저씨와 주변 분위기만 보아도 영장집행시기를 맞추던 센스, 그리고 경찰, 검사, 고위 공무원, 조직폭력배 등 다양한 계층의 취재원들의 부당한 압력을 제압하던 기지와 그 무엇이 될 때까지 테이프가 닳도록 컷을 붙였다 떼었다 코피를 흘리고 밤새우며 편집하던 광기로 다져진 우리의 기자정신이 한낱 예산타령에 쉽게 간과되어버릴 가치들인지, 그 얼마나 대단한지 모를 역량을 가진 VJ들이나 취재기자들한테 그냥 넘겨줘야할 것들인지 아무리 자문해도 답변은 절대로 'NO' 다.

한편으로는 일부 지식인들에게 이런 인식을 자리잡게 한 우리의 반성도 필요하다. 이들은 분명 우리 "카메라기자"를 잘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왜곡된 정보를 주변으로부터 얻어 왔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식인이라는 사회의 헤게모니를 구축하려는 이들의 연대 속에는 아마도 카메라기자는 없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카메라 기자협회의 대외홍보국장이라는 직분을 맡고 있는 본인에게 죄책감이 느껴진다.  다시 한번 협회 임원진이나 회사 간부들의 대외활동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회원들도 우리 직업의 자부심을 혼자 간직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인터넷이나 활자매체 등을 통해  알리려 노력한다면 작금의 뇌경색을 유발하는 사태는 재연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카메라기자협회 대외협력국장 최연송


  1. No Image

    국민의 알권리 붕괴 - 무너지는 포토라인

    무너지는 포토라인 "교육 안 된 일부 언론사에 의해 공항 포토라인 붕괴" 우리나라의 포토라인은 94년 12월, 본 협회와 사진기자협회에 의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라는 운영선포를 통해 발효 되었다. 상호간의 불...
    Date2005.07.11 Views6086
    Read More
  2. No Image

    위기의 카메라기자

    <사 설> 위기의 카메라기자 최근 들어 각 방송사들의 구조조정설이 터져나오면서 시절이 하수상하다. KBS의 팀제 개편, MBC의 구조조정, SBS의 인원 동결 등 둘러보아 시야에 잡히는 것은 내내 악재들로 보인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천지가 개벽을 하더라도 현...
    Date2005.07.11 Views6245
    Read More
  3. 외신이 본 한국의 카메라기자

    제목 없음 외신이 본 한국의 카메라 기자 日本放送協會(NHK) 서울지국 카메라 기자 이정우 카메라 기자의 역할은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영상화(映像化) 하는 것. 기본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보도에 관련된 영상은 모두 취재한다.” 라는 점에서 일본의 카메...
    Date2005.07.11 Views6276
    Read More
  4. No Image

    TV 뉴스, 재연 영상 사용 자제해야 한다!

    <외부기고> TV뉴스, 재연 영상 사용 자제해야 한다! “경기도 연천군 최전방 비무장지대 대북감시소초. 새벽 2시 반 지하 벙커로 돼 있는 단층건물 내무실에 김 모 일병이 들어옵니다. 내무실에서 병사 25명이 자고 있었습니다. 김일병은 상병들이 자고 있는 침...
    Date2005.07.11 Views5903
    Read More
  5. No Image

    나의 5개월 간의 수습 생활

    <수습을 마치고> 나의 5개월간의 수습 생활 “나의 목표는 시청자 앞에 부끄럽지 않은 카메라기자 이상은” ‘이상은, 빨리 편집팀으로 튀어와!’ 카메라 기자가 된 지 5개월 남짓, 여전히 내 온몸을 식은땀으로 흠뻑 젖게 만드는 가장 두려운 말이다. 19층에 있...
    Date2005.07.11 Views5974
    Read More
  6. No Image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 파업 현장에서

    건설플랜트 노조 파업의 현장에서 지난 5월 6일,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시위와 관련해 취재를 하라는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나는 현장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좀 걱정이 되었다. 돌과 화염병, 쇠파이프 등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실감나는 화면을 확보하려면 ...
    Date2005.06.13 Views5886
    Read More
  7. 검찰청사 내 영상 취재 논란! 그 해법은?

    검찰 청사 내, 영상 취재 논란! 그 해법은? 검찰청사 내에서의 영상취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피의자, 참고인, 피내사자의 소환이나 출두가 있을 때 그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 사회의 지명도 있는 인사가 소환의 대상이 되었을 경...
    Date2005.06.13 Views5786
    Read More
  8. No Image

    비용 절감과 뉴스의 경쟁력

    비용절감이 뉴스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최근 MBC 보도국에서는 회사 차원의 예산 절감의 일환으로 해외 출장 시 오디오맨이 없이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만이 출장을 가는 2인 출장제를 선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소위 원맨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같...
    Date2005.06.13 Views5730
    Read More
  9. No Image

    <칼럼> 가벼운 뉴스, 무거운 뉴스

    가벼운 뉴스, 무거운 뉴스 뉴스가 가벼워지고 있다고들 한다. TV뉴스 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 늘 지적되는 것이 연성화와 선정적인 보도, 사건 나열 중심의 단순보도이다. 그리고 속보 경쟁으로 인해서 부정확한 보도가 되기도 한다. TV뉴스도 시청률 경쟁에서...
    Date2005.06.13 Views5856
    Read More
  10. No Image

    불황엔 모든 것이 돈으로 판단되는가?

    <취재 포커스> 불황엔 모든 것이 돈으로 판단되는가? 며칠 전 아침 나는 KBS의 구조조정 관련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모니터 앞에서 몸이 딱 굳어버렸다. 그 글은 KBS의 경영에 관해 논하면서 인력의 효율적 배치가 중요하다는 논지의 글이었는데 마지막 ...
    Date2005.06.13 Views5994
    Read More
  11. No Image

    학부모 찬조금에 대한 단상

    학부모 찬조금에 대한 단상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촌지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처음에 부모의 염원은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였다가, 점점 아이가 자라면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지면 걱정이 태산이다. 이렇듯 자...
    Date2005.06.13 Views6237
    Read More
  12. No Image

    브리핑 제도, 초심으로 돌아가라!

    브리핑 제도, 초심으로 돌아가라! 참여정부 출범 이후 야심차게(?) 진행되고 있는 정부 부처의 브리핑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선진 언론 취재 시스템이라는 거창한 제도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에 많은 허점을 노출시켜 제도 운영에 ...
    Date2005.06.13 Views6078
    Read More
  13. No Image

    “공공성 빠진 저급미디어 난립 우려”

    천영세 의원 “이대로면 뉴미디어도 난개발” 10회 연속 공개 세미나 “공공성 빠진 저급미디어 난립 우려” “지금 모두가 위성 디엠비(DMB·디지털미디어방송)나 지상파 디엠비 등 뉴미디어에 대해서는 ‘수출주역이 된다’, ‘고용창출이 늘어난다’는 식의 장밋빛 환...
    Date2005.06.02 Views7309
    Read More
  14. "KBS 현장 포착" 그리고 뉴스의 내일

    제목 없음 “KBS 현장포착”의 선장, 최현주 차장 인터뷰 5월 31일, 기자는 KBS 영상편집제작팀을 방문하게 되었다. 방문 목적은 “현장 포착”을 제작하는 최현주 차장을 인터뷰하기 위함이었다. 기자가 방문하는 순간에도 최현주 차장은 편집에 열중하고 있었다...
    Date2005.06.01 Views6325
    Read More
  15. No Image

    제32회 한국방송대상 보도영상부문 신설

    제목 없음 제32회 한국방송대상 보도영상부문 신설 한국방송협회는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제32회 한국방송대상 올해의 방송인 부문에 보도영상부문의 신설을 의결하고, 지난 27일 방송대상 실시 요강을 공고했다. 한국방송협회 민영동 차장은 “ 보도영...
    Date2005.05.30 Views3947
    Read More
  16. TV뉴스 "선호도" 갈수록 줄어든다! 인터넷 속보로 경쟁력 잃어...

    제목 없음 방송 뉴스 ‘선호도’ 갈수록 줄어든다 인터넷 속보로 경쟁력 잃어...1위는 드라마 ▲ 2004년도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 연령별 선호장르 및 교육수준별 선호장르 지상파TV의 뉴스 프로그램 선호도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연령별 선호도에...
    Date2005.05.27 Views6081
    Read More
  17. No Image

    문화방송이 경인방송 인수(?)

    제목 없음 문화방송이 경인방송 인수(?) 지난해 말 방송사업권을 박탈당한 <경인방송>(아이티브이)이 계속 방송계의 화제다. 이번엔 <문화방송>이 경인방송을 인수해 2채널 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논란을 촉발시켰...
    Date2005.05.27 Views6103
    Read More
  18. No Image

    방송-통신 통합기구 논의 유감

    방송-통신 통합기구 논의 유감 전신의 아버지 사무엘 모르스는 통신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에 대해 낙관적 확신을 설파했다. 그는 더 빠른 통신이 더 좋은 세상을 창조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이다. 1964년 출간된 마셜 맥루헌의 저서 ‘미디어의 이...
    Date2005.05.27 Views5517
    Read More
  19. No Image

    지상파 DMB특위, 망식별 부호 도입 왜?

    제목 없음 지상파 DMB특위, 망식별 부호 도입 왜? 지상파DMB특위의 망식별 기능 도입 결정은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상파 DMB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지상파 DMB 6개 사업자들은 경쟁매체인 위성 DMB가 본 방송...
    Date2005.05.27 Views6284
    Read More
  20. No Image

    지나치게 친절한 검찰의 피의자 보호

    "지나치게 친절한 검찰의 피의자 보호" 장면1 지난 3월 말 소환 조사에 응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의 서울 중앙지검 출두에 때 아닌 고함과 욕설, 그리고 수십 명이 뒤엉킨 난투극(?)이 벌어졌다. 김의원은 난투극 직전에 이미 언론과의 인터뷰를 마친 상태였...
    Date2005.05.23 Views600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