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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를 취재하고  

“이념의 벽을 넘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따르릉” “평양 좀 다녀와라.” ...“네...”

 말끝을 흐리며 전화를 끊는 순간 3년 전 평양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설렘과 약간의 긴장, 같은 민족 간의 동질성과 이질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인터뷰와 관광이 일정의 전부였지만 호텔 문밖조차 나가지 못하는 통제와 촬영한 화면을 지워야하는 황당함에 화가 났던 2005년의 기억. 썩 내키진 않았지만 가야했다. 가라면 갈 수 밖에...

 마음이 바뀌면 행동도 변한다. 북미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측의 초청에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은 이념의 벽을 넘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의로 평양공연을 결정했다. 각국 언론들은 이를 과거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에 견주며 앞 다투어 보도했고 실제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을 예상하기도 하였다. 북핵문제와 더불어 미국과 남한의 권력구조가 변하는 시기에 열리는 이번행사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북미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가져올 상징적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출장 팀은 한층 더 긴장 할 수밖에 없었다.   

 2월 23일 아침 6시 마침내 십 여대의 중계차량과 버스가 평양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 행사의 취재를 위해 보도진은 선발대로 취재기자 3명, 카메라기자와 오디오맨 2명이 육로로 방북하고 취재기자 1명과 카메라기자, 오디오맨 2명은 중국에서 뉴욕필 단원들과 함께 항공편으로 평양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북측 CIQ에 도착하니 CNN 취재팀이 우리를 취재 하기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북측의 입국수속도 예상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9시30분 개성을 지나 평양에 도착하니 12시 30분. 북녘 땅에도 따스한 봄 햇살이 겨울을 녹이고 있었고 우리를 맞는 북측 안내원들도 친절했다.

 그러나 막상 취재에 들어가니 역시나 제한과 통제가 가해졌다. 매일 밤 내일 취재를 위해 북측과 협상과 실랑이를 해야 했고 당초 아무문제 없을 거라던 송출도 이런저런 이유로 자유롭지 못했다. 별도의 취재차량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북측이 제공한 차량에 일방적인 일정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당초 기획했던 아이템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예정된 행사일정에 대한 기본적인 취재마저 쉽지 않았다.

 북측의 호의적 태도를 기대했던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고 역시 북측은 당일 공연행사의 진행에만 관심이 있을 뿐 혹시라도 있을 행사에 부정적 보도를 우려한 탓인지 기자단, 특히 남측 보도진들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무척 심했다. 기본적인 거리스케치도 승인받은 구간에서만 허가되었고 두세 차례에 걸친 촬영화면 검열, 기사 사전제출도 요구받았다. 취재가 끝나면 매일 밤 다음날 아이템을 논의하고 다시 북측과 취재동선과 송출시간을 협의해야 했다. 취재통제에 대한 답답함과 아쉬움이 쌓여갔지만 어떤 상황에도 뉴스는 나가야 했다.

 마침내 공연 당일 평양거리는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변해있었고 우리 취재팀은 긴장하며 공연장인 동평양 대극장으로 향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남측과 북측 그리고 미국 측의 모든 스텝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취재팀은 공연장 내부 취재를 승인받질 못했다. 공연을 취재하러 와서 정작 공연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지만 북측과 미국 측이 이번 공연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했다.

 마침내 한 시간 반의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표정은 모두 조금씩 상기되어 있었다. 입장할 때 하나같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이들의 표정을 환하게 변하게 한건 무엇이었을까?  

 이번 뉴욕필 평양공연은 여러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어 냈다. 단원들과 ABC, CNN등 주요 언론사 기자단, 참관인들을 포함해 269명에 달하는 미국 측 방북단은 역대 최대 규모였고 공연장인 동평양 대극장에 적대국인 북, 미 양국 국기가 내걸리고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공연내용 또한 놀라운 일이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MBC는 남북 방송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장비와 인력을 모두 육로를 통해 이동시켰고 공연 실황은 HD화질로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 전역과 전 세계 15개국에 생중계 되었다. 남한의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되는 미국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북한 주민들은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이번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차량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북측 주민들. 비록 직접 그들을 만나고 취재할 순 없었지만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평양의 모습을 마음속에 담고 평양의 미국인이 아닌 자유롭게 취재하는 평양주재 기자를 꿈꿔본다.

정우영 / MBC 보도국 문화스포츠영상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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