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내 필름에 기록된 모든 것은 내 눈앞에서 일어났던 일. 피할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위르겐 힌츠페터’를 검색하면 나무위키에 이 인용구가 가장 먼저 나온다. 짧은 문장이지만 곱씹어볼 게 많다.
우리 언론 종사자들은 헤게모니, 힘, 영향력 등을 목표로 일하지 않지만, 반대로 이것들이 없는 언론은 얼마나 유명무실한가? 진실을 취급하는 언론은 그 결과물로써 힘, 영향력을 선물로 얻는다. 이는 수용자가 언론에 되돌려주는 신뢰값이자 헌사이다. 이것들 없이는 언론이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언론이 한국 사회에서 힘과 영향력을 잃어가는 것은 언론의 미래를 볼 때 심상찮은 현상이다. 신문과 방송 등의 이른바 올드미디어, 레거시 미디어 전체가 한 덩어리로 수용자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기성 언론 전체가 일종의 적응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누군가 TV 토론에서 진단한 것처럼, 이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다. 영상기자 직종의 관점에서 보면, 영상이 하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자성을 하게된다. 자율성, 자주적인 시각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뉴미디어에 진출하며 새 활로를 모색 중이지만 여기에서도 자율성, 자주성, 자발성, 주체성은 크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드미디어의 몰락과 함께 미디어 내부 권력이 몇몇 특종 직종에 집중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헤게모니 바깥으로 밀린 직종은 점점 더 부차적인 것, 단순 지원적 파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오래된 문제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광주광역시와 함께 힌츠페터 상을 준비 중이다. 힌츠페터가 특파원으로 무려 17년 동안 동아시아에 주재했다는 것(1967년 초 당시 ARD 유일의 동아시아 방면 지부가 있던 홍콩으로 발령을 받았으며 1969년 봄에는 베트남 전쟁에 종군기자로 취재하다가 사이공에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후 일본의 도쿄 지국으로 옮겨가 1973년부터 1989년까지 17년간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 구글 나무위키), 그가 단순히 타 직종의 정보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정보 취득과 판단, 행동의 주체였다는 것, 그의 기록이 역사의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 등의 사실에는 오늘날 기성 언론이 참고할 대목이 많다. 자율성과 판단, 실행의 주체가 되는 것은 언론 종사자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다. 이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점점 더 보장하지 않으려 하는 영역이다. 동시에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 1인 미디어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과는 정반대로 저널리스트의 강력한 주체성, 자율성, 자발성 등을 바탕으로 언론 시장에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
오늘날 영상기자들은 두 개의 천장을 뚫어야 한다. 하나는 회사 내부의 헤게모니 천장이고, 또 하나는 자기 자신을 피동적인 상태에 가두는 의식의 천장이다. 이것들 모두가 기성 언론, 나아가 영상기자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억압하고 있다.
힌츠페터는 어찌 보면 자율성,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간 21세기 뉴미디어 언론인처럼 보인다. 헤게모니와 힘, 영향력은 앉아서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20세기의 위르겐 힌츠페터가 21세기 기성 언론인들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 /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