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은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던 것을...
멀티형 영상취재기자 과정을 수료하고.
-김남용(TBC 대구방송)
개미는 주변온도에 따라 시간을 달리 해석한다고 한다. 온도가 낮아지면 체내 에너지 흐름을 느리게 하여 상대적으로 시간을 짧게 느낀다고... 소설 ‘개미’에서 말하고 있다. 이번 교육이 나에겐 그런 시간이었다. 마치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며 아직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영화가 끝난 후엔 내 인생의 시간이 확장된 듯한 느낌. 이런 것들이 이번 ‘멀티형 영상취재기자’과정에 녹아 있었다.
흔히들 멀티형 카메라기자 교육과정(이하 멀티형교육)이라 하면, 영상취재기자가 가지지 못한 업무능력 - 기사작성, 미디어 스피치능력, 카메라 뒤가 아닌 앞에 서는 훈련 - 만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랬고, 2박3일에 체득할 수 있는 과정일까라는 의구심을 갖았다. 하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새삼 깨달은 사실은 교육이라는 음식-어떤 교육이든지-은 스승이 먹는 방법만 가르쳐 줄 뿐이지 실제로 먹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음식을 씹어서 목구멍을 지나 위속까지 넣어주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멀티형교육은 우리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어떻게 먹는 것인지 정확히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하지만 정말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기존에 예상 되었던 교육인 기사 작성법과 TV리포팅 실습과정은 단순한 기본 교육에 치중하기 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 줌으로서, 공교육 보다는 족집게 과외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기존에 예상치 못한 교육으로 DSLR을 이용한 촬영 기법 - 5D mark2 실사용 후 장단점, DSLR을 이용한 미속(time-lapse)촬영, D800의 무시무시함, 30미터 트랙촬영의 비법, Black- Magic Camera의 도전, 헬리드론의 이론과 실체 그리고 한계 - 은 정말 가려운 곳을 집중적으로 긁어주는 시원시원한 교육이었다. 역시 카메라기자가 카메라기자를 알고 카메라기자를 위한 커리큘럼을 작성한 효과는 요즘 유행하는 ‘진격’이라는 단어에 걸맞았다.
하지만 교육보다 더 나에게 깊이 남은건 선배님들(감히 ‘만학도‘라고 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열의였다. 10명중 5명이 15년차 이상이셨고, 특히 21년차 광주YTN의 김경록 선배는 열악한 근무 여건상 휴가를 내고 오셨다고 한다. 그런 열의에 찬 선배들을 보며 처음엔 우리회사의 스스로 뒷방노인이 되고자하는 선배들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뒤 돌아 보고 나의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숙소제공, 식사제공, 차비제공이라는 다른 협회 교육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특전’에 한 번 놀라고, 하루 9시간 교육이라는 빡빡한 일정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오히려 너무 일찍 끝나는 것이 아쉬운 ‘교육의 알참’에 두 번 놀라고, ‘TV리포팅’ 수업을 담당한 송지은 강사의 귀로 솜사탕을 먹여 주는듯 한 달달한 목소리에 두 번 반 놀라고, 마지막으로 다른 어떤 직종보다 열의를 오래 품고 있는 우리 선배들의 모습에 감탄하는... 3½번 놀람을 주는 알찬 강의라는 칭찬 일색으로 제 이름을 걸고 보고서를 마치려 합니다.
이상 TBC 대구방송 김남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