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7 15:04

이제 자야지? 이재야!

조회 수 7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이제 자야지? 이재야!

 
 
 

(사진)  이제 자야지 이재야.jpg

▲막 태어난 딸 '이재'를 처음 안아보는 필자

 

 

 

 2020년 11월 2일 아침 6시 아내에게 진통이 찾아왔다. 불안감과 설레는 마음을 뒤로 하고 야간 근무를 서기 위해 오후 4시 30분 회사로 출발했다. 다음날 오전 3시, 성남에 사는 처제가 와서 함께 걸어서 병원에 가고 있다는 아내의 카톡이 왔다. 초조했지만 좀 더 기다렸다. 아기는 금방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경험자들의 말이 생각났다. 오전 4시 병원으로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40분 만에 가족분만실에 도착했다. 약 5시간 후, 아내가 진통을 처음 느낀 지 28시간 만에 나의 딸 '이재'가 11월 3일 오전 9시 59분에 세상에 나왔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미리 취재 등록해야 하는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출장중에 둘째 아기가 태어났다. 러시아 월드컵 때 출장을 가서 모두가 한국 축구 16강을 응원할 때, 간절히 탈락하기를 바라는 초조한 아빠와 불안한 만삭 아내의 이야기도 들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병원에서 알려준 출산 예정일에 맞춰 출산휴가를 올린 예지력 있는 아빠도 있었다. 협회보 글을 적기 위해 출산 경험이 있는 친분있는 협회원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물어보았고, 출산을 보지 못한 경우나 사연 있는 경험담은 무척 많았다.

 

 우리 아가는 예정일보다 2일 빨리 나왔지만, 병원에서는 예정일보다 늦게 나올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정일과 의사 선생님을 믿고 야간근무에 나섰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취재 일정이 생기면 어쩌지, 그때 아내에게 아기가 나온다고 연락이 온다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가득했다. 일을 하다 중간에 끊고 현장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채, 다른 선후배에게 맡기고 나서야 한다면 영 마음에 걸리고 내키지 않을 것이다. 야근때마다 불이나곤 한다는 선배, 야간근무만 서면 발생이 생겨 출근하는 나보다 더 늦게 회사에 복귀한 동기얼굴 등이 아른거렸다. 35년 전 아내의 출산 때 장인어른은 없었다는 장모님 이야기도 생각났다. 나에게 전하는 무언의경고처럼.

 

 무사히 뉴스가 끝나고 예정된 아침 일정도 없던 새벽 4시, 걸려 온 아내의 전화에 병원으로 재빨리 갈 수 있었다. 평일 야간 근무 중이었으나 아무런 일정이 없어 카메라 렉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의 평온한 야간 상황, 현장 MNG 연결없는 아침 뉴스 데스크들의 편성, 조용했던 오전 취재 일정 덕분에 나는 아내와 출산의 감동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예정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좋은 날을 골라 태어난 우리 딸은 나에게 좋은 남편, 가정적인 사위로 만들어준 효녀가 되었다.

 

 나는 현재 사건팀 영상기자다. 사회부에 소속된 기자들은 일정이 미리 정해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출근해서도 일단은 대기 모드다. 내가 어떤 현장에 가게 될지는 하루하루 생기는 사건·사고와 보도정보에 알림 속보에 달려있다.

 

 현장에 나가보면 대략 퇴근시간이 예측된다. 오늘은 제 시간에 못 들어가겠구나, 혹은 오늘은 정시 퇴근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식으로.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리는 직업상 많은 사람이 쉬는 명절 연휴를 온전히 누려 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 누군가는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한다. 예정에없던 출장도 가게 되고, 취재중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현장이 커지는 경우, 하염없이 기다리는 등 즉각 즉각 대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나의 퇴근을 대책없이 기다린다. 기자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부모에게는 불효자가 되고, 나쁜 배우자가 되며, 아이와 함께 하지 않는 부모가 된다. 나는 출산을 할 때 가족 곁에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또한, 언젠가 중요한 순간에 없을 미래의 나 자신을 바라보며 이 말을 아내와 아기에게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꼭 항상 같이 있겠다는 확답은 줄 수 없지만,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은아 남편이, 이재 아빠가 될게. 우리 잘 살아보자.

 

 그리고 세상에 나온 지 한 달이 좀 넘은 이재야. 이제 자야지? 아빠 출근해야해.

 

 

 

유용규/ KBS (사진) KBS 유용규 증명사진.jpg

 

 

 

 


  1. 언시 장수생이 언시 장수생들에게

    언시 장수생이 언시 장수생들에게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국입니다. 이 시국에 안 힘들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오래된 불안이 불행으로 번지고 있을 ‘언시 장수생’들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얼굴도 모를 장수생들을 걱정하는 건 지나친 오지...
    Date2021.01.07 Views303
    Read More
  2.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MBN 영상기자들이 기획취재 장비운용계획을 의논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무선마이크 장비를 지급받은 영상기자가 많을 것이다. 700Mhz 무선마이크 사용이 2021년 1월 1일부터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간 무선마이크 주파수로 사용하던...
    Date2021.01.07 Views117
    Read More
  3. 이제 자야지? 이재야!

    이제 자야지? 이재야! ▲막 태어난 딸 '이재'를 처음 안아보는 필자 2020년 11월 2일 아침 6시 아내에게 진통이 찾아왔다. 불안감과 설레는 마음을 뒤로 하고 야간 근무를 서기 위해 오후 4시 30분 회사로 출발했다. 다음날 오전 3시, 성남에 사는 처제...
    Date2021.01.07 Views71
    Read More
  4.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지난1월25일영상보도가이드라인광주전남지부온라인교육 <사진왼쪽부터> 나준영부장(MBC뉴스콘텐 츠편집부),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윤성구기자(KBS 전략기획부), 이승선교수(충남대언론정보학과) 대학...
    Date2021.01.07 Views120
    Read More
  5.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지난 6월 초, 소양강 상류에서 외래어종 침투와 생태교란 문제를 취재한 필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편이라 내 실력에 낙담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lsqu...
    Date2021.01.07 Views87
    Read More
  6.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Date2020.11.18 Views99
    Read More
  7. MBC ‘보도영상연구회’

    MBC ‘보도영상연구회’ ▲ 지난 9월 21일‘4k 카메라와 UHD프로세싱’을 주제로 진행된 MBC보도영상연구회 세미나에 참가한 MBC 영상기자<사진>. ▲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 사이 진행된 보도영상연구회 포럼내용을 정리한 제1호 자료집...
    Date2020.11.18 Views100
    Read More
  8. 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 2019년 겨울, 국회 영상기자실에서 영상기자와 함께 2019년 말, 신입 때부터 이어진 약 3,650일이라는 약 10년간의 사회부 생활이 끝나고 국회로 출입처 발령을 받았다. 모든 변화에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법. 나 역시 그동안...
    Date2020.11.17 Views136
    Read More
  9.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63
    Read More
  10. 길(路)의 재발견

    길(路)의 재발견 ▲ 성산대교 밑 보도 한쪽에 잠자리를 사냥한 거미의 모습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 첫 보도는 원인 모를 폐렴으로 우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이것이 나의 삶과는 상관없을 줄 알았다. 그러...
    Date2020.11.17 Views50
    Read More
  11. 도심 속 고궁 산책

    도심 속 고궁 산책 ▲ 올여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서울은 천박한 도시.” 지난여름,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을 가리켜 아파트값만 얘기하게 되는 천박한 도시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행정수도 이전의 필...
    Date2020.11.17 Views43
    Read More
  12.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 지난 10월 초, 파주의 한 연습실에서 연습에 한창인 이날치 밴드 따랑 땅 따랑~ 따랑 땅 따랑~’ 댄스곡이 시작될 것 같은 130bpm의 흥겨운 베이스 리듬 뒤에 한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킬링...
    Date2020.11.17 Views70
    Read More
  13.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 MBC강원영동 방송사가 보관하고 있는 테이프 자료<사진> 14,040개. 저희 회사가 보유한 테이프 개수예요. 손으로 하나하나 셌으니,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크게 틀린 숫자는 아닐 거예요. 1986년 자사 TV개...
    Date2020.11.17 Views62
    Read More
  14.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이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전광훈 목사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독려해 감염병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 국민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의 이름은 2005...
    Date2020.11.17 Views59
    Read More
  15.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 일광욕을 즐기는 얄리와 쎵 떠오른다. 10대 때 아주 힘들게 읽어나갔던, 책(데미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
    Date2020.11.17 Views58
    Read More
  16.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 작년 가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초겨울이었다. 그는 KBS에 막 입사했었고, 연애를 시작하기엔 너무 바빴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여...
    Date2020.11.16 Views81
    Read More
  17.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
    Date2020.09.16 Views101
    Read More
  18. 영상기자와 유튜브

    영상기자와 유튜브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6.7%로 2015년 55.0%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방통위가 시행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
    Date2020.09.16 Views123
    Read More
  19.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Date2020.09.16 Views112
    Read More
  20.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Date2020.09.16 Views85
    Read More
  21.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
    Date2020.09.15 Views10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