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지난 5월25부터 28일까지 3박4일간 NHK를 방문하여 재난방송에 대한 연수에 참가하였다.
연수는 KBS 각 부서에서추천된 10명이 NHK 측에서 준비한 재난방송 관련 발표를듣고 질문과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일본 현지에서 재난방송을 제작하는 담당자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 재난방송이 가진 강점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일본이 가진 헬기나 CCTV같은 하드웨어(장비)적인 측면보다는 스포트웨어(정신)적인 측면에 우선하여 연수기를 제작하고자 한다.
지난 2011년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을 보고 우리는 지진의 엄청난 파괴력에 충격을 받았다.
거대 해일에 수 백 채의 가옥이 쓸려가고 오도 가도 못하는 자동차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공포도 느꼈다.
영상은 생방송으로 전 세계로 전해졌으며 한편으로는 일본 재난방송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도 되었다.
지진 발생 후 수초만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전달하는 신속한 방송과 다양한 영상 소스, 재난극복에 필요한 정보제공.
일본의재난방송은 재난방송의 표준과 같은 것이었다. 이와 같은 일본재난방송의 우수성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물론 방송장비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준비되어 있다. 헬기를 예를 들자면 NHK 만해도 일본 전국 12개의 헬기기지에 15대의 헬기를
운용하고 있고 특히 도쿄와 오사카는 24시간 촬영기자가 헬기기지에서대기하고 있다.
다른 민방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헬기를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장비도 중요하지만 재난방송을 만드는 근본 개념이 우리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재해는 반드시 일어난다. 일본은 재해가 많은 나라이고 30년 안에 도쿄에서 커다란 지진이 있을 것이다”재난방송 연수 중 이 말을 수차례 들었다. 엄청난 재난이 지금 당장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다소 공포스러운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일본인들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일본인이 재난을 대하는 근본정신을 엿볼 수있다. 우리는 재난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재난발생 자체를 거부하지만
일본은 ‘재난은 반드시 일어난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지만 그것을 최소화하고 다시 극복하는 일본인’이다 라는 정신으로
재난을 마주한다. ‘재난이 워낙 많은 일본이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재난을 마주했을 때 이런 정신은 재난극복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도 그 동안 수많은 재난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커다란 좌절감에 빠진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재난이 발생했고 왜? 누구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며 우리는 안된는 좌절감, 우울증이재난발생에 따르는 후유증으로
우리를 덮었다. 이런 차이는 재난방송의 근본 개념의 차이로 발전한다. 일본은 재난이 항상 발생하는 것이기에 늘 준비한다.
실제NHK는 매일 방송종료 후 재난방송 훈련을 하고 있다. 또한 재난 발생이 발생했을 때도 원인이나 책임소재 파악보다는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 재난방송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점으로 생각한다.
이번 연수뿐만 아니라 수년간 일본의 재난방송을 모니터한 결과 재난방송 초기에 일본은 우선 빠른 정보와 현재 상황을 알리는 대피,
인명구조 방송에 집중하지만 우리나라의 재난방송은 현재 상황 보도 외에도 원인이나 책임자(인재 또는 천재) 찾기, 보상문제, 보험문제 등을
재난 초기부터 종합적으로 다룬다.
“원인은 ~으로 추측됩니다” 와 같은 추측성 보도가 많아 재난발생 초기에는 오히려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세월호보도가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점은 수많은오보였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속보라는 자막을 달고나가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서 국민들이 더욱 더 큰 혼란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재난방송은 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이우선하지 않는다.
원인이 무엇이든 재난은 발생했고 먼저 극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기자는 추측성 보도는 하지 않는다.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받아서 현 상황을 극복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재난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는 원인이나
복구의문제점 또는 자신들의 방송에 대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정해 나가고 또 진화한다.
이번 연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NHK의 대피방송이 명령형으로 바뀐 것이었다.
동일본대지진 때 대피방송은 “달아나 주세요”의 청유형이었지만 이런 청유형이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전해주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히로시마 산사태부터는 “달아나”라는명령형으로 바뀌었다. 실제 시청자들도 “달아나”라는 명령형에 더욱 긴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NHK 재난방송은 끊임없이 진화를 한다. 진화를 위해 때로는 남의 것도 받아 들여 자기 것으로 바꾼다.
NHK는 수년간 KBS 영상취재부를 다녀가면서 우리의 재난방송 제작에 대한 연수를 하고 있다. 이번 연수에서 그 동안 우리나라가 일본에
앞서왔던 인터넷 전송부분을 보완해 그들의 재난방송에 접목시킨 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NHK는 지난 4월부터 보도 관련 직원들에게
아이폰 2천대를 보급해 아이폰을 이용한 생방송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것은 외래의 문화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본 고유의 문화와도 관련이 되어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나 사회의 다양한 갈등으로 재난, 사건사고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재난방송은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방송이다. 재난을 조금이라도 적게 겪고빨리 극복하는 것이 재난방송의 목적이고 목표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방송사간의 경쟁으로 경쟁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물먹이기식 재난방송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본다.
정작 봐야 하는 국민들에게는 외면당하고 비난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연수기를 마치며 우리의 재난에 늘 등장하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병은
이제 불치병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때문에 너무 쉽게 안전 불감증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누군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했다고 너무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시작한다. 과연 재난 초기에 이런 불확실한 진단이 재난 극복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민욱/KBS 보도영상국 영상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