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취재를 다녀와서
나흘간의 교훈
8월 5일 베이징 수도공항. 중국세관이 길을 막는다. 주파수허가서(Frequency License)없이는 무선마이크를 반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계권이 없기에 우린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대사관에 취재비자 신청할 때 별다른 추가 지침도 없었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장비를 맡기고 올림픽위원회의 허가서를 가져와 찾아가란다. 같이 세관심사 받던 MBC기자들과 외국의 기자들도 난감해 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유선으로 취재는 가능하지만 장비를 놔두고 간다는 것 자체가 안심이 되질 않았다. 갱지 같은 곳에 한자로 휘날려 몇 자 적은 보관증을 내어주는 것을 보고 불안은 더 커졌다. 1시간가량의 실랑이를 접고 일단 공항을 나섰다. 취재기자와 단둘이 간터라 무선마이크의 필요성은 절실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전화를 넣었다. 베이징올림픽위원회에서는 이미 무선허가신청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일단 BIMC(Beijing International Media Center-이곳은 IOC카드를 받지 못한 외국의 언론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모회사 신문 특파원을 통해 사전에 신청해 비표를 받았다)들려보라는 안내를 받았다. 다음날 신청과정도 싶지 않았다. 평소에 쓰지도 않을뿐더러 알지도 못하는 주파수 대역폭, 정격출력 레벨, 주파수 특성 등을 요구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우리가 쓰는 장비의 주파수 대역이 현지경찰이 사용하는 대역이라 힘들겠다는 답변이었다. 더 이상 매달릴 시간이 없었기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기 작성된 신청서와 당국에 협조를 바라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리곤 사흘 후 불현듯 연락이 왔다. 허가서가 발행되었으니 찾아가시란다. 허가서를 보니 주파수대역도 자기들이 임의로(?) 변경해 발급해주었다. 그들로서는 외국에서 온 취재진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아닌 배려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입국하기 전날 발생한 신장지역의 테러로 인한 보안강화조치라고 했다. 이전에도 그렇고 다 다음날 입국한 다른 취재진은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고 하니... 내가 입국한 날이 장날이었다.
이번엔 공안이 길을 막는다. 도착후 숙소에서 인터넷을 뒤지며 취재정보며 지리 정보 등을 파악하고 있을 무렵 한 중국인이 문을 두드린다. 공안이다. 중국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통 알아들을 수 없다. 여권과 비표 등을 내밀었지만 소용없다. 통역에게 전화해 알아보니 호텔이외의 지역에서 외국인 거주할 경우(우리는 아파트를 대여했다) 24시간 이내 관할서에 외국인거주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일어나자마자 신고하러 가겠다고 했다. 큰소리로 뭐라뭐라 하는 통에 이웃주민들 나오고... 아파트 관리인 올라오고...
자, 이제 본격적인 취재다. 애초에 냐오차오(새둥지) 내부는 취재가 안 되니 3만발 이상의 불꽃이 터지는 베이징 시내풍경과 시민들의 반응을 담기로 했다. 개막식 시작인 오후 8시경 천안문. 인산인해로 거리를 가득매운 베이징 시민들 틈에서 불꽃을 기다리고 있었다. “펑”드디어 시작인가? 윽. 이럴 수가! 이후로 30분을 기다려도 불꽃은 터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소위 ‘발자국’이라는 불꽃 한발이었다. 개막과 동시에 수많은 불꽃이 하늘을 수놓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예서 머무를 시간이 없다. 개막식 종료직전에 냐오차오에서 나오는 불꽃을 담아야 했다. 하지만 이동도 만만치 않았다.(당시 우린 택시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교통통제로 차들은 먼거리를 돌아가고 있었고 그나마 택시도 쏟아져 나온 중국인들로 빈차를 잡을 수 없었다. 30분을 걸었지만 거리의 시민들은 좀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이 인구대국은 맞긴 맞나보다. 하는 수 없이 버스에 끼어 타고 외곽으로 나와 다시 택시를 타고 주경기장 쪽으로 접근했다.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내 속도 같이 터지고 있었다. 가까스로 도착해 번갯불에 스탠딩 굽고 인터뷰도 굽고...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일들은 벌어졌지만 처음 나흘간의 교훈을 바탕삼아 유연성을 발휘해 큰 탈없이 취재를 마치고 귀국했다. 올림픽취재는 개인은 물론 회사도 처음이었다. 경험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외로운 길임을 새삼 깨닫는다. 아쉬운 것은 비중계권 방송사가 취재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해 다양한 그림과 기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역시 경험하지 못했다면 준비가 최선인 것 같다.
김재헌 / mbn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