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컵 속으로!
월드컵 '올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아
4년 동안 기다려온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2002년 월드컵 영광을 이어가려는 방송사들은 대대적인 광고까지 곁들이면서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각 사의 보도국 기자와 카메라기자들도 대거 월드컵 특별 취재팀으로 편성돼 독일 현지와 한국에서 열띤 취재경쟁 속으로 합류했다.
방송사들은 이미 거의 한달 전부터 별도의 월드컵 시리즈를 기획해 주요 뉴스 시간에 날마다 5~6개의 아이템을 내보냈고, 월드컵이 개막하기 일주일 전부터 독일 현지에 뉴스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현지 뉴스 진행을 하고 있다. 특히 MBC의 경우, 우리나라의 첫 경기가 열리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시와 한국 축구팀의 숙소가 있는 베른베르크시 두 곳에 스튜디오를 차려 2원 현지 연결을 하여 매일 10건 이상의 월드컵 아이템을 내보내고 있다. 또 새로 제작한 마이크 태그를 이용하여 타사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한다. 한편 SBS는 한국에서 직접 중계차를 비행기로 공수하여 자사의 방송장비를 이용한 현지 진행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까지 하고 있다.
주요 뉴스 시간의 거의 절반을 월드컵 소식으로 채우고 있는 방송 3사의 제작인원도 만만치 않다. KBS의 경우 스포츠 영상취재파트의 카메라기자 6명 이외에도 영상취재팀에서 3명의 인원을 지원 받아 9팀의 카메라 취재팀을 투입했다. 원래는 11팀을 구성하려 했으나 월드컵에 올인한다는 외부 비판을 의식한 듯 인원을 일부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의 경우는 지상파 방송 3사중 가장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월드컵 특수를 통해 새로운 MBC 뉴스를 보여준다는 각오다. 스포츠 취재팀 6팀 이외에 영상취재팀에서 6팀이 구성되어 독일 현지에 모두 12개 팀이 취재 중이다. 또한 SBS 영상취재팀은 12명의 카메라기자와 8명의 오디오맨을 현지에 파견했다. 이 밖에 방송3사의 독일월드컵 중계권 소유권자인 코리아 풀단에 들어있지 않은 YTN도 2팀을 독일 현지에 보내 경기장 밖의 응원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코리아 풀단과 계약하여 YTN DMB를 통해 월드컵 전 경기 중계 할 예정이다.
월드컵 경기의 중계방송을 위한 기술 홍보 경쟁도 치열하다. 똑같은 중계 화면 외에 경기장 25대의 카메라가 잡은 모든 장면을 받아 타사와는 차별화된 화면 구성을 시도하는 KBS, MBC는 HD 중계 화면에 해설자가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고, SBS와 KBS는 경기장의 함성을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는 5.1채널 서라운드 오디오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현지의 방송에 더하여 한국에서 벌어질 응원전에 대한 취재열기도 만만치 않다. 각방송사는 지난 2002년에 이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 거리응원전을 제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각 사의 영상취재부에서는 이에 대비해 광화문과 시청 앞 서울공원에 다양한 영상구성이 가능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원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경기시간이 한 밤중이어서 응원전의 모습이 지난 대회와는 달리 조금 어두울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취재팀을 투입할수록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대규모의 인력투입으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도 무척 높다. 선거, FTA, 월드컵으로 이어지는 대형취재들로 인해 취재인력의 과로에 대한 우려가 많고 게다가 야간취재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일반 뉴스를 낮에 다루고 나서 또 밤 취재를 이중으로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러다 큰 일 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상업적 월드컵 올인으로 인해 다른 다양한 뉴스들은 전혀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한국 대 가나 축구경기가 있은 후 성명서를 내고 “월드컵이 `국민적 관심사`라는 것은 부인 할 수 없지만, 방송 3사가 모든 정규편성을 ‘올스톱` 한 채 경기를 중계한 것은 도를 넘은 과열 경쟁이며, 시청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행태"라며 “방송사들은 똑같은 화면에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만 바꿔놓고 있지도 않은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월드컵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친 꼴이 됐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또 "방송사들이 월드컵 특수를 잡기 위한 과열 경쟁에 빠져 채널 선택권을 빼앗고 중요한 사회 문제들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방송사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축제로서의 월드컵의 의미도 훼손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인현 기자 shengd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