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지난 6월 초, 소양강 상류에서 외래어종 침투와 생태교란 문제를 취재한 필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편이라 내 실력에 낙담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카메라’를 알게 됐고, 무엇이든 찍으면 멋진 것이 되어 주는 ‘카메라’를 사랑하게 됐다. 관심과 사랑은 열렬해졌고 내 주위를 카메라 관련된 것들로 채우기 시작했다. 21살 대학생 때 인턴을 한번 했고 춘천 MBC라는 곳을 구경하게 됐다.
처음으로 방송국 카메라를 보자, 나도 그런 걸 들고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유가 특별히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당시엔 내게 그 그림(카메라를들고서있는나자신)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살려 군 복무기간동안 내내 카메라 특기자로 생활했다. 군 생활이 마냥 즐겁고 신이 났다. 카메라로 찍히는것과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남들처럼 취직이란 걸 하게 됐고 사진 스튜디오, 서울에 작고 큰 방송국 등을 돌아다니면서 말 그대로 직장 생활을 했다. 월급은 적고 일은 고달팠다 생각했다. 일의 설렘은 잊어버리고 청년다운 도전 정신도 고갈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채용 공고 하나를 보게 됐다. 춘천문화방송은 학생 때 인턴을 했던 바로 그 회사다.
나는 춘천문화방송 채용 공고에 지원했고 다행히 합격했다.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이다. 내가 오래전 봤던 그 카메라는 이미 구형이 됐고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 카메라의 주인은 퇴직한 지 오래라고 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카메라의 무게보다 카메라가 하는 역할의 무게가 훨씬 더 무겁다?
이 말을 여러 영상기자들이 한다. 그 사이 저널리즘, 책임감, 휴머니즘 등 여러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사실 나는 달변가가 아니라 그런지 이렇게 멋진 말들을 즐겨 쓰지는 않는다. 대단한 저널리스트가 되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특종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뉴스가 만들어지는 곳에 내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한 명의 일원으로서 성실하게, 내 역할을 해내기를 원한다.
10년 2개월 다시 21일. 청춘이 시작된 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일하는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행복하기만 하다.
이인환/ 춘천MBC