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5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내 필름에 기록된 모든 것은 내 눈앞에서 일어났던 일. 피할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위르겐 힌츠페터’를 검색하면 나무위키에 이 인용구가 가장 먼저 나온다. 짧은 문장이지만 곱씹어볼 게 많다.
 

 우리 언론 종사자들은 헤게모니, 힘, 영향력 등을 목표로 일하지 않지만, 반대로 이것들이 없는 언론은 얼마나 유명무실한가? 진실을 취급하는 언론은 그 결과물로써 힘, 영향력을 선물로 얻는다. 이는 수용자가 언론에 되돌려주는 신뢰값이자 헌사이다. 이것들 없이는 언론이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언론이 한국 사회에서 힘과 영향력을 잃어가는 것은 언론의 미래를 볼 때 심상찮은 현상이다. 신문과 방송 등의 이른바 올드미디어, 레거시 미디어 전체가 한 덩어리로 수용자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기성 언론 전체가 일종의 적응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누군가 TV 토론에서 진단한 것처럼, 이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다. 영상기자 직종의 관점에서 보면, 영상이 하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자성을 하게된다. 자율성, 자주적인 시각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뉴미디어에 진출하며 새 활로를 모색 중이지만 여기에서도 자율성, 자주성, 자발성, 주체성은 크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드미디어의 몰락과 함께 미디어 내부 권력이 몇몇 특종 직종에 집중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헤게모니 바깥으로 밀린 직종은 점점 더 부차적인 것, 단순 지원적 파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오래된 문제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광주광역시와 함께 힌츠페터 상을 준비 중이다. 힌츠페터가 특파원으로 무려 17년 동안 동아시아에 주재했다는 것(1967년 초 당시 ARD 유일의 동아시아 방면 지부가 있던 홍콩으로 발령을 받았으며 1969년 봄에는 베트남 전쟁에 종군기자로 취재하다가 사이공에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후 일본의 도쿄 지국으로 옮겨가 1973년부터 1989년까지 17년간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 구글 나무위키), 그가 단순히 타 직종의 정보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정보 취득과 판단, 행동의 주체였다는 것, 그의 기록이 역사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 등의 사실에는 오늘날 기성 언론이 참고할 대목이 많다. 자율성과 판단, 실행의 주체가 되는 것은 언론 종사자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다. 이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점점 더 보장하지 않으려 하는 영역이다. 동시에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 1인 미디어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과는 정반대로 저널리스트의 강력한 주체성, 자율성, 자발성 등을 바탕으로 언론 시장에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
 

 오늘날 영상기자들은 두 개의 천장을 뚫어야 한다. 하나는 회사 내부의 헤게모니 천장이고, 또 하나는 자기 자신을 피동적인 상태에 가두는 의식의 천장이다. 이것들 모두가 기성 언론, 나아가 영상기자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억압하고 있다.

 

 힌츠페터는 어찌 보면 자율성,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간 21세기 뉴미디어 언론인처럼 보인다. 헤게모니와 힘, 영향력은 앉아서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20세기의 위르겐 힌츠페터가 21세기 기성 언론인들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 / 편집장 김정은 편집장.jpg

 

 


  1. [줌인] 행복하고 의미있는 2021년으로 만들어 나가시길

    [줌인] 행복하고 의미있는 2021년으로 만들어 나가시길 어느덧 2020년이 저물었습니다. 2020년엔 어느 해보다 이슈가 많았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코비드-19(COVID-19) 일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전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생활패턴, 완전히 새로운 관...
    Date2021.01.08 Views247
    Read More
  2.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재현장 보도 윤리·취재 방식도 변화 ▲지난 12월 21일 가족 새해 소망을 듣기 위해 방송사 취재진이 마이크 연장봉을 이용해 마스크 쓴 시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종로 경찰서 앞에...
    Date2021.01.08 Views394
    Read More
  3.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KBS대전뉴미디어팀에서근무하고있는필자 지난 2월 KBS 대전총국 내 새로운 조직인 디지털 관련 부서가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갈망해 왔지, 사실 디지털 분야는 그...
    Date2021.01.08 Views412
    Read More
  4.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법원은‘또다른조두순들’에어떤판결을내렸나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키워드로본'스쿨존교통사고'…사각지대도확인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뉴스가 새롭...
    Date2021.01.08 Views246
    Read More
  5. 영상기자라는 이야기꾼

    영상기자라는 이야기꾼 ▲〈카스테라EP.15〉코로나 2주 자가격리, 기자가 직접 겪고 말씀드립니다. ▲〈카스테라EP.16〉조두순 출소 현장 취재기/ 조두순 사건 과거와 현재 우리는 가진 이야기가 참 많은 사람들이다. 영상기자라는 직업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
    Date2021.01.07 Views348
    Read More
  6. 자가격리 14일간의 기록

    자가격리 14일간의 기록 ▲필자가 자가격리 중 먹었던 음식과 용품 서울 시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나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음성이 나왔음에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 간의 자가격리를 했다. 14일 동안의 격리가 시작된 것이다. 11월3일~...
    Date2021.01.07 Views273
    Read More
  7. 언시 장수생이 언시 장수생들에게

    언시 장수생이 언시 장수생들에게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국입니다. 이 시국에 안 힘들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오래된 불안이 불행으로 번지고 있을 ‘언시 장수생’들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얼굴도 모를 장수생들을 걱정하는 건 지나친 오지...
    Date2021.01.07 Views832
    Read More
  8.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MBN 영상기자들이 기획취재 장비운용계획을 의논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무선마이크 장비를 지급받은 영상기자가 많을 것이다. 700Mhz 무선마이크 사용이 2021년 1월 1일부터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간 무선마이크 주파수로 사용하던...
    Date2021.01.07 Views1076
    Read More
  9. 이제 자야지? 이재야!

    이제 자야지? 이재야! ▲막 태어난 딸 '이재'를 처음 안아보는 필자 2020년 11월 2일 아침 6시 아내에게 진통이 찾아왔다. 불안감과 설레는 마음을 뒤로 하고 야간 근무를 서기 위해 오후 4시 30분 회사로 출발했다. 다음날 오전 3시, 성남에 사는 처제...
    Date2021.01.07 Views318
    Read More
  10.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지난1월25일영상보도가이드라인광주전남지부온라인교육 <사진왼쪽부터> 나준영부장(MBC뉴스콘텐 츠편집부),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윤성구기자(KBS 전략기획부), 이승선교수(충남대언론정보학과) 대학...
    Date2021.01.07 Views538
    Read More
  11.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지난 6월 초, 소양강 상류에서 외래어종 침투와 생태교란 문제를 취재한 필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편이라 내 실력에 낙담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lsqu...
    Date2021.01.07 Views293
    Read More
  12.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Date2020.11.18 Views359
    Read More
  13. MBC ‘보도영상연구회’

    MBC ‘보도영상연구회’ ▲ 지난 9월 21일‘4k 카메라와 UHD프로세싱’을 주제로 진행된 MBC보도영상연구회 세미나에 참가한 MBC 영상기자<사진>. ▲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 사이 진행된 보도영상연구회 포럼내용을 정리한 제1호 자료집...
    Date2020.11.18 Views267
    Read More
  14. 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 2019년 겨울, 국회 영상기자실에서 영상기자와 함께 2019년 말, 신입 때부터 이어진 약 3,650일이라는 약 10년간의 사회부 생활이 끝나고 국회로 출입처 발령을 받았다. 모든 변화에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법. 나 역시 그동안...
    Date2020.11.17 Views347
    Read More
  15.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248
    Read More
  16. 길(路)의 재발견

    길(路)의 재발견 ▲ 성산대교 밑 보도 한쪽에 잠자리를 사냥한 거미의 모습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 첫 보도는 원인 모를 폐렴으로 우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이것이 나의 삶과는 상관없을 줄 알았다. 그러...
    Date2020.11.17 Views175
    Read More
  17. 도심 속 고궁 산책

    도심 속 고궁 산책 ▲ 올여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서울은 천박한 도시.” 지난여름,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을 가리켜 아파트값만 얘기하게 되는 천박한 도시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행정수도 이전의 필...
    Date2020.11.17 Views220
    Read More
  18.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 지난 10월 초, 파주의 한 연습실에서 연습에 한창인 이날치 밴드 따랑 땅 따랑~ 따랑 땅 따랑~’ 댄스곡이 시작될 것 같은 130bpm의 흥겨운 베이스 리듬 뒤에 한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킬링...
    Date2020.11.17 Views282
    Read More
  19.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 MBC강원영동 방송사가 보관하고 있는 테이프 자료<사진> 14,040개. 저희 회사가 보유한 테이프 개수예요. 손으로 하나하나 셌으니,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크게 틀린 숫자는 아닐 거예요. 1986년 자사 TV개...
    Date2020.11.17 Views252
    Read More
  20.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이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전광훈 목사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독려해 감염병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 국민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의 이름은 2005...
    Date2020.11.17 Views214
    Read More
  21.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 일광욕을 즐기는 얄리와 쎵 떠오른다. 10대 때 아주 힘들게 읽어나갔던, 책(데미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
    Date2020.11.17 Views37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