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뛰어넘는 현장 접근성과 신속성으로 영상기자 업무를 확장했다. 현장 중계와 기자 연결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영상기자에게 MNG는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기술이다.
또 어떤 기술이 미래의 영상취재 모습을 바꿔 놓을 지 예측해 본다면 클라우드가 아닐까 싶다. 클라우드는 구름 속에 가려진 마법주머니라고 볼 수 있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몰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 구름 속에 손을 넣어 빼 쓰면 된다. 실제로 가장 큰 클라우드 서비스 중 하나인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AWS : Amazon Web Service)는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IT 솔루션을 제공한다.
보도영상 기술로 좁혀 보면, 취재 현장의 모든 카메라는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하다. 클라우드와 연결되는 대상은 단지 영상뿐만 아니라 위치, 시간, 렌즈, 배터리 상태 등의 카메라에 내장된 센서가 쏟아내는 모든 데이터를 포괄한다. 이미 ENG카메라는 아직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클라우드와 연동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내가 현재 사용하는 파나소닉 AJ-PX800G 모델만 해도 전용 LTE 동글을 삽입하면 카메라의 모니터링과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물론 제대로 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제조사 사정으로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TVU 서버와도 TVU 송신기 없이 직접 연결할 수 있다. 네트워크 본딩 기술이 없어 실제 사용은 힘들겠지만 급한 경우 6Mbps 이상의 속도가 나오는 인터넷 선이 있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기술이다.
ENG 메이커의 특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니나 파나소닉보다도 MNG 제조업체가 보도영상의 클라우드 기술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다. 특별히 주목할 기술은 TVU 그리드 서비스이다. 아마존 AWS 클라우드 기반의 영상 공유 서비스로 이미 각사에서 AP, CNN, ABC 등 외신의 수신에 사용되고 있다. 영상의 단순 분배는 TVU 그리드 서비스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TVU 백팩 혹은 스마트폰 어플인 TVU Anywhere 등에 연결된 영상을 전 세계 모든 방송사에 배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 당시를 가정해 보자. 클라우드 서비스에 현장 영상이 검색되는데 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사용하지 않을 방송사가 있을까?
보도영상의 클라우드화는 유튜브 라이브와는 분명히 결이 다른 기술이다. TVU 그리드에 영상을 올리는 영상 제작자는 다수의 일반인이 아닌 방송사에 영상을 배포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TVU 그리드에 떠 있는 영상의 종착지는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전 세계 방송사 신호 분배실의 SDI 출력 단자이다. 여기까지는 그저 기술의 문제이다. TVU 그리드에서 중요한 현장의 라이브 영상을 클릭했더니 결제창이 뜨는 시점부터는 직종의 생태계, 보도영상 시장의 문제가 된다. (TVU社 에서도 차후 과금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국에는 특종 영상을 전문적으로 촬영해 방송국에 판매하는 일명‘ 나이트 크롤러’와 같은 직업이 존재한다. TVU그리드와 같은 보도영상 클라우드 시스템이 과금 체계와 결합된다면 갈수록 그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영상제작기술의 흐름과 맞물려 보도영상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일반인도 영상기자도 아닌 프로 같은 아마추어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보도영상의 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쯤 되면 클라우드 시대에영상기자만의 가치와 역할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역사를 기록하고 공신력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기본 그 이상의 가치 설정이 필요한 때다.
이우진 /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